의회 북유럽 연수 '몰아주기 셈법'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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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행정

의회 북유럽 연수 '몰아주기 셈법' 도마 위

1인당 국외여비로 부족하자 2명분으로 4명만 북유럽 순방

예산편성운영기준 무시한 '꼼수' 여비현실화 등 논의절실
영암군의회(의장 이하남) 일부 의원들의 최근 북유럽 4개국 연수와 관련해 이른바 '몰아주기 셈법'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운영기준'에 의해 책정된 지방의회 의원의 '국외여비'는 영암군의회의 경우 1인당 230만원으로, 유럽 연수비용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자 8명 가운데 4명만 올해 연수에 나서는 대신 나머지 4명의 국외여비를 '몰아주기' 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4명은 내년에 같은 방식으로 연수를 떠나겠다는 계산이다.
이에 대해 의회에서는 국외여비로 정해진 예산인 만큼 총액 개념으로 지출한 것이어서 문제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그렇다면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운영기준은 왜 정해놓았느냐"는 비판과 함께, "지방의원의 국외여비가 동남아국가들만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비현실적'이라면 현실화시키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도 나오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의회 안팎에서 제기되는 1인당 230만원인 국외여비로는 동남아국가만 둘러볼 수 있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동남아국가들에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는 논리가 아닌 이상 유럽이나 북미 등을 여행하려는 핑계대기일 뿐"이라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아울러 지방의원의 공무국외여행 때 이를 심사하도록 하는 조례 등이 마련되어 있으나 영암군의회처럼 의원수가 많지 않은 지자체의 경우 심사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규정하고 있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과 함께, 연수보고서 작성 또한 형식적이어서 관련 규정에 대한 재정비도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북유럽 4개국 순방
의회의 이번 북유럽 4개국 순방은 강진군의회와 진도군의회 등 3개 의회가 함께 진행했다.
'2015년도 강진·영암·진도군의회 합동국외연수' 프로그램을 보면 11월9일 오전 인천공항을 출발해 핀란드 수도 헬싱키를 거쳐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 도착,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와 게일로, 플롬, 구드방엔,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등을 둘러본 뒤 11월18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일정으로 짜여 있다.
세부일정에는 덴마크 지역의회 방문, 양돈협동조합 소속 농가 방문, 코펜하겐 복지제도 및 복지전달체계 비교연구, 오슬로시청 도시계획 관련부서 방문,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관광자원화사례 탐방, 스톡홀름 프리마켓 현장 견학, 헬싱키 청소년센터 방문 등 제법 유의미한 ‘연수’일정이 들어있기는 하다. 그러나 주된 일정은 코펜하겐항, 세계 최대 규모 송네 피요르드가 있는 구드방엔, 오슬로 바이킹 박물관 등 북유럽 4개국의 주요 관광지 대부분을 둘러보는 코스로 짜여있다. 이를테면 '세계 최고의 관광지에서 배우는 선진 의정'인 셈이다.
■해외경비 어떻게 충당했나?
영암군의회 의원 1인당 '국외여비'는 230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운영기준'에 따른 것이다. 이 여비는 국가공식행사, 국제회의, 자매결연 등을 위해 해당 지자체를 대표해 출국할 경우 연간편성한도액의 30%내에서 추가편성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영암군의원 1인당 국외여비는 230만원에서 250만원 안팎으로 정해져 있다고 보면 된다.
반면 이번 북유럽 4개국 순방에 필요한 여비는 460만원이다. 2명분을 합치면 되는 액수다. 정원 8명인 의회는 이에 따라 이번 연수에는 4명만 가고 나머지 4명분을 몰아주기 했다. 나머지는 내년에 같은 방법으로 북유럽에 간다. 또 이번 연수가 ‘2015년도 강진·영암·진도군의회 합동국외연수’인 것은 영암군의회만 북유럽 연수를 떠나기에는 인원수가 부족해 3개 의회가 연대했기 때문이다.
■예산편성운영기준 어겼나?
의회는 이처럼 의원 국외여비를 몰아주기 한데 대해 올 예산에 1인당 230만원씩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총액의 범위로 볼 때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쉽게 말해 의원 국외여비로 1천840만원(230만원×8명)이 책정되어 있고, 이를 4명이 쓰든 8명이 쓰든 모두 사용해도 별 문제는 없다는 해석이다. 얼핏 보기에도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같은 예산이 편성되어 나머지 4명도 북유럽을 다녀올 계획이기 때문에 2년으로 생각해 계산하면 그럴듯하다.
하지만 이렇게 해석하면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운영기준'에 지방의원의 국외여비 한도를 정해놓은 이유가 무색해진다. 즉 그동안 명분은 '연수'지만 사실상 '외유'의 성격이 짙은 지방의원들의 흥청망청한 해외연수를 차단해 예산낭비를 막자는 취지는 실종되는 것이다.
또 지방의원의 국외여비 한도를 정한 예선편성운영기준이 비현실적이라면 이를 현실화하는 것이 먼저이지, 몰아주기 식으로 지출하는 것은 '편법'으로 볼 수밖에 없다.
특히 몰아주기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여러 의문에 대해 답을 내놓아야 한다. 즉 1인당 230만원인 국외여비로는 영암군 발전을 위한 해외연수가 어려운가? 과연 동남아국가들에서는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는가? 반드시 북유럽이나 서유럽, 북미 국가들을 찾아가야 제대로 된 연수를 할 수 있는 것인가? 등등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다. 하지만 유럽이나 북미로 가겠다는 의도에는 최근 우리 국민들 사이에 보편화(?) 되어가는 해외여행추세도 작용했다 할 것이다. 즉 일본, 태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필리핀 등 동남아국가의 경우 가족여행 등을 통해 평소에도 자주(?) 갈 수 있거나 이미 방문했으니 군 예산을 들여서 가는 해외여행이니만큼 이왕이면 유럽이나 북미 쪽으로 가자는 심산이다. 영암군 발전을 위한 충정 내지 열정이라기보다 사실은 사심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제6대 영암군의회에서 의원들은 북미여행을 위해 국외여비로는 부족하자 월급을 떼어 저축하기로 합의한 적도 있었다.
■의원 해외연수 제도개선 서둘러야
의원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해외견학을 하는 일 자체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동안 알려진 실상은 그 반대였음은 의원들 스스로 각성하고 시정해야 할 일이다.
특히 영암군의회는 '의원 공무국외여행 규칙'을 둬 의원의 공무국외여행에 대해 의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또 의원의 공무국외여행계획을 심사하기 위해 시민사회단체 대표 및 기타 관련 업무에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 등으로 구성된 ‘의원공무국외여행심사위원회’를 둬 여행의 필요성 및 여행자의 적합성, 여행국과 여행기관의 타당성, 여행기간의 타당성 및 여행경비의 적정성 등을 심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단서 조항에 '5인 미만의 의원이 공무국외여행을 할 경우 심사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 사실상 이를 '사문화'하고 있다. 의원들의 낭비성 외유를 막을 장치는 여전히 전무한 실정인 것이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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