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민신문> 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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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군민신문> 팩트체크

대불산단 신속 PCR 검사가 전국 모범?

'선제적 조치' 명분에 중앙방역대책본부 '사용부적절'통보 진단 시약 사용

위탁검사업체와 뒤늦게 계약, 전남도 보조금 교부결정도 추후 이뤄져 물의

대불산단과 현대삼호조선소 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신속 PCR 검사에 대해 이를 추진한 전남도와 영암군이 “전국 모범” 또는 “방역과 경제활동 두 마리 토끼 잡기”라며 스스로 극찬했다. 또 지역신문을 비롯한 전국의 언론이 이를 그대로 게재하기도 했다.
반면 이에 대해 ‘코로나19 '신속 PCR 검사' 사용미승인 논란’이라는 제하의 비판 기사를 게재했던 <영암군민신문>은 두 기관의 지적대로 대불산단 신속 PCR 검사가 과연 전국 모범인지를 점검했다.
그 결과 영암군은 ‘선제적 조치’라는 명분을 앞세워 중앙방역대책본부로부터 사용이 ‘부적절하다’고 통보받은 진단 시약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는가 하면, 검사시행 전 업체와 계약도 체결하지 않은 채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전남도로부터 보조금 교부결정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성립 전 예산 사용 승인부터 받은 것으로 드러나는 등 중대한 하자가 지적됐다.
선제적 조치인 만큼 더욱 치밀하고 계획성 있게 접근해야 했으나 절차와 과정 모두 허점투성이로, ‘보여주기 식’에 그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 체외진단용 신속 PCR 논란
대불산단과 삼호산단 근로자 등 2만여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검사가 시작된 것은 지난 2월 22일부터다. 서울 소재 A사의 체외진단용 신속 PCR(A+CheQ COVID-19 High Speed RT-qPCR Detection Kit) 방식을 사용했다. 보건소 이국선 소장은 의회에 출석해 이날 하루 근로자 4천100여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2월 24일 중앙방역대책본부로부터 사용이 “부적절한 제품”이며, 더 나아가 “체외진단의료기기법에 따라 국내 정식허가 된 제품이 다수 존재하므로 정식허가 제품을 사용해 적극적인 선제검사를 수행”하라는 권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 여주시가 사용했다는 사실만 믿고 그대로 이용했다가 서울 송파구가 한시적 허가면제 제품임을 확인했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사용을 중단하고 이튿날인 2월 2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질의한 결과다.
특히 중앙방역대책본부의 회신내용은 “전국 모범”이라는 평가와 상반된다. 회신은 A사의 체외진단용 신속 PCR 방식은 ‘응급환자 선별검사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제한해 긴급사용승인 된 제품’이고, ‘일반인 대상 선제검사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긴급사용 승인된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부적절하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응급환자는 중증응급환자나 6시간 이상 지연할 수 없는 응급수술이 필요한 중증응급의심환자 또는 분만 대상자 등을 말한다. 아무리 선제적 조치라고 하나 산업단지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사용해서는 부적절하다는 방역당국의 지적인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전남도는 이 같은 사실은 쏙 뺀 채 보도자료를 내 ‘신속 PCR 검사는 지난해 말 경기 여주시가 도입한 것이다. 진단 정확도가 높은 PCR 검사 방식과 진단 결과가 빨리 나오는 신속항원검사의 장점을 합친 것으로 검체 채취에서 결과 판독까지 1시간 반이면 끝난다. 검체 채취가 기존의 코·목(비인두도말)이 아닌 침(타액) 채취 방법이어서 검사 대상자의 불편을 줄이면서도 한 번에 최대 94명까지 판독이 가능하다’면서, ‘대불산단과 삼호조선소 근무자 1만6천여명을 대상으로 추진한 찾아가는 신속 PCR 검사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부터 적극방역 우수사례로 소개됐다’고 자화자찬했다.
영암군도 조금 내용을 바꿔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에 도입한 신속 PCR검사는 기존 PCR 방식과 동일한 비인두(코, 목)에서 검체를 체취해 신속하게 현장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허가제품을 사용해서 검사를 실시했고 상황에 따라 민간업체 수탁 의뢰와 현장 검사로 짧은 시간에 많은 인원을 동시에 신속한 결과 확인이 가능했다’면서, ‘검사결과 감염률 제로로 무증상자를 사전에 검사해 집단감염을 신속 차단하는 효과를 높였다“고 자찬했다. 다만 문제가 된 검사방식에 대해서는 언급 없다. 반면 전남도 보도자료와 비교하면 문제가 된 검사방식이 변경됐음을 인정하고 있다.
한편 보건소는 중대본으로부터 부적절한 제품이라는 통보를 받은 뒤인 2월 25일 A사에 진단시약 변경을 요청했고, 유전자(PCR) 정식허가제품 12개 가운데 하나인 K사의 제품으로 변경했다. 이를 통해 내국인 근로자 1만4천72명, 외국인 근로자 1천787명 등 총 1만5천859명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다.
그렇다면 영암군보건소는 왜 A사 제품을 사용했을까? 이에 대해서는 전남도 간부공무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설이 파다하다. 앞서 중대본의 회신에 의하면 ‘코로나19’ 감염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체외진단의료기기법에 따라 국내에 정식허가 된 제품이 다수 있음에도 이들 정식허가제품은 외면한 채 긴급사용승인을 받았을 뿐인 A사 제품을 사용한 것은 이 간부의 적극적인 추천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 행정절차 무시 계약 등은 주먹구구
이 때문인지 영암군보건소는 A사 제품을 사용해 진단검사를 시작한 이틀 뒤인 24일에야 ‘신속 PCR(응급선별) 위탁검사’ 계약(계약금액은 3억6천900만원)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약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위탁검사에 나선 것이다. 또 위탁검사를 체결한 A사의 진단시약이 정식허가제품이 아니어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선제적 검사에는 부적절하다는 통보를 받은 날 계약을 체결했다. 결과적으로 보건소는 A사와 계약도 체결하지 않은 상태로 한시적 허가면제 제품에 불과한 시약으로 근로자들의 ‘코로나19’ 감염여부 검사를 실시한 것이다.
성립 전 예산사용과 관련된 행정절차도 무시됐다.이번 대불산단 및 삼호산단 근로자들에 대한 ‘코로나19’ 진단검사에는 총 사업비 4억원이 소요됐다. 도비 2억원, 군비 2억원 등이다.
이에 따라 영암군은 지난 제280회 의회 임시회 때 이 예산에 대한 성립 전 사용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전남도의 보조금 교부는 이보다 한참 후인 3월 2일 이뤄졌다.
‘성립 전 사용예산’이란 사업용도가 지정되고 소요경비 전액이 교부된 특별교부금이나 보조금 등의 경비와 재난구호 및 복구와 관련해 교부된 경비에 대해 의회의 예산 승인 전에 자치단체장이 예산을 집행한 후 다음 추경예산에 계상해(성립 전 예산임을 명시) 의회의 승인 절차를 거치는 제도를 말한다. 즉 지방재정법 제45조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이미 성립된 예산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추가경정예산(追加更正豫算)을 편성할 수 있다’고 정하고, 다만, ▲시·도의 경우 국가로부터, 시·군 및 자치구의 경우 국가 또는 시·도로부터 그 용도가 지정되고 소요 전액이 교부된 경비와 ▲시·도의 경우 국가로부터, 시·군 및 자치구의 경우 국가 또는 시·도로부터 재난구호 및 복구와 관련하여 복구계획이 확정 통보된 경우 그 소요 경비 등에 대해서는 추가경정예산의 성립 전에 사용할 수 있으며, 이는 같은 회계연도의 차기 추가경정예산에 계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영암군은 전남도로부터 보조금을 교부 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예산을 이미 집행해버렸다. 긴급을 요하는 ‘코로나19’ 선제적 검사를 위한 예산 집행이라고 강변할 수 있으나, 대불산단이나 삼호산단에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는 상태였거나 그 징후가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더구나 전국적으로도 산업단지마다 선제적 검사가 이뤄지는 단계가 아니었던 점에 비추면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다시 말해 이번 대불산단과 삼호산단 근로자들에 대한 ‘코로나19’ 선제적 검사는 처음부터 ‘코로나19’ 확진 진단용이 아닌 보조적 수단에 불과한 진단시약을 사용하는 오류가 빚어졌을 뿐만 아니라, 선제적 검사 과정에서도 계약에서부터 예산 집행에 이르기까지 주먹구구식이거나 행정절차가 무시되는 등 보여주기 식 전시행정에 그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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