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의회 후반기 원 구성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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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군의회 후반기 원 구성 이모저모

후반기 의장선거는 당초 박영배, 김철호, 박영수, 강찬원 의원 등 4명이 출마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박영수 의원은 박영배 의원을 지지하는 대신 부의장으로 출마하고, 강찬원 의원은 같은 삼호읍 출신인 김철호 의원을 지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진 것으로 전해진다. 본보가 2파전으로 동향보도를 낼 즈음이다.
박영수 의원이 의장 뜻을 접은 것은 박영배 의원의 설득이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같은 종친이기도 한 박영배 의원은 '6선 기초의원 생활을 의장으로 영예롭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뜻과 함께 '더 이상 기초의원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했던 것으로 전한다.
이에 박영수 의원은 박영배 의원을 지지하는 대신 부의장에 출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박영수 의원은 '그동안 의정활동에서 세 차례 부의장에 도전했으나 실패, 이번에는 꼭 부의장을 해보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강찬원 의원이 김철호 의원을 지지하기로 한 이유는 같은 삼호 출신이라는 점 때문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강 의원은 선거를 일주일여 앞두고 다시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김 의원을 지지하기로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나선다.
특히 강 의원이 막판 2파전에 뛰어들어 3자 구도를 만든 계기가 무엇이냐를 놓고는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일단 누군가 '지지할 테니 출마해라'는 권유가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 장본인으로 의회 안팎에서는 이하남 의원이 거론된다. 출마 권유를 한 의원이 누구인지는 강 의원의 출마와 사퇴를 오가는 오락가락 행보가 결국 이번 선거판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박영배 의원이 일치감치 자신을 포함해 5표 획득을 자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 의원이 뛰어들면서 김철호 의원의 상황판단에 악영향을 주면서 선거 전략을 헷갈리게 만들었고, 결국 패배로 이어지는 한 원인이 됐다. 즉 강 의원이 오락가락 하는 일만 없었더라면 김 의원이 보다 정확하게 상황을 판단했을 것이고, 강 의원보다도 김 의원이 중도 사퇴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강 의원이 선거 전날인 7월3일 아침 김철호 의원에게 사퇴의사를 표시한데 이어 선거당일인 4일 아침 의회사무과에 의장 후보 사퇴를 통보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삼호읍민들의 단일화 요구가 있었다는 후문이지만, 출마를 권유한 쪽에서 확실한 지지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을 것이라는 분석이 더 유력하다.
다시 2파전이 된 의장 선거는 투표 당일 아침 이미 판세가 기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철호 의원은 강찬원, 고화자 의원 외에 박찬종 의원의 지지도 확신했다. 김 의원의 박 의원에 대한 믿음은 거의 '맹신(盲信)'에 가까웠다. 그만큼 서로 나눈 대화가 진지했다고 김 의원은 술회했다. 또 조정기 의원에게서도 투표 당일 긍정적인 신호를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투표 결과 박, 조 두 의원의 표심은 박영배 의원의 것이었다. 투표가 끝난 뒤 김 의원이 '인간적 배신감을 느꼈다'고 토로한 이유다. 선거가 끝난 뒤 김 의원은 "박찬종 의원은 지금도 납득이 안 간다. 조정기 의원은 전동평 군수의 의중을 따른 것으로 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지지를 호소했을 때 곤란하다는 '신호'만 줬더라도 서운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적으로도 이건 아니다 싶다"고 토로했다.
■ 3차 투표까지 간 부의장 선거 내막(內幕)
조정기 세 차례 모두 기권표 4대 3 구도가 당락 이어져
고화자, 이하남·조정기 이탈표에 충격 오후 일정 불참
의장 선거가 1차에서 마무리 되면서 쉽게 결말이 날 것으로 점쳐졌던 부의장 선거는 결선투표까지 갔다. 두 차례 투표 모두 박영수 의원이 4표, 고화자 의원이 3표를 획득하면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선투표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와 다수득표자인 박영수 의원이 당선의 영예를 차지했다.
부의장 선거에서 관심은 총 8표 가운데 기권 1표에 쏠렸다. 조정기 의원이 던진 표로 알려진다. 조 의원은 결선투표까지 세 차례 이어진 투표에서 모두 기권했다. 투표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투표용지를 받고 투표소에 가 기표하는 것처럼 한 뒤 이를 투표함에 넣는 행위를 세 차례나 하면서도 정작 박영수, 고화자 두 후보 가운데 어느 후보에게도 지지표를 던지지 않았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되지는 않았으나 특히 고화자 의원은 충격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 의원이 부의장 선거 출마를 결심한 것은 다름 아닌 이하남, 조정기 의원의 지지를 확신했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세 차례 모두 박영수 의원을 지지했고, 조 의원 역시 세 차례 내리 '기권'표를 던졌다. 고 의원의 확신에 두 의원의 '약속'이 전제되어 있었다면 인간적으로 충격이 클 수밖에 없는 일이다. 고 의원은 실제 오후 상임위원장 선거에 불참했다.
조 의원이 자신의 의사표시를 기권으로 대신한데 대해 의회 일각에서나 방청석에서는 "너무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조 의원이 기권 대신 '약속'대로 고 의원을 지지했어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 반면 고 의원의 충격은 훨씬 덜했을 것이고, 더구나 선거과정이 훨씬 자연스러웠을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실제로 의회 '회의규칙'은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때에는 2차 투표에 들어가고, 2차 투표에서도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때에는 최고득표자가 1인이면 최고득표자와 차점자에 대해,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이면 최고득표자에 대해 결선투표를 실시해 다수득표자를 당선자로 하도록 되어 있다. 또 결선투표결과에서도 득표수가 같을 때에는 연장자를 당선자로 하게 된다. 따라서 조 의원이 고 의원을 지지해 4대4가 되어도 결국 연장자인 박영수 의원이 당선되는 결과가 나올 것인 만큼 굳이 기권표를 던져야할 이유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 후반기 원 구성 그 후
회의규칙 위원회조례 개정 별무효과…개선방안 절실
부의장 선거가 결선투표까지 가고, 상임위원장 선거에 연거푸 무효표가 나오는 등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지만 별 탈 없이 후반기 원 구성이 끝났다.
하지만 이긴 편을 묶은 '계기'가 무엇이냐에 대한 의혹은 이번에도 털어버리지 못했다. 인간적인 배신에 울고 웃는 행태도 재현됐다.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한 선거방식을 이번 기회에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예외 없이 나왔다.
이번 영암군의회 원 구성에는 '회의규칙'과 '위원회조례'가 상반기에 이어 두 번째로 적용됐다. 회의규칙은 의장과 부의장 선거방식을 종전 교황선출방식에서 후보등록 및 정견발표방식으로 바꿨다. 위원회조례 역시 상임위원장이 되려면 후보자 등록을 하도록 규정했다. 그 취지는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군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신뢰 받는 의회상을 정립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선거과정에서 관련 규정은 무용지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정견발표는 당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그야말로 요식행위였다. 의원정수가 많다면 모르지만 8명에 불과한 의회로서는 지나친 구색 맞춤일 뿐이다. 향후 개선이 절실해보이지만 지방의회 의장에게 주어지는 막강한 지위와 혜택으로 볼 때 쉽게 고쳐지기는 난망해 보인다.
한편 이번 제7대 영암군의회 후반기 원 구성에서는 소속 정당이 전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영암군의원들 가운데 박영배 의장과 박영수 부의장, 이하남 운영위원장은 국민의당 소속이고, 박찬종 자치행정위원장과 조정기 경제건설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또 평의원으로 남게 된 김철호, 강찬원 의원은 국민의당, 고화자 의원은 더불어민주당(비례) 소속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나 박준영 지역구 국회의원의 '지원'도 별 효과가 없었다. 박 대표와 박 의원은 전반기 의장을 맡고 있어 선거판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 이하남 의원에게 김철호 의원을 도와줄 것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철호 의원은 아예 "오히려 박 대표와 박 의원이 김철호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동료의원들에게 알려 결과적으로 역효과를 냈다"고까지 판단했다. 이하남 의원이 김철호 의원에게 품은 개인적 감정의 골이 깊었거나 아니면 그만큼 이긴 편을 묶은 끈이 견고했음을 보여준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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