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7회 영암군의회 임시회 제2회 추경예산 심의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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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회 영암군의회 임시회 제2회 추경예산 심의 안팎

자치행정위원회(위원장 강찬원 의원)와 경제건설위원회(위원장 노영미 의원)의 예산심의에서는 이른바 ‘엄포성 예산삭감’이 더욱 심해졌다. 이번에는 주로 ‘괘씸죄’에 걸린 실·과·소에 대해 특정예산을 무턱대고 전액삭감 한 뒤 해당 실·과·소의 ‘읍소(泣訴)’ 후 예결특위를 통해 되살리는 행태를 되풀이했다.
그 대표적인 예산은 문화관광과의 ‘시종면 내동리 쌍무덤 발굴조사’ 예산 3억원이다. 2차 발굴조사에서 나주 신촌리 9호분에서 출토된 금동관(국보 제295호) 장식과 비슷한 유리구슬과 영락(瓔珞, 얇은 금속판 장식) 금동관 편 등이 발굴되면서 3차 발굴조사의 시급성이 대두됨에 따라 편성된 이 예산은 자치행정위에서 호통소리가 나오는 등 집중성토의 대상이 된 끝에 전액삭감 됐다.
강찬원 자치행정위원장은 “내동리 쌍무덤 발굴조사 결과를 언론보도를 보고서야 알았다. 발굴현장설명회를 개최하면서 의회에는 일언반구가 없었다. 의회를 무시한 처사다. 이래놓고 예산을 요구하느냐”고 한동안 목청을 높였다.
결국 이 예산은 예상대로 상임위에서 전액삭감 됐다. 하지만 이튿날 열린 예결특위에서는 그야말로 아무런 논란 없이 전액 되살려졌다.
이 같은 엄포성 예산삭감은 각 상임위 삭감조서와 예결특위 삭감조서를 비교하면 확연해진다.
실제로 이번 제2회 추경 심의에서 경제건설위원회는 13건의 사업에 무려 37억5천57만7천원을 삭감했고, 자치행정위원회에서는 14건 16억8천700만원을 삭감하는 등 두 상임위의 삭감예산의 총액이 무려 54억4천357만7천원에 달했다. 그러나 예결특위 최종 삭감은 14건 16억8천200만원에 불과하다.
대표적으로는 ▲영암 의병사 연구 및 책자 발간 2천만원, ▲통합 홈페이지 구축 3억원, ▲한국트로트가요센터 그랜드 피아노 구입 1억1천200만원, ▲한국트로트가요센터 활성화 프로그램 시범운영 1억1천만원, ▲기찬공감센터 건립 8억원, ▲벼 친환경단지 먹노린재 긴급방제 5억원, ▲수도사업소 청사신축 11억757만7천원 등이 전액 삭감되었다가 모두 예결특위에서 부활한 사업예산들이다. 일부 공유재산관리계획 수립 전 편성예산인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소위 ‘괘씸죄’에 걸린 사업들이다.
■ 예결특위는 '삭감예산 부활특위'
격론벌인 수정예산도, 법규위반 예산도 무사통과
영암군의회는 이처럼 상임위에서 예산을 대폭 삭감한 뒤 예결특위에서는 이를 되살리는 행태를 반복해왔으나 이번 회기에는 그 정도가 훨씬 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심지어는 “이제 영암군의회 예결특위는 계수조정이 아니라 ‘삭감된 예산 부활특위’로 불러야 한다”는 내부 비판까지 나올 정도였다.
실제로 두 상임위에서 무려 54억4천여만원을 삭감한 의원들은 예결특위를 열어 삭감예산에 대한 실·과·소별 설명을 들은 뒤 곧바로 예결특위 위원장실에서 계수조정에 나섰다.
이때부터 대다수 의원들은 상임위 심의과정에서 언제 삭감조서를 냈느냐는 듯 앞 다퉈 삭감된 예산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상임위 심의 때 담당 실·과·소장에게 인신공격성 면박까지 줘가며 질타했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자신이 삭감했던 예산까지 스스로 되살리는 적극성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특히 강찬원, 김기천 의원이 반대의사를 표시했던 ‘영암 농·축산물 입점보증금’ 5억원에 대해서도 의원들의 표결 등 추가적인 논의도 없이 그대로 증액해준 것으로 알려져, 집행부의 무계획적이고 즉흥적 행정행위에 영암군의원 모두가 적극 동조했다는 비난을 피하게 어렵게 됐다. 김기천 의원은 항의표시로 계수조정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과 지방재정법 등을 위반해 공유재산관리계획과 예산편성이 동시에 이뤄진 사업에 대해서도 상임위 심의에서는 전액 삭감해놓고 예결특위에서는 전액 부활하는 행태도 벌어졌다. 이들 사업의 경우 시급성이나 전후사정 상 어쩔 수 없는 사유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의회가 이를 눈감아줄 명분은 없었다는 지적이다. 원칙은 원칙이기 때문이다.
■ 의회 位相 증명한 '수정예산'논란
군수 말 한마디에 의원들 스스로 수정예산 총대
의회가 ‘영암 농·축산물 입점보증금’ 5억원을 제2회 추경에 넣기 위해 예결특위에서 계수조정에 앞서 의원 발의로 수정예산을 편성한 것을 놓고는 두고두고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우선 전동평 군수가 두 상임위의 예산심의가 끝나고 예결특위만을 남겨둔 전날 오후 5시쯤에야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관계자와 CY그룹 관계자 등 2명과 함께 의장실을 찾아 의원들을 불러놓은 자리에서 보증금 5억원의 긴급편성을 요구한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두 관계자를 대동할 자리가 아니었고, 담당과장과 함께 의회를 방문해야 했으며, 관련 자료 제출과 함께 예산을 반영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함께 강구할 것을 정중하게 요청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자리한 상황이고 보니 의원들은 누구하나 아무런 이의제기도 하지 못했다. 뒤늦게 예결특위에서 김기천 의원이 문길만 축산과장에 사과를 요구해 받아냈을 뿐이다.
결국 이번 수정예산 편성논란은 현재 영암군의회가 처한 위상을 스스로 증명한 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수정예산을 어떻게 제출할 것이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 와중에 유나종 의원이 전격적으로 수정예산 대표발의를 한 것은 영암군의회가 집행부와의 관계에서 어떤 위상을 갖고 있고, 어떤 역할을 해오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고도 할 수 있다.
농업법인에 소속된 한우농가 몇몇이 유통업체에 입점하는데 지자체가 보증금을 내야하는 상황에 대한 논의과정이 완전히 생략된 데다, 유사시 거액의 보증금 회수대책도 전무한 상황에서 군수의 말 한마디에 의원들이 솔선한 격이기 때문이다.
전 군수의 수정예산 편성 요구가 있은 뒤 집행부는 다음날 예결특위를 겨냥해 집중적인 의원 설득 작업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특히 축산업계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박영배 의원을 설득, 대표발의를 하기로 잠정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음날 오전 10시 30분 열릴 예정이던 예결특위를 앞두고 시작된 의원간담회에서는 격론이 벌어졌다. 강찬원, 김기천 의원이 의원발의 수정예산에 강력하게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나머지 의원들도 이에 적극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박영배 의원까지도 대표발의에 난색을 표시했다. 김기천 의원은 당연히 집행부가 수정예산을 제출해야 하고, 그것이 어렵다면 예산 확보가 시기적으로 어려운 만큼 영암군이 지급보증을 선 뒤 나중에 예산을 확보해 보증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자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집행부는 전산망 오류 등의 이유를 들며 의원발의 수정안 제출을 거듭 요청했다. 이에 대해 조정기 의장까지도 불가입장을 표시하며 의회의 입장은 정리되는듯했고, 점심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야 의원간담회는 끝났다.
그러나 의원발의 수정예산 불가입장은 일순간 정반대로 바뀌었다. 유나종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노영미 의원 등 2명이 가세해 수정예산을 제출하기로 했다는 얘기가 집행부로부터 전해졌고, 점심식사를 빨리 마친 뒤 오후 1시부터 예결특위를 개회한다는 방침이 정해진 것이다.

■ '중진 흉내 내는 초선들'…初心은 어디로?
초심잃고 중진흉내 예산심의권도 제대로 행사못해
수정예산이 편성된 ‘영암 농·축산물 입점보증금’ 5억원은 경제건설위원회가 전액 삭감했던 ‘벼 친환경단지 먹노린재 긴급방제 약제비 보상’ 편성목에 사업명만 바꿔 제출됐다. 이처럼 간단한 수정예산 발의라면 왜 집행부가 수정예산을 낼 수 없다고 항변했는지 의문이다.
하지만 강찬원 의원은 엉뚱하게도 ‘벼 친환경단지 먹노린재 긴급방제 약제비 보상’과 관련된 부서인 농업기술센터 소장을 질타하고 나섰다.
강 의원은 “예결특위의 예산심의도 끝나지 않았는데 멋대로 ‘벼 친환경단지 먹노린재 긴급방제 약제비 보상’을 지우고 ‘영암 농·축산물 입점보증금’을 써넣어도 되는 것이냐? 영암군 전체 농경지에 대한 병충해 방제예산이 5억원으로 해마다 이를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음에도 들어주지도 않더니, 친환경단지 방제예산은 약제비 보상 5억원에 긴급방제비 5억원 등 10억원이나 책정해도 되느냐? 친환경단지는 전체 벼 재배면적의 20%가량에 불과한 것 아니냐, 어떻게 방제비가 두배나 차이가 날 수 있느냐”며 한동안 질타했다. 심지어는 근거 없는 업체와의 결탁설까지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농업기술센터가 업무처리를 잘못한 점이 있다면 ‘벼 친환경단지 먹노린재 긴급방제 약제비 보상’의 편성목을 ‘201-01’(사무관리비)로 분류한 점 외에는 특별히 지적받을 잘못은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또 사무관리비로 분류한 것도 보조금 상한 등을 감안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강 의원은 친환경단지가 전체 농경지에서 차지하는 비율만 생각했지 친환경약제가 일반 약제보다 훨씬 고가여서 많은 예산이 필요한 점은 간과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강 의원은 의원발의 수정예산에 대한 분풀이를 엉뚱하게 농업기술센터에 한 셈이 됐다.
의회는 또 예산안과 함께 제출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에 대해서는 모두 원안 가결한 반면, ‘은적산 주차장 조성 부지 매입’ 3천2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 예산 또한 모두 통과시켰다.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과 지방재정법 등을 위반한 예산편성에 의회까지 동조한 셈이다.
의회가 이처럼 고유권한인 ‘예산심의권’마저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데는 초선의원이면서도 ‘중진’인양 착각하는 의원들이 태반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어떤 초선의원은 30년 이상 공직생활을 한 실·과·소장들을 불러놓고 훈계조의 질의를 하는가 하면, 또 다른 초선의원들은 해당 업무에 대한 파악조차 제대로 안된 경우도 보인다. 군수의 말 한마디에 수정예산 발의의 총대를 멘 의원 역시 초선이다. 김기천 의원이 그야말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지만, 홀로 의회의 위상과 권위를 일으켜 세우기에는 심히 역부족인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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