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 월급제' 시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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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행정

'농업인 월급제' 시행 논란

군, 관련 조례 제정 불구 새해 예산 반영 안 해 내년 시행 불투명
대표발의 이하남 의원, "조례 死文化 농업인 위한 의지 실종"지적

'영암군 농업인 월급제 지원에 관한 조례'가 지난 10월 영암군의회(의장 박영배)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영암에서도 농업인 월급제 시행의 근거가 마련됐으나 군이 새해 예산에 관련 사업비를 반영하지 않아 내년 시행이 불투명해졌다.
군은 농업인 공감대 형성 등 사전준비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조례를 대표발의 한 이하남 의원은 "예산편성을 하지 않으려면 조례 제정을 막는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농업인 공감대 형성 운운하나 농업인을 위한 의지의 실종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경제건설위원회와 본회의를 각각 만장일치로 통과한 '영암군 농업인 월급제 지원에 관한 조례'는 농업인에게 농협 자체 수매로 출하할 벼의 예상 소득 중 일정액을 월급처럼 매월 지급하고, 수매가 끝나면 농가가 지급받을 금액을 농협에 정산하며, 원금에 대한 이자는 영암군에서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원대상은 벼 재배 농업인 중 기준치 수매물량에 해당되는 농가 및 농협자체 수매출하 약정을 체결한 농업인이며, 지원대상자의 인적사항 및 벼 재배면적, 농협자체 수매약정 품종·수량, 월급제 희망물량 등의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토록 했다.
조례를 대표발의 했던 이하남 의원은 "농업인 월급제는 전남 도내 22개 시·군 중 인근인 나주와 장흥을 포함해 7개 시·군에서 시행하고 있다"면서 "벼 재배 농가의 소득이 가을 수학기에 편중되어 영농준비와 자녀학비, 생활비 등 연 초에 받는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여서 가계부채를 줄이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실제 '농산물대금 선지급제'인 '농업인 월급제'는 연간 벼농사에 따른 농업소득을 일정 기간으로 나눈 금액을 매달 농가에 선(先)지급하고, 농가는 가을 수확 후 받은 판매 대금으로 이를 갚는 방식이다. 월급이 적게는 30만원, 많게는 200만원가량이다. 조례가 시행될 경우 영암 관내에서는 벼 재배 농가 7천301농가 가운데 농업인 월급제에 해당하는 농가는 면적 0.5∼2㏊ 미만의 3천60농가가 해당될 것으로 전망됐다. 조례 시행에 따라 군이 부담하게 될 소요예산은 내년의 경우 1억1천100여만원으로 추산됐으며, 매년 10% 증액될 것을 감안할 경우 오는 2020년까지 5년 동안 소요예산은 6억7천200여만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농업인 월급제 시행에 따라 군이 부담해야할 비용은 연간 1억1천여만원 정도여서 큰 재정부담은 아닌 점에서 이 의원을 비롯한 일부 농업인들은 내년 월급제 시행을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군은 조례안이 의회에 제출될 당시부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더니, 조례가 제정된 지 2개월이 다되도록 시행을 위한 준비 작업도 하지 않았고, 결국 내년 예산에 관련 사업비 편성을 하지 않으면서 내년 시행은 불투명해졌다. 사업 성격상 연 초에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시행 가능하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농업인 월급제를 시행하는 인근 시군의 경우 농업인 참여율이 저조해 과연 농업인들이 원하는 제도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면서 "월급제라고는 하나 농업인들이 가불해서 쓰는 제도이므로 준비작업을 거쳐 조례를 시행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군의 이같은 입장은 조례안 제정당시 군이 낸 검토의견과 같은 취지다.
당시 군 친환경농업과는 검토의견을 통해 "인근 시군 농업인 월급제 참여농가가 전북 완주군의 경우 70농가, 익산시 168농가, 전남 곡성군 12농가, 장성군 180농가, 순천시 31농가 등으로 농업인 월급제를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 대부분의 농가 참여도가 저조하고 극히 일부 농가만 참여하고 있는 실정으로 조사됐다"면서, "농업인 월급제 시행에 따른 농업인의 참여 및 공감대가 확산되어야 할 것으로 보여 조례 제정 및 시행시기 등을 내년에 재검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하남 의원은 이에 대해 "군이 제정된 조례에 반대한다면 재의결요구를 통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해야 했다"면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조례에도 불구하고 예산편성을 하지 않은 것은 의회를 무시하는 처사이자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질타했다.
한편 의회 일각에서는 농업인 월급제가 막대한 예산 부담이 없고, 농업인 편의를 위한 것이며, 의원 만장일치로 관련 조례가 제정되었음에도 집행부가 계속해서 시기상조임을 주장하는 것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회가 제도 시행에 주도권을 갖게 된데 따른 소극적 반응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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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인 월급제는?
전남도내 7개 시·군 등 전국 20여곳서 시행
참여농가 천차만별…체계적 관리시스템 절실
지난 2013년 경기 화성시와 전남 순천시에서 처음 도입된 이래 전국적으로 20여개 지자체가 시행하고 있다.
전남도내에서는 순천시와 나주시, 담양군, 곡성군, 장성군, 장흥군, 진도군 등 7개 시·군이 시행하고 있다. 모두 벼농사에 따른 연간 농업소득을 토대로 월급을 산정하고 있으나, 장성군은 벼 외에 사과와 딸기도 추가해놓고 있다.
하지만 참여농가는 시군별로 천차만별이다. 전남 시군의 경우 나주시가 680농가, 장흥군이 346농가, 장성군 180농가 등인 반면, 곡성군은 12농가, 순천시는 31농가에 머물고 있다.
이는 가을에 수확해 목돈을 받는데 익숙한 농업인들이 월급제에 크게 호응하지 않고 있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농업인의 생계안정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월급이 적게는 30만원, 많게는 200만원가량이고, 다른 작물까지 추가할 경우 영농자금이나 학자금 등 농협에 얽매이는 중압감을 크게 덜 수 있어 농업인들의 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지원하는 제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업인 월급제가 최근 들어 확산세가 주춤한 것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들의 관리체계 부실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과도한 이자부담도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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