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장어 위판장 거래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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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뱀장어 위판장 거래 의무화

수산물유통관리법 일부 개정 공포 17년 만에 유통시장 혁명

생산자 손해 보고 소비자 비싸서 못 사 먹는 모순 해결 기대

그동안 투명한 가격정보가 없어 큰 혼란을 빚었던 뱀장어 유통시장이 '혁명'을 맞게 됐다.
수산물유통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위판장 밖에서는 거래할 수 없도록 상장을 의무화함에 따라 17년 만에 유통체계 재편이 예고되고 있고, 이에 따라 그동안 가격 교란 때문에 고통 받아온 생산자와 소비자들 모두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당 황주홍 국회의원(고흥·보성·장흥·강진)과 민물장어양식수산업협동조합(조합장 김성대)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수산물 유통의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지난 12월2일 공포됐다. 개정 법률은 공포 6개월 뒤인 내년 6월2일 시행될 예정이다.
황 의원을 대표로 여야 의원 10명이 발의한 개정안은 ‘거래 정보 부족으로 가격 교란이 심한 수산물로서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수산물은 위판장 외 장소에서 매매 또는 거래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초 발의안은 '뱀장어 등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수산물'을 대상으로 했지만, 수산 관계 법령에서 특정 수산자원의 명칭을 규정하는 입법례가 없는 점을 고려해 '뱀장어'가 삭제됐다. 그러나 뱀장어 유통질서 확립을 위한 법률 개정 취지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 황 의원의 설명이다.
개정안은 신설된 위판장 거래 규정을 어겼을 때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벌칙 조항도 담았다.
이에 따라 뱀장어는 1999년 어획물 판매장소 지정제도가 폐지된 뒤 17년 만에 의무 상장제에 따라 유통되게 됐다.
그동안 뱀장어 등 내수면 양식어류는 대부분 장외 거래되어 시장은 사실상 소수 중간상인에 휘둘려왔다.
반면에 양식어민들은 소비 추세에 따라 널뛰듯 오르내리는 산지가격에 불안해하면서 중간상인의 거래 독·과점에 대응하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헐값에 출하하는 현상도 빚어졌다.
이에 따라 위판 의무화는 투명한 유통 흐름으로 가격 결정 구조와 시장 질서를 바로잡고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 거리를 제공하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생산자단체가 안전성 검사에서 합격한 민물장어만 출하해 소비처인 식당에 공급하고 원산지 표시를 명확히 하면서 소비자들은 알 권리를 충족하고 안전한 먹 거리를 선택할 기회를 얻게 된다는 구상이다.
특히 지난 20년간 국내에 3만t가량의 중국산이 수입됐지만, 식당에서 중국산으로 표기돼 팔리는 물량은 단 1마리도 없다는 게 민물장어 양식업계의 정설이어서 위판 의무화는 절실한 현안과제로 대두되어 있는 상태였다.
반면에 법 시행 전에 뱀장어 위판시설을 마련하는 등의 과제가 아직 남아있다.
해수부도 해수부령 입법예고 예정인 내년 2월 중 법률 개정으로 예상되는 문제의 대책과 구체적 위판장 운영계획을 마련하기위해 민물장어수협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법 개정에 대해 업계는 "생산자는 손해를 보고, 소비자는 비싸서 사 먹지 못하는 모순된 유통구조를 개선할 기회"라며 크게 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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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 김성대 민물장어양식수협 조합장
"안전 먹거리는 시대정신 법 개정은 상생의 기회될 것"
"국민과 소비자들에게 철저한 위생 및 안전성 검사를 거친 안전한 수산물을 먹거리로 제공하는 것은 생산자들에게 요구되는 시대정신입니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축산물 도축장처럼 수산물도 검사시설을 갖춘 위판장 거래를 의무화해야 합니다."
그동안 수산물유통관리법 개정을 위해 양식어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회의원들의 서명을 받아내는 등 정치권 설득에 심혈을 기울여온 민물장어양식수협 김성대 조합장은 “이번 수산물유통관리법 개정으로 산지(양어장)에서 은밀하게 이뤄진 거래와 일부 유통 상인들의 ‘갑질’ 때문에 도산 위기에까지 놓인 생산자를 보호하고, 위판장을 통한 투명한 거래가 정착되게 될 것”이라면서 “유통비용도 줄어든다는 점에서 중간상인에게도 득이 되는 등 법 개정으로, 결국에는 생산자와 유통 상인, 소비자 모두에게 상생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법 개정의 효과를 설명했다.
김 조합장은 “옛 수산자원보호령은 원래 시·도지사가 지정하는 판매장소 외의 장소에서 어획물을 원칙적으로 매매 또는 교환할 수 없도록 전면금지했으나, 1996년 해양수산부장관이 수산자원의 보호나 수산물유통질서의 확립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어획물에 한해 시·도지사가 지정하는 양륙지역의 판매 장소에서 매매 또는 교환하도록 규제를 다소 완화했으며, 1999년9월 규제정비계획에 따라 어획물 판매장소 지정제도는 완전 폐지됐다”면서, “따라서 이번 수산물유통관리법 개정은 폐지됐던 의무상장제가 17년 만에 부활한 것으로, 그동안 투명한 가격정보가 없어 큰 혼란이 빚어졌던 뱀장어 유통시장의 '혁명'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민물장어의 의무상장제를 도입하게 된 취지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로는 지난 20여년 동안 3만톤의 중국산이 수입되어 판매됐지만 식당 등에서 ‘중국산’이라고 표시되어 판매된 적이 단 한 번도 없고, 둘째로는 생산자 단체가 출하 때 안전성 검사 후 항생제나 중금속 함유량 등에서 합격한 민물장어를 공급하는 등 안전한 먹거리 제공이 원천 차단된 점, 셋째로는 가격정보의 부족으로 유통질서가 문란한 점 등입니다."
법 개정의 취지를 이처럼 설명한 김 조합장은 "앞으로 민물장어의 의무상장제가 실시됨으로서 당장 현안과제로 떠오른 위판장 설치를 위해 수협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비해가고 있다"면서, "해양수산부 등 관계당국이나 지자체 등과도 협의해 민물장어의 유통질서가 최단 시일 내에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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