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질 무화과 유통대책 가장 절실 계획재정비 나서야
영암군이 ‘무화과산업특구’로 지정된 지 1년이 됐다. 중소기업청은 1년 전인 지난해 11월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5차 지역특구위원회를 열고 영암무화과산업특구 등 7개 지역특화발전특구를 신규 지정했다.
영암군은 이로써 1971년 삼호읍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무화과를 재배한 이래 45년 만에 특구로 지정됨으로써 주산지의 지위를 확고하게 함은 물론 고부가가치 상품화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무화과산업특구 지정 1년의 성과는 과연 어떨까?
군은 무화과산업특구 첫해인 올해 생산기반, 유통시설, 홍보마케팅, 연구개발 등 4개 분야에, 저온시설 확충 등 18개 사업에 모두 9억6천만원을 투입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최근에는 이에 따른 세부추진상황을 점검해 향후계획 등을 세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를 챙겨본 영암군의회 김철호 의원은 담당부서로부터 별다른 점검내용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담당과장으로부터는 추후 문제점과 대책 등을 점검해 제출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결국 군은 무화과산업특구 지정 1년이 지난 지금 특별히 내놓을만한 성과가 없음이다.
무화과산업특구 지정 1년째에 본격적인 사업성과를 논하기는 너무 이른 건 사실이다. 4개 분야 18개 사업에 9억6천만원을 투입한 성과가 곧바로 눈에 띌 것이라는 기대 또한 섣부르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영암군을 어떻게 무화과산업특구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없었고, 더 나아가 세부실천전략 마련이 부재한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군의 무화과산업특구 투자계획은 중소기업청에 특구 지정을 신청할 당시 만들어진 계획서 그대로다. 특구 지정 당시 군이 밝힌 투자계획에 의하면 사업기간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이다. 이 기간 132억1천만원(국비 46억9천만원, 도비 9억8천만원, 군비 36억7천만원, 민자 38억7천만원)을 투자해 무화과 생산기반 현대화사업, 재해보험료 지원, 유통시설 확충 및 홍보마케팅, 연구개발사업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들어있다.
주요사업을 보면 생산기반시설 현대화사업에 10억여원을 투자한다.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저온시설 확충 등 7건의 사업을 추진한다. 또 6년 만에 부활된 무화과축제를 영암군 농·특산물 대표축제로 발전시키고, 홍보 전략의 다각화를 통해 영암무화과의 브랜드 파워 강화 전략을 체계적으로 추진한다.
현재 스티로폼 중심의 브랜드 박스나 디자인도 도시민의 취향이나 현대인의 감각에 맞게 고급스럽게 디자인한다. 무화과 품질 표준화를 위해 지리적표시의 사후관리 기준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민간 주도로 적극 전개해 나간다. 군 농업기술센터에는 연구 전문 인력이 보강되고, 병해충 방재와 유기농법 개발은 물론, 식품산업 육성에도 심혈을 기울여나간다.
그러면서 군은 무화과산업특구 추진으로 257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200여명의 취업유발효과가 기대된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삼호농협의 무화과 가공공장과 녹색무화과의 유통센터 상시고용인력 증대는 물론, 일시고용도 2배 이상 증가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었다.
군의 이런 무화과산업특구 투자계획에 대한 무화과 재배농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일부에선 무화과산업특구가 ‘구호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무화과산업특구 지정 1년 동안 전동평 군수가 가는 곳마다 특구 지정 의미와 그 효과를 강조했지만 재배농민들이 피부로 느끼기엔 역부족이었음이다.
특히 올해 영암군의 대표 농산물이기도 한 무화과 농사가 처한 현실은 무화과산업특구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올 여름 출하가 한창일 때 1㎏당 한 박스에 4천원에 거래되던 무화과는 곧바로 1천원으로 뚝 떨어졌다. 심지어는 막판에 800원까지 폭락했다.
삼호읍 저두 무화과마을 박경희 회장은 “올해 무화과 농사로 얻은 소득은 농사를 잘 지은 경우에도 지난해의 3분의 2수준에 불과했다고 보면 틀림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전남도내 노지작물 가운데 한때 최고 고소득 작목이었던 무화과였지만 이처럼 해를 거듭할수록 소득이 떨어지면서 대체작목을 고민하는 재배농민이 상당수에 달한다는 것이 김철호 의원의 분석이기도 하다.
올해 삼호읍 무화과 재배농민들이 겪은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유통’이었다.
무화과는 완숙상태에서 수확해 곧바로 판매해야 소비자들에게 품질을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완숙상태에서 수확한 무화과는 빠른 시일 내에 판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물러져 폐기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재배농민들은 65%가량 숙성된 무화과를 수확해 출하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재배농가들로부터 무화과를 사들인 삼호농협 등은 곧바로 이를 중간상 등에 되팔고, 이를 구입한 소비자들로부터 “무화과 맛이 왜 이러느냐”는 불만이 나온다. 실제로 올해 이곳저곳의 소비자들로부터 “영암 삼호 무화과가 맛이 없다”는 치명적인 평가가 나온 주된 원인은 이처럼 주로 유통문제에 기인한다.
무화과산업특구로 지정된 군이 최우선을 둬 추진해야 할 사업은 따라서 고품질의 무화과가 생산자에게서 소비자에게 그대로 유통되도록 하는데 필요한 시설 확충과 저장기술의 개발이라는 것이 재배농민들의 여론이다. 무화과산업특구 2년째인 내년도 사업시행에 앞서 추진계획의 재검토가 절실한 상황인 것이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