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 인사에 '마'가 끼었다"…새해 정기인사 놓고 뒷말 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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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군 인사에 '마'가 끼었다"…새해 정기인사 놓고 뒷말 무성

새해 1월 1일 자로 단행된 영암군 정기인사의 회오리가 심상치 않다. 뒷말도 무성할뿐더러 다수 공직자들은 "일할 의욕을 잃었다"고 까지 말한다. 심지어는 "영암군에 마가 끼었다"는 말로 새해 정기인사를 평가하는 이들도 많다. 민선 6,7기 통틀어 열다섯 차례 단행된 인사 가운데 사상 최악의 인사라는 혹평까지 나온다. 인사권자의 원칙 없는 인사도 문제지만 일부 공직자들의 도가 넘는 청탁행위도 스스로 품격을 떨어뜨렸다. 인사권자의 선거법위반 사건을 덤터기 쓴 공직자들에 대한 보은인사도 노골적이다.
"마가 낀 인사" 自嘲, 능력 서열 등 전부 붕괴
문길만 소장. 2014년 7월 기업도시사업소장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사무관으로 승진했다. 민선6기 전동평 군수 취임 후 첫 사무관 승진 대상이었다. 군청 내에 몇 안 되는 7급 공채 출신이다. 기획팀장과 예산팀장 등 이른바 핵심 요직을 거쳤고, 2009년 도시경관팀장으로 근무 당시에는 영암군의 랜드마크인 '월출산 氣찬랜드'라는 이름을 창안했다. 아이디어를 내 받은 상금은 군민장학기금으로 기탁했다. 올해로 사무관으로 승진한 지 7년 6개월째, 새해 정기인사로 한직인 문화시설사업소장에 임명됐다. 내년 말 공로연수까지 2년 남았다.
마인구 읍장. 2017년 7월 사무관으로 승진했다. 소수 직렬인 '공업직'으로, 전 군수가 단행한 승진인사였으나 이를 놓고도 온갖 뒷말이 무성했다. 삼호읍장을 거쳐 수도사업소장에 기용됐으나 부하직원들과의 화합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대불산단관리사업소장으로 밀려났다. 올해로 사무관으로 승진한 지 4년 6개월째. 서기관 승진을 위한 4년 경과규정을 겨우 넘겼고, 새해 정기인사로 서기관으로 승진해 삼호읍장에 기용됐다. 군청 안팎에서 무려 6개월 전부터 나돌던 승진설이 사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내년 말 공로연수까지 2년 남았다.
부하직원들과의 화합도 능력이라면 일단 제쳐두자. 이들 둘을 서열로 따지면 비교도 안 된다. 공직자로서 보여준 업무능력 또한 차이가 크다. 아니, 마 읍장의 경우는 비교할 근무경력조차 마땅치 않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에서 마 읍장의 서기관 승진은 '인사 慘事'다. 그렇다면 문 소장은 왜 서기관 승진대상에서 밀려났을까? 전 군수가 든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일반행정직과 기술직의 '안배'다. 이 때문에 무려 3년 먼저 사무관으로 승진한 문 소장을 비롯한 많은 과장급 공직자들이 제쳐졌다.
현재 군 공직자들의 직렬은 일반행정직이 절대다수다. 당연히 승진 기회가 기술직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기술직은 농업직, 토목직, 건축직 등으로 승진할 부서가 따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전 군수는 그동안의 인사에서 기술직인 특정인을 승진시키려 할 때마다 이 '안배'라는 잣대를 들이댔다. 그야말로 희귀 직렬이고 승진대상으로 전혀 거론된 적 없던 마 읍장이 사무관으로 승진할 때도, 이번에 서기관 승진 때도 그랬다. 심지어는 불과 1년 6개월 전 있었던 서기관 승진인사 때 정제기 영암읍장에게도 적용했다. 이때도 무성한 뒷말을 잠재우는 '전가의 보도'였다. 두 인사의 특징은 또 있다. 두 사람 모두 사무관 승진 때 이미 서기관 승진까지 보장받았다는 설이 떠돈 점이다. 사실인지 확인할 근거는 없으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고 묻는 이들이 많다.
이처럼 인사 때마다 행정직과 기술직의 안배라는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이 아니라 특혜라는 안팎의 지적이 우세하다. 우선 두 직렬의 비율이 비교도 안 된다. '안배'를 하는데도 정도껏 해야 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1년 6개월 전 이 잣대를 썼다면 이번 인사에서는 행정직을 고려하는 것이 바로 '안배'라는 지적이다.
어쨌든 마 읍장의 기용으로 서기관 승진대상이었던 문 소장을 비롯해 올해 또는 내년 공로연수에 들어갈 많은 과장급 공직자들이 승진을 포기해야 한다. 이는 덩달아 6급 이하 행정직 공직자들에게도 연쇄적인 효과를 미칠 수밖에 없다. 많은 공직자들이 "영암군 인사에 마가 끼었다"고 혹평하며 자괴하는 이유다.

'주요 보직 아니면 면장' 철저한 선거 대비 인사
임채을 과장도 서기관 승진 꿈이 물거품 된 채 내년 말 공로연수를 기다려야 하는 공직자 중 한 명이다. 문 소장처럼 7급 공채 출신이다. 2016년 1월 사무관으로 승진했다. 마 읍장에 비해 1년 6개월이나 빠르다. 더구나 농업정책팀장, 행정팀장 등 핵심 요직을 거쳤다. 군청 내 가장 업무가 많고 복잡다단하기로 소문난 투자경제과장을 맡고 있다. 마 읍장의 서기관 내정설이 일치감치 떠돌고 때마침 S면장이 본청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설도 있고 해서 남은 공직생활을 일선 면사무소 근무로 마무리하고 싶어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전 군수의 뜻이 달랐기 때문이다. 임 과장에게는 투자경제과장의 중책을 맡길 마땅한 적임자를 찾기 어렵다며 6개월 더 맡아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진다. 본청으로 자리를 옮기고 싶어 했던 S면장은 갈 자리가 주요 보직(총무 또는 재무과장)이 아님을 뒤늦게 알고 잽싸게 '없던 일'로 유턴했다. 면장으로 자리를 옮겨 보려던 생각은 이로써 허망해졌다.
'본청의 주요 보직이 아니면 면장을 해야겠다'는 분위기는 민선 6,7기 영암군 인사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젊은 사무관들이 승진과 함께 면장 발령만을 원한다. 전 군수 스스로 "면장은 금값"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오로지 재선, 3선만을 겨냥한 인사 관행의 산물이다. 특히 새해 정기인사에서는 6월 치러질 지방선거와 맞물려 철저한 '선거관리용' 면장인사가 이뤄졌다는 소문이다. 내 사람이 아니면 철저히 내쳤다는 소문도 들린다. 심지어 'A면 사람들이 군수를 면담하고 가면 다음 날 A면장이 바뀐다'는 지적도 나왔다. 본청에서 일할 마땅한 인물이 안 보인다는 것은 핑계였다.
너도나도 인사청탁 자고나면 바뀐 뒤죽박죽 인사
현재 읍·면장 중 태반은 전 군수가 이른바 '서열과 능력을 감안해 발탁한 젊은 인재들'이다. 정상적인 조직이라면 가급적 본청 과장으로 기용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게 하고, 유능한 후배 공직자들을 길러내게 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군수가 능력 있다며 승진시켜 놓은 이들을 정작 본청 과장으로 기용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할 사람이 안 보인다'고 해놓고 읍·면장 자리에는 애지중지 고정 배치했다. 이들 중 다수는 이른바 '전핵관(전동평 군수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된다. 밤마다 모처에 함께 모여 언론보도를 평가하며 내편네면 편 가르기 하고 대책을 세운다는 소문까지 무성하다.
읍·면장 기용은 철저하게 해당 지역유지들의 의견을 존중해 이뤄졌다는 소문이 들린다. 인사를 앞두고 유지들이 군수 면담을 하고 나면 인사내용이 바뀌는 이유였다. 자리를 계속 지키려는 면장도, 고향 면장으로 자리를 옮기려는 면장도, 너도나도 자기 부인은 물론이요 지역유지들을 동원해 인사청탁을 일삼았다. 이 과정에 철저하게 보안이 지켜야 할 인사명단이 곳곳에 떠돌았다. 또 그 결과 인사위원회가 열리기 바로 전까지도 설왕설래를 거듭한 것이 이번 인사였다.
이처럼 공공연한 인사는 인사 청탁을 공공연히 자행하라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이번 새해 정기인사에서도 이미 짜진 인사가 인사청탁 때문에 흐트러지고, 한 사람 '튀고 보자'는 욕심에 묵묵히 맡은 바 소임을 충실하게 수행해온 많은 동료 공직자들이 그 '유탄'에 맞아 뜬금없이 자리를 옮겨 다니느라 극도의 상실감과 함께 공직에 대한 회의감에 빠져들고 있다. 반면 승진하기 쉬운 보직, 군수 눈에 잘 띄는 자리만 찾았던 공직자들은 이번 인사에서도 승승장구 내지는 자리보전에 성공했다.
우려스러운 지방선거 겨냥 정치적 인사의 '뒤끝'
군의 향후 서기관 승진인사는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2년 뒤에 예정되어 있다. 그 사이 현재 본청 과장 상당수가 승진의 꿈을 포기한채 공로연수 등의 형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다. 그로부터 1년 뒤면 1965년생들까지 모두 퇴직한다. 이들은 모두 지금의 영암군청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과 2∼3년 뒤이면 세대교체가 이뤄진다.
하지만 지금 구도대로라면 이들을 대신할 과장급 공직자들이 마땅치 않다. 모두 면장으로만 떠돌았으니 주요 직책을 맡을 능력이나 경력도 부족하다. 더욱 심각한 일은 능력 있는 후배 공직자들을 키워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7급 공채 출신들에 대한 홀대는 합격과 동시에 상급기관인 전남도 전출을 부추기고 있다. 그나마 남은 이들은 우대는커녕 '뒤치다꺼리' 같은 일만 하느라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다. 승진하기 편한 자리, 요직, 군수 눈에 잘 띄는 자리는 엄두도 못 낸다. 이 때문에 군청 안팎에서는 2∼3년 후 영암군청은 '식물 조직'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점점 팽배해지고 있다. 민선6,7기 잦은 인사 참사가 초래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영암읍장으로 승진한 총무과장은 자신과 함께 근무할 이들을 미리 챙겼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어떤 면장은 지역농협 조합장과 다툼이 있어 한직으로 밀려났다는 소문도 떠돈다. 자기 식구(?)인 면장보다 선출직 조합장이 선거에 도움이 될 것임이 자명해서일 것이다. 인사권자가 책임져야할 선거법위반사건을 덤터기 써 고통받던 몇몇 공직자에게는 보직으로 보은했다. 계속 덤터기를 써달라는 뜻임이다. 이때문일까. 새해 정기인사가 끝난 군청 안팎에 그야말로 악취가 진동한다. 사무관들은 일선 면장으로, 하위공직자들은 승진하기 편한 자리, 군수 눈에 잘 띄는 자리로 옮기기 위해 욕심껏 고군분투하며 쏟아낸 진땀이 썩어 나는 냄새다. 종합청렴도는 2등급이지만 공직자들 스스로 평가한 내부청렴도는 4등급이다.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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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군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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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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