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본 영암읍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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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본 영암읍의 현주소

'청소년이 본 영암발전 - 축제·전통시장 조사발표회'가 지난 7월 17일 오후 영암군청소년수련관에서 열렸다. 우승희 의원(영암1·더불어민주당)이 소속된 전남도의회 보건복지환경위원회가 영암읍주민자치위원회, 농촌중심지활성화추진위원회 등과 공동주관했다. 지난 5월 영암고 자치활동동아리 '대동여지도'팀이 내놓아 학내 화제가 된 '관광특구 영암 만들기 - 영암 관광문화 및 전통시장 활성화 계획 보고서'를 군민들에게 공개 발표하고, 토론해보기 위한 매우 이색적이고, 나름 뜻 깊은 행사이기도 했다.
우선 영암고 이태희(3년)군이 주제발표 형식으로 발표한 보고서에는 국화축제 및 영암5일장과 관련해 그동안 거론됐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 그대로 담겨졌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시각에서 본 문제점 및 개선방안도 들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침체되어 가고 있는 영암읍의 현주소는 청소년들조차도 이미 공감하는 현안임을 보여줬다.
실제로 이군은 주제발표를 통해 "영암군 인구는 감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근 장흥군은 읍내로 갈수록 청년층 비율이 더 많아지는 반면, 영암군은 영암읍내에서 청년층 비율이 더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청소년들의 눈으로 찾아낸 영암읍의 또 다른 치명적인 문제점이다.
이군은 또 영암읍에 대해 "제대로 된 맛 집 하나 없는 동네, 잘 풀리지 않는 장사, '영암에서는 장사가 안 돼'라는 부정적인 소문이 퍼진 곳"으로 지적하면서, 국화축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오락가락했던 개최장소 문제, 먹을거리 부족, 주차공간 부족, 축제장의 열악한 환경, 빈약한 프로그램, 각종 부스 부족, 홍보 부족, 편의시설 및 포토 존 부족 등 관광객 배려 부재 등을 나열했다. 축제 때마다 제기되어온 문제점들이기도 하다.
영암5일장에 대해서도 이군은 "다른 시장(장흥 정남진 토요시장)에 비해 영암시장만의 특산물이 부족하다"고 분석하면서, 비 가림 시설이나 주차장 등의 시설확충, 공무원들의 세심하고 직접적인 관리,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다양한 먹을거리 확충 등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군은 아울러 ▲공공 반값 렌터카 사업, ▲영암 특유의 가격경쟁력 있는 먹을거리 개발, ▲활성산 레저스포츠 관광지화, ▲전통적인 5일 시장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영암 매력 토요시장을 만들자는 제안도 내놓았다. 지나치게 고가(高價) 일색인 영암의 먹을거리나, 개인기업의 사업장이 되어버린 활성산 등을 감안하면 뼈아픈 제안일 수밖에 없다.
청소년들의 문제제기는 토론회에서도 이어졌다.
토론에 나선 영암고 김평안(3년)군은 "영암5일장에 영암 특산물이 없다"면서 "시장 운영에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축제와 관련해서는 페이스북, SNS 등을 통한 홍보방법의 전환을 촉구하고, 왕인축제의 경우 서예대회나 한지, 도자기 만들기 등 체험프로그램을 더 많이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역시 토론에 나선 영암여고 정유현(2년)양도 국화축제에 대해 "氣찬랜드에서 개최하는 만큼 氣찬랜드의 모든 시설물을 활용해야 한다"면서, "체험부스가 너무 적다. 국화조형물이 너무 조잡하다. 용인 에버랜드에 납품한 함평군의 경우처럼 氣찬랜드에 걸 맞는 세련된 국화조형물을 만들어 배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매년 축제 때마다 재활용하고, 심지어는 인근 시군에서 빌려 배치하기도 하는 국화조형물의 현주소는 청소년들에게도 고스란히 투영되고 있는 셈이다.
아쉽게도 이날 발표회는 여기까지였다. 청소년들인 발표자와 토론자가 내놓은 제안을 가다듬어주고, 수용가능성을 진단해줘야 할 어른들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론자로 참여한 영암읍주민자치위원회와 농촌중심지활성화추진위원회 관계자의 발언이 이어지긴 했으나, 취재기자마저도 도통 줄거리를 간추리기 어려웠다. 영암군 관계자는 일정협의가 잘못돼 불참했다.
방청석에는 이선규 영암읍장을 비롯한 읍사무소 직원들과 영암고 김명현 교장, 영암여고 최세영 교장 등 학교 관계자와 두 학교 학생들, 그리고 뒤늦게 이하남 영암군의원이 자리를 함께 했다. 하지만 하루가 절실한 영암읍의 회생을 위한 공감대를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태부족했다.
발표회를 어렵게 성사시킨 우승희 의원은 "학생들의 생각이 기특하고 내용도 좋았다. 많은 주민들이 알게 해서 아이들을 격려하고, 발표기회를 줘 대입전형에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 특히 영암읍 주민들과 공유한다면 지금 추진 중인 중심지활성화사업이 더 많이 공론화되고 좋은 아이디어도 나올 것이고, 토론문화도 형성하는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주제발표를 한 이태희군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직접적으로 영암을 본 것 같다. 이전에는 그냥 스쳐지나갔던 소소한 부분들을 다시 한 번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영암을 발전시키기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자랑스러웠고, 제가 사는 지역 개발을 위해 저희가 머리를 모아 그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 감미로웠다"고 말했다.
그래도 영암에는 지역을 걱정하는 정치인과 '깨어있는 청소년들'이 있다는 사실만이 이날 발표회에서 얻을 수 있었던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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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고 동아리 '대동여지도'는?
주제발표를 한 이태희군과 토론자로 나선 김평안군을 비롯해, 하정목, 김인수, 정철원, 노시정, 백진욱, 오민석, 한민찬군 등 영암고 3학년 학생 9명으로 구성된 학내 동아리다. 영암고에는 유니온하우스, 일본어탐구반, 프랑스어동아리 등 30여개의 동아리가 있어 자율적인 탐구활동을 하고 있다. 김명현 교장의 '꿈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 '창의적인 인간육성'이라는 학교운영방침에 따른 것으로,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이군 등 대동여지도팀은 '관광특구 영암 만들기 - 영암 관광문화 및 전통시장 활성화 계획보고서' 작성을 위해 스티커 붙이기, 설문조사, 주민들과 인터뷰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파악했다. 특히 인구 등에서 규모가 비슷한 인근 장흥군과의 비교 조사를 통해 미래 영암 발전의 방안을 제시해 화제를 모은바 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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