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는 그러나 과다 계상 논란을 빚은 '지역응급의료기관 운영지원' 예산 3억5천만원에 대해 의원간담회에 이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유나종 의원)에 상정해 집중논의를 벌이고도 원안가결 함으로써 8년만의 응급의료체계 복구에 군민들 부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결과가 초래됐다는 지적이다.
올해 3억5천만원 외에 제2회 추경예산 등을 통해 모두 6억3천만원을 확보해 영암한국병원에 지원할 예정이며, 내년부터는 4년 동안 매년 군비 8억4천만원과 의료기금 2억5천500만원 등 모두 11억여원을 지원할 계획이어서, 응급의료체계 복구에 5년간 60억원에 이르는 예산이 소요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예결위는 이에 앞서 지난 3일 각 상임위 삭감예산에 대한 본 심사에 나서 ▲재무과 일반승용차 구입 4천700만원 전액, ▲마한축제 지원 2억5천만원 중 2억원, ▲안전통합관리시스템 구축 2억원 중 5천만원, ▲삼호 수변공원 주변 경관 가로등 설치 2억원 중 8천만원, ▲군서면 성양리 일원 경관 가로등 설치 6천만원 중 3천만원을 각각 삭감해 본회의에 넘겼다.
■ 영암한국병원 응급의료 운영계획
보건소, 영암한국병원 운영계획 그대로 보고해 논란
응급의료 운영 5년간 군비부담 60억 육박 너무 과다
보건소 이국선 소장은 이날 예결위의 예산안 본 심사에서 영암한국병원 현황, 지역응급의료기관 운영에 따른 향후 계획, 영암한국병원 지역응급의료기관 운영 계획 등을 의회에 상세 보고했다. 사실상 처음이다.
반면 영암한국병원이 제시한 '지역응급의료기관 운영계획서'를 가감 없이 그대로 의회에 보고해 큰 아쉬움을 샀다. 병원 측의 운영계획서를 토대로 보건소 나름대로 지원계획을 마련해야 함에도 그런 흔적이 없어서다.
이에 따르면 영암한국병원은 지난해 11월 20일 외과전문의인 오남호(40) 원장이 개설했으며, 357병상(59실)을 운영하고 있다. 허가받은 진료과목은 18과로 이 가운데 현재 7과를 운영 중이며 직원 수는 의사 9명을 포함해 104명, 외래환자 수는 230여명, 입원환자 수는 213명(일반 60, 정신 153)이었다. 이 소장은 영암한국병원이 지난해 11월부터 2개의 수술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암한국병원 지역응급의료기관 운영계획에 대해 이 소장은 20병상 규모로 오는 4월부터 예정하고 있다면서, 필요인력은 모두 22명으로, 의사 4명, 간호사 7명, 간호조무사 3명 등과, 기타 야간 전담인력으로 방사선사 2명, 임상병리사 2명, 원무과 2명, 보안 2명 등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응급실은 의사 1명과 간호사 1명, 간호조무사 1명, 기타 인력 4명 등으로 24시간 운영하며, 야간전담은 오후 5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8시30분까지다.
이 소장은 특히 지역응급의료기관 운영에 따른 소요 예산은 4월부터 12월까지(9개월분) 총 20억1천916만원이며 이는 시설비 1억2천800만원, 장비비 4천860만원, 인건비 9억3천456만원, 기타 CT 장비 8억원, 응급병동 인건비 1억800만원 등이라고 보고했다. 영암한국병원의 자료다.
첫해인 올해는 이 가운데 31.2%인 6억3천만원을 군이 예산 지원하겠다는 것이며, 나머지 68.8%인 13억8천916만원은 영암한국병원이 응급실 진료 및 입원으로 발생하는 매출과 진료과 수입을 통해 조달한다는 것이 이 소장의 설명이었다. 역시 영암한국병원의 운영계획에 담겨진 내용 그대로다.
또 이미 제정된 '응급의료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른 비용추계도 영암한국병원의 운영계획서에 명시된 비용 그대로다. 이를 토대로 지역응급의료기관 운영지원 예산은 올해의 경우 군비로 6억3천만원을 지원할 계획이지만, 내년 2차년도부터 5차년도까지 매년 군비 8억4천만원과 의료기금 2억5천500만원 등 모두 10억9천500만원을 영암한국병원에 지원하게 된다. 5년 동안 무려 60억여원에 가까운 군민 혈세를 쏟아 붓겠다는 계획이다. 아무리 시급하고 절실한 응급의료체계의 복구라지만 군민 부담이 너무 눈덩이 불어나듯 불어난 것이다.
■ 예결특위 예산안심의 통과의례 불과
예결특위 특별안건 상정 불구 원안통과 '무능력' 지적
막대한 예산지원따른 응급실운영 사후관리대책은 제시
보건소가 영암한국병원의 응급의료 운영계획서를 가감 없이 그대로 보고했듯이 의회 역시 논란만 벌였을 뿐 결과적으로는 "군민의 안위가 최우선"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예산을 원안통과시킴으로써 견제능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유나종 예결특위 위원장은 "응급의료체계의 복구라는 막중한 일인 만큼 소관 상임위인 자치행정위원회가 아니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상정해 전체 의원들이 토론을 벌이기로 했다"면서도 보건소가 제출한 영암한국병원의 응급의료 운영계획서에는 아무런 이의제기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한 의원은 관련 예산을 심의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원장을 만나 얘기를 들었다"는 부적절한 처신까지 스스로 들춰가며 횡설수설하는가 하면, "심도 있는 예산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언론에는 병원 또는 집행부 입장만 옹호했다는 비판이 나올게 빤하다"는 발언까지 했다. 응급의료 운영계획서의 타당성을 따져 지원할 예산규모가 적절한지 규명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군민들의 반응에만 더 신경 쓴 것이다.
반면 박영배 의원은 질의를 통해 "영암읍에 응급실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타당하다. 하지만 지원예산이 인접 시·군에 비해 터무니없이 과다하다. 진도군의 경우 간호사 인건비로 연간 8천800만원, 완도군도 간호사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구례군은 1억원, 곡성군은 2억3천만원이다. 보건소장은 어떤 이유로 영암군이 이들 시·군보다 훨씬 많은 예산을 지원해야 하는지 의회를 설득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전혀 없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타 시·군은 이미 응급실을 운영 중인 병원에 지원하기 때문이며, 영암군의 경우는 운영이 중단되었다가 다시 개설하다보니 시설과 장비를 갖춰야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영암군과 같은 농어촌지역에서 의사를 초빙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이에 "지리적으로 영암군이 진도나 완도, 구례 등의 경우보다 교통이 편리해 의료진 영입이 더 쉬운 것 아니냐"고 반박하며 거듭 예산지원 타당성을 입증할 근거자료를 요구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더구나 이 소장은 영암한국병원이 20병상 규모로 무려 22명의 인력을 충원하고, MRI와 CT 등 의료장비를 확충해 새로 운영하겠다는 응급실에 인건비는 물론 시설비와 장비비까지 예산지원을 해야 하는 적절성에 대해 설명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유나종 위원장이 "22명의 인력으로 운영되는 응급실은 대형 종합병원에서나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잠시 따졌을 뿐이다.
김기천 의원은 질의를 통해 "영암한국병원이 크게 바뀌었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 병원을 찾는 환자도 많고 의사가 참 솜씨가 좋더라는 말이 나온다"면서, "응급의료기관은 경제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다. 영암한국병원이 응급실 운영을 재개한다니 군민들이나 의회 역시 기대가 크다. 영암한국병원 응급실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예산 지원의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김 의원은 그러나 "응급의료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에 따른 비용추계를 보면 내년부터는 군비 8억4천만원에다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금 2억5천500만원까지 모두 영암한국병원 응급실 운영에 쏟아 붓는다"면서, "의료기금은 응급의료 지원에도 쓰일 수 있지만 주된 용도는 일반 군민들의 건강유지를 위한 신장 투석 지원이나 심장충격기 지원 등에 사용되어야 할 예산이다. 기금을 모두 영암한국병원에 지원하면 이처럼 필요한 예산은 별도로 확보할 것이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보건소가 영암한국병원과 충분한 토론도 없이 예산지원을 결정한 것 같다.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는 만큼 세부적인 합의사항을 만들어야 한다. 응급실 운영에 따른 만족도나 친절도 조사, 응급환자 사후관리 등을 정밀 평가해 지원금액과 연동시켜야 한다. 전문기관에 용역을 의뢰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영암한국병원과의 협약서에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조건 아래 올 예산에 대해 승인하고 연말 평가결과를 토대로 추후 예산 지원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군민 반응은?
22명 인력충원에 CT 등 장비 구입·운영지원은 억지
군민들은 지역응급의료기관 운영지원 예산의 원안가결에 대해 "응급실 운영 재개는 환영할 일이지만, 지역의 작은 병원이 응급실을 운영하면서 무려 22명의 인력을 충원하고, CT 등 고가의 의료장비를 구입하는 비용은 물론, 운영비까지 군민들의 혈세로 지원해야 하는지는 따져보아야 할 문제"라는 반응이다. 내년부터 매년 11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는데 대해 의회까지도 그 필요성 내지 당위성을 규명해내지 못함으로써 군민들에게 의혹만 더욱 키운 꼴이다.
특히 지역의료계 한 관계자는 "5년 동안 60억에 이르는 막대한 지자체 예산 지원을 통해 응급실 운영을 재개하는 사례는 아마 전국적으로 보기 드문 경우일 것"이라면서, "내년 지방선거 등을 감안해 영암지역의 가장 큰 현안과제인 응급의료체계 복구를 서두르다보니 병원 측과 세밀한 협상이 생략된 것 같고, 의회가 이를 바로 잡아야 하는데 전문성이 없다보니 속수무책이었던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일부 군민들은 "지금이라도 의회가 보건소와 함께 팀을 구성해 응급실 운영을 위해 소요되는 비용규모와 적정한 지원 예산 규모, 사후관리방안 등을 조사 연구해야 한다. 특히 과거 영암병원이 경영문제로 원장이 수시로 바뀌는 등 홍역을 치렀고, 그때마다 응급실 운영이 파행을 겪었던 만큼 영암한국병원에 대해서도 경영상태 등 병원 운영 전반에 대해 군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일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