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밥쌀이 밀려들어오면서 쌀은 천덕꾸러기가 됐다. 관공서에서 농민들에게 벼농사를 포기하라고 종용하기에 이르렀다. 농업 포기가 정책인 무대책 정부. '람사르 습지'로 보존되어야 할 논은 무분별하게 농업단지, 창고, 주택단지 등으로 능욕을 당하고 있다. 농토는 빠른 속도로 잠식당하는 제물일 뿐이다. 삿갓만한 산골짜기 땅도 그냥 놀릴 수 없어 '삿갓배미' 벼농사를 지었던 선조들께 죄송스러울 뿐이다.
자급자족은 핵미사일보다 사드보다 중대한 생존문제다. 기후 변화와 물 부족 등으로 세계는 해마다 곡물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고,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에서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어 가고 있다. 악의 근원이 된 지 오래인 다국적 종사회사 '몬산토'와 다국적 사료회사 '카길' 등은 세계 곡물시장을 주무르며 식량 무기화 준비를 마쳤다. 우리는 청양고추를 먹기 위해 해마다 8천억원을 몬산토에 바치고 있다. IMF 구제금융 때 우리 종자 산업이 몬산토로 넘어간 결과이다.
벼농사는 포기 단계다. 우리나라 농업은 붕괴 직전이다. 벼 수매는 되지 않아 벼가 남아돌아 쌀값은 폭락했다. 쌀값 17만원을 21만원으로 올려주겠다는 박근혜 공약은 12만원으로 추락했다. 정부는 한 술 더 떠서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 환수'에 나섰다. 정부가 농민(국민)에게 할 일은 아니다. 국가가 국민에게 가한 폭력인 인혁당 사건으로 유족들에게 국가 보상금을 지급하고, 많이 지급 되었으니 차액을 내놓으라는 으름장이다. 노동조합이 합법적인 파업을 했지만 회사가 피해를 입었으니 피해액을 배상하라는 윽박지름이다. 오죽하면 '대한민국 법은 없는 자들로부터 있는 자들을 보호하는 법'이라고 비아냥거리겠는가! 최순실 국정농단과 더불어 정권과 재벌들이 한통속이 된 정경유착이 이를 증명한다.
농업이 붕괴되어서는 안 된다. 식량 자급자족은 자존이고 필수이다. 자급자족 못하면 머지않아 위기가 닥친다. 아프리카처럼 아사자가 속출할 수 있다. 전쟁이 나더라도 최후 생존수단은 식량이다. 군인도 국민도 먹어야 싸울 수 있고, 생존할 수 있다. 전쟁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앞으로 전쟁은 핵전쟁이 될 것이고, 그 전쟁터가 이 땅이 될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기 때문에 민족이 공멸하지 않으려면 전쟁을 막는 것이 우리들 생명권과 생존권을 지키는 일이다.
농업은 인간 생명과 직결된 1차 산업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농업은 우리들 고향이자 역사이다. 6~70년대만 하더라도 인구 7~8할이 농업에 종사했다. 말 그대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었다. 요즘에야 K팝, 연극, 영화 등이 문화를 주도하고 있지만 농경사회에선 농업문화가 이 나라 문화를 주도했다. 각종 민속놀이, 농요(農謠), 탈춤(가면극), 민요, 짚풀 공예 등 문화라고 일컬어지는 모든 것들이 농업을 바탕으로 존속해 왔다.
지금 우리는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무용지물 사드배치로 무역 보복을 당하고, 대통령 탄핵 가결이 확실한 혼돈기다. 넓고 멀리 보고 가야 할 때 자급자족과 농업을 포기한다는 것은 '암탉의 배를 갈라 알을 꺼내는' 어리석은 짓이다. 1만7천년 농업을 살리는 길이 부국강병의 길이다. 역설적이게도 미래는 농업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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