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산업특구 1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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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산업특구 1년<하>

특구 지정 취지에 걸맞는 사업계획 등 보완 절실

백화점식 보다 유통 가공 품질 등에 지향점 둬야
‘무화과산업특구’가 처음 거론된 것은 지난 2015년 3월 전동평 군수가 ‘도민과의 대화’를 위해 영암군을 방문한 이낙연 전남도지사에게 한 업무보고를 통해서였다. 무화과 주산지인 영암군 전역을 특구로 지정해 관련 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전 군수가 무화과산업특구를 신청하겠다고 말한 배경에는 다름 아닌 영암군의 무화과산업이 처한 현실이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될 만큼 큰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었다. 당연히 삼호읍을 중심으로 한 관내 무화과 생산농민들로부터 큰 기대와 함께 호응을 얻었다.
중소기업청은 이런 농민들의 기대대로 2015년 11월 제35차 지역특구위원회를 열어 영암무화과산업특구를 신규 지정했다. 군은 이에 무화과산업특구 관련 사업으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132억원을 들여 무화과 생산시설 현대화, 식품산업육성, 유통구조개선 등을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는 이 특구 사업 추진 2년째에 해당하는 해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화과산업특구 지정 2년차인 지금 영암 무화과 산업의 위상은 달라져가고 있을까? 특구 지정 후 고작 1년 동안의 사업성과를 놓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겠으나 결론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심지어는 첫 단추도 제대로 꿰지 못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우선 무화과산업특구 사업계획은 특구 신청 당시 내놓았던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132억원을 들여 무화과 생산시설 현대화, 식품산업육성, 유통구조개선 등을 추진한다’는 내용에서 변함이 없다. 총사업비도 국비가 46억9천만원(35.5%), 도비 9억7천900만원(7.4%), 군비 36억7천100만원(27.8%), 민자 38억7천만원(29.3%) 등으로 되어 있다.
당초 군은 무화과산업특구가 사업기간 내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계속 추진된다는 점에서 사업비 총액은 별 의미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관련 사업계획은 특구 지정 신청을 위해 짜진 것일 뿐 향후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국·도비를 확보하고 민간자본을 유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사업 추진 2년차인 올해도 영암무화과산업특구 육성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세워지지 않고 있다. 제대로 된 사업계획 수립이 절실하다고 보는 이유다.
군은 지난해 무화과산업특구 사업으로 생산기반, 유통시설, 홍보마케팅, 연구개발 등 4개 분야에, 저온시설 확충 등 18개 사업에 모두 9억6천만원을 투입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업 추진부서는 군 농업기술센터다. 그러나 전편에서 지적했듯이 이 사업비가 무화과산업특구를 위해 편성된 예산인지, 아니면 그동안 추진해온 사업을 특구사업으로 분류한 것인지 불분명하다.
무화과산업특구 업무분장도 모호하다. 특구 관련 업무가 중소기업청 소관인 만큼 투자경제과가 주무부서이긴 하나 특구 업무에 대해 지금까지 거의 두 손을 놓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말 세부추진상황을 점검해 향후계획 등을 세우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본보가 확인해본 결과 별다른 점검내용이 없었을 정도다.
이처럼 무화과산업특구만 지정됐지 전담부서조차 제대로 정해지지 않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 2015년 특구 지정을 위한 준비 작업은 엉뚱하게도 기획감사실 기획팀이 전담했다. 정작 주무부서인 투자경제과는 물론 무화과 재배 관련 업무부서인 친환경농업과는 배제됐거나 협조부서에 머물렀다. 무화과산업특구 지정이 그만큼 시급하고 절실한 일이었겠으나, 군정조정기능 또는 군청 내 일하는 분위기에 여전히 문제가 많았음을 보여준다.
군은 특구 지정 당시 사업계획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구체성이 없다는 본보의 지적에 대해 실행단계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획팀이 주관해 만든 특구 사업 계획인 만큼 특구 지정 후 주무부서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게 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지금도 무화과산업특구의 주무부서가 어디인지 모호하다. 투자경제과가 주무부서이나 사업추진은 농업기술센터나 친환경농업과 소관일 수밖에 없어서다. 결국 제대로 된 특구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업무경계부터 정확하게 하는 일이 급하다.
군이 세운 특구 사업 계획은 무화과 산업에 필요한 온갖 사업이 총 망라되어 있다. 생산기반 지원, 재해보험료 지원, 생산 및 유통거점 육성, 대표브랜드 디자인 및 브랜드 박스 개발과 지원, 무화과 품질표준화, 유통구조 개선, 테마공원 조성, 공동마케팅, 무화과 홍보관과 직매장 개설 지원 등등. 하지만 이런 백화점식 사업계획으로는 특구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 더구나 무화과산업특구는 조세완화나 국·도비 지원이 없이 규제 완화 조치를 통해 개발을 활성화하거나 민자 유치 촉진을 도모하는 취지다. 국·도비 지원 위주의 사업계획에서 탈피해 재배농민들을 고부가가치 산업화로 이끌 전략이 필요하다. 무화과산업특구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지향점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잦은 비 등의 영향으로 무화과 유통과정에 일부 문제가 발생하면서 영암 무화과의 품질에 대한 논란 내지는 시비가 잦았던 반면, 해남군이나 신안군 등은 고품질 생산기술 개발 및 유통전략을 앞세워 그 틈새를 파고들면서 주산지의 지위를 크게 위협했다. 영암 무화과가 지금처럼 재배면적에서 주산지의 지위만 지키는 실상이 지속된다면 ‘무화과=영암(삼호)’의 등식은 머지않아 깨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명색이 주산지의 무화과가 기상재해는 물론 병해충에 거의 무방비 상태인데다, 유통문제나 가공기술 등에서 진전이 없는 상황이 특구 지정 2년차에도 이어져서는 이 같은 우려는 더욱 빨리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특히 삼호지역 생산농가들을 하나로 묶을 구심체가 약하다는 점은 무화과산업특구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는 요인인 만큼 기존 생산자단체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뭉치는 일도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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