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민속씨름단 존치 및 투명한 운영' 결정 의의 및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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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군민속씨름단 존치 및 투명한 운영' 결정 의의 및 전망

공론화위원회 권고 수용 형식 불구 공론화 과정 자체 객관성 및 공정성 결여 심각

막대한 예산 투입 따른 씨름단 부정적 인식 일소 역부족 국·도비 확보대책도 주목

존·폐의 기로에 섰던 영암군민속씨름단이 '존치' 결정이 내려졌다. '투명한 운영'이라는 조건이 붙었다.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는 형식을 취했으나,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전·후해 씨름단 운영에 매우(?) 부정적이었다가 취임 후 급속한 태도 변화를 보인 우승희 군수였음을 고려할 때 예상했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 영암군민속씨름단 공론화 추진현황
작년 11월 구성되어 가동에 들어간 '영암군민속씨름단 운영 공론화위원회'(위원장 정기영 세한대 교수)는 올 1월 27일까지 모두 6차에 걸친 회의를 가진 것으로 돼 있다. 갈등관리분야, 조사통계분야, 체육분야 등 각 분야별 전문가 5인과 지역사회 대표 2인 등 모두 7명으로 꾸려진 공론화위원회는 이 같은 활동 결과를 토대로 '존치 및 투명한 운영' 결정을 내리는데, 그 배경에는 두 차례의 군민 대상 설문조사와 군민참여단의 숙의 워크숍 및 토론회 결과가 있다.
우선 군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1차(12월 8∼11일까지 518명 대상 조사)의 경우 '씨름단 운영이 잘 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51.5%, '씨름단 운영이 잘 안 되고 있다'는 부정적 의견이 48.5%로 나타났다.
또 2차(12월 19∼21일까지 500명 대상 조사)의 경우 긍정적 의견 52.1%와 부정적 의견 47.9%의 비율로, 두 차례 조사 모두 씨름단 운영이 잘 되고 있다는 긍정적 의견이 약간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군의 해명과는 달리, 설문조사가 두 차례 실시된 것은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었다. 1차 조사가 표본선정에 있어 11개 읍·면별 인구 가중치, 특히 삼호읍 인구가 영암읍 인구보다 많음에도 가중치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공론화위원회 위원들의 이의제기에 따른 것이다. 여기엔 씨름단에 대해 영암읍은 '부정적', 삼호읍은 '긍정적'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치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중치를 적용한 2차 조사 결과에서도 1차 조사 때와 거의 유사한 결과가 나왔고, 따라서 오차범위 등을 고려할 때 두 차례 조사 결과 모두 씨름단 지속 운영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찬반을 가릴 적정한 자료라고 할 수 없었다.
군은 설문조사가 두 차례 실시된 데 대해 1차 조사는 ‘무작위 표본추출’, 2차 조사는 ‘인구분포 비례’라고 해명했으나 설문조사 과정상의 문제점을 덮긴 역부족으로 보인다.
1차 설문조사의 찬반 여론의 주요 원인에 대해 찬성은 ▲영암군 홍보 및 브랜드 가치 상승, ▲대회 유치 등 파급효과, ▲지역 특산물 홍보 때문이라고 밝혔고, 반대는 ▲경제적 파급효과 미비, ▲지역 관광객 유치 효과 미비, ▲지역민 체험효과 미비, ▲군민과 함께하는 씨름단 인식 부족 때문이라고 밝혔다.
2차 설문조사 역시 찬성은 ▲영암군 홍보 및 브랜드 가치 상승, ▲지역 특산물 홍보, ▲많은 수상 실적 때문이며, 반대는 ▲지역 특산물 홍보 효과 미비, ▲지역 관광객 유치 효과 미비, ▲과다 운영비 사용, ▲지원금액의 적정 사용 여부 등 관리 감독 부족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군은 보도자료를 통해 "결과적으로 군민의 의견은 공론화 과정 중 2번의 설문조사에서 ‘씨름단 운영이 잘 안 되고 있다’라는 의견이 약 48%로 나타난 것으로, 운영이 잘 안 되고 있다는 의견이 곧 해체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앞으로는 더욱 효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라는 뜻으로 보여진다"고 해석했다. 씨름단의 존속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해놓고 찬성여론뿐만 아니라 반대여론까지도 ‘존치의사’로 판단한 것이어서 지나친 아전인수식 해석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씨름단 존속 여부에 대해 군민 설문조사 결과가 별 다른 판단기준이 되지 못함에 따라 군민참여단의 숙의 워크숍 및 토론회 결과에 관심이 모아졌으나 연령별 인구비율을 감안한 군민참여단 구성이 20,30대 청년층의 참여 부족 때문에 지연되는 등 파행부터 겪었다.
가까스로 구성된 군민참여단의 두 차례 숙의 워크숍 및 토론회 결과, 1차(1월 17일 47명 참여)에서 '씨름단 유지' 70.2%(33명), '씨름단 해체' 29.8%(14명)의 결론이 나왔고, 2차(1월 19일 39명 참여)에서도 유지 74.3%(29명)와 해체 25.6%(10명)의 결론이 나왔다.
공론화위원회는 이에 군민 설문조사 결과와 군민참여단 숙의 워크숍 및 토론회 결과 모두 긍정적 의견이 앞선다고 보고 '영암군민속씨름단 지속 운영' 결론을 내린 것이다.
■ 영암군민속씨름단 공론화의 문제점
반면 영암군민속씨름단에 대한 공론화가 진행되는 동안은 물론 그 전에도 공정성을 저해하는 일들이 버젓이 벌어져 최종 결론에도 불구하고 씨름단을 둘러싼 논란은 완전 해소가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영암군민속씨름단의 존치여부를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기로 한 것은 지난해 8월 말이다. 우승희 군수 주재로 현안업무토론회를 열고 씨름단의 존치여부에 대해 전문수행기관을 선정해 공론화에 나서 설문조사 및 군민참여단 토론 등을 거쳐 11월 중 최종 정책결정을 내리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상적으로라면 씨름단의 훈련장이 포함된 '삼호 어울림 문화체육센터 건립' 공사도 씨름단 존치여부 결정 때까지 잠정 중단될 수밖에 없게 됐다.
씨름단의 운영에 대한 공론화 추진은 ▲2017년 현대삼호중공업으로부터 현대코끼리씨름단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군민여론이 배제된 데다, ▲창단 이후 과도한 예산 투입에 따른 운영 성과에 대해 끊임없는 논란이 제기되어 왔고, ▲'프로씨름단'을 그대로 인수하다 보니 학교체육과의 연계 등 지역사회 파급효과나 수용성이 낮아 군민의견을 수렴해 운영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취지였다.
특히 우승희 군수의 영암군수직인수위원회인 '민선8기 혁신영암준비위원회'는 백서(白書)에서 "영암군민속씨름단은 인수 시기부터 계속된 이견으로 존치 여부와 관련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단원의 등급산정기준이 세부적이지 못하고 포괄적이어서 주관적 평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기준이다. 연봉산정기준표도 2016년 말의 것으로 올해의 계약기준이 확인되지 않는다. 향후 주민 여론과 향우 등의 여론을 감안해 존치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객관적 판단을 위해 공론화를 추진해야 하고, 공론화 과정까지 씨름단을 유지하되 운영 방법에 대한 방안도 함께 수립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군은 이에 따라 곧바로 사업비 5천만원을 투입, '영암군민속씨름단 운영 공론화 용역'을 공고했고, 전문수행기관을 선정해 공론화 작업에 착수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긴급히 기획감사실 용역비를 끌어다 쓰는 과정에서 의회와 협의를 생략하는 등의 문제점이 불거진 것 외에는 별다른 논란은 벌어지지 않았다(실제 의회는 이를 인지하지 못한채 넘어갔다).
하지만 공론화 작업이 차일피일하면서 작년 11월에야 공론화위원회가 꾸려져 당초 연말로 예정된 최종 정책 결정은 해를 넘겼다. 파행의 시작이었다. 또 영암군민속씨름단의 훈련장을 신축해 쾌적한 훈련장소를 제공,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도모하고, 지역주민을 위한 생활문화센터를 함께 건립해 삼호읍민들의 정주여건을 개선하려는 취지를 담은 ‘삼호 어울림 문화체육센터’는 당초 공사 중단 전망을 깨고 아무 영향없이 계획대로 진행됐다. 자칫 씨름단의 해체로 결론이 날 경우 삼호 어울림 문화체육센터는 사업 규모가 대폭 축소됨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사업 자체의 전면백지화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황이어서 아찔한 경우였으나 군수 이하 누구도 의문이 없었다.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되기 전은 물론 활동기간에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저해하는 일들이 아예 버젓이 벌어졌다. 우 군수와 일부 실·과장, 강찬원 의장을 비롯한 의원 대부분이 지난해 9월 경남 고성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2022 추석 장사씨름대회’에 참석해 영암군민속씨름단을 열렬히 응원했고, 그 모습을 보도자료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우 군수는 정례조회 등에서 군정혁신방안을 설명하는 자료에 아예 씨름단 사진까지 즐겨 넣을 정도였다.
특히 의회는 ‘영암군의회, 영암군민속씨름단 현지 축하 격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강찬원 의장을 비롯한 6명의 의원들이 영암군민속씨름단 선수들을 격려했고, 경기 내내 열띤 응원과 함께 한라장사에 오른 최성환 등을 축하하고, 그동안 탁월한 지도력으로 영암군민속씨름단을 이끌어 온 김기태 감독과 윤정수 코치 등 선수단을 격려했다’고 홍보했다.
특히 강찬원 의장은 “코로나19 재확산과 쌀값 폭락, 지역경제 침체 등 어려운 상황에서 큰 성과를 이뤄내 추석 기간 동안 6만 군민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며, “앞으로도 모래판에서 영암군의 위상을 드높이는 훌륭한 경기를 펼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의회가 함께 제공한 사진에는 응원 문구가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고 각각 응원 피켓을 든 의원들의 모습이 담겨있으며, 군이 낸 보도사진에는 우승희 군수와 실·과장들까지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에 군청 및 의회 안팎에서는 우 군수가 이미 씨름단 지속을 염두에 두고 있고, 어떻게 활용할지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해지기 시작했다. 강찬원 의장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 역시 씨름단 지속 운영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듯한 입장으로 변해갔다.
급기야는 지난해 10월 24일 대한씨름협회(회장 황경수)와 '위더스제약 2023 설날장사씨름대회' 개최와 관련한 업무협약까지 체결했다. 군은 "2019년 추석장사씨름대회를 3만여 관중이 영암실내체육관을 메운 가운데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다"면서, "4년 만에 개최하는 메이저 대회인만큼 내실있게 대회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공론화위원회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상황이고, 특히 군민참여단의 숙의 워크숍과 토론회가 열리던 시기에는 영암실내체육관에서 설날장사씨름대회가 펼쳐졌다. 많은 경품을 내걸며 군민 참여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분위기까지 만들었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공론화의 의도는 처음부터 없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배경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씨름단의 존폐를 묻는 공론화가 진행중에 입장이 바뀌어 존폐보다는 운영방안개선이 더 타당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면 공론화를 즉각 중단하고 군민들에게 이를 설명하는 것이 '혁신'을 구호로 내건 영암군정에 걸맞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우 군수는 이번 공론화의 결론이 숙의민주주의를 통한 결정이었다고 강변하나, 내실을 따지면 매우 미숙하고 군민을 기망한 숙의민주주의일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당초 씨름단을 둘러싼 논란을 불식하기보다는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만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고 할 수 있다.
■ 공론화 후의 영암군민속씨름단
2017년 현대삼호중공업이 운영하던 '현대코끼리씨름단'을 그대로 인수해 운영되고 있는 영암군민속씨름단은 2019년 존폐의 기로에 선 적이 있다. 관련 조례에 씨름단 운영기한을 2019년 말로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논란 끝에 ‘유효기간’을 삭제한 조례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하기는 했으나 씨름단 운영에 따른 막대한 예산은 도마위에 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는 군이 씨름단 지속 운영의 근거로 삼기위해 (사)한가람경제연구소에 의뢰한 '영암군민속씨름단 운영효과분석용역'보고서도 "문체부, 전남도, 대한씨름협회 방문을 통해 각종 국·도비 지원사업 신청 및 지원금 확보를 통해 군비 부담을 최소화하고, 씨름단의 효율적 운영을 통한 예산 절감이 필요하다"고 지적할 정도였다.
실제로 씨름단 운영비는 2017년 17억2천600만원을 시작으로 2018년 17억6천200만원, 2019년 16억100만원, 2020년 18억9천200만원, 2021년 15억9천770여만원, 2022년 21억5천320만원이 편성됐다. 6년 동안 무려 100억원이 넘는 군비가 씨름단 운영비로 투입됐다. 규모나 사용처가 불분명한 각계 후원 및 격려금이 막대했음을 감안하면 엄청난 비용이 투입된 셈이다. 그럼에도 씨름단 인수 당시인 2017년 국비 4억원과 도비 3억원이 지원됐으나 그때뿐이었고, 국·도비 지원은 전무했다.
우 군수가 씨름단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 가칭 ‘영암군민속씨름단 기금’ 설치를 거론하고 국·도비 확보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힌 것은 바로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까닭이다. 하지만 이를 포함해 우 군수가 밝힌 씨름단의 투명한 운영방안은 그동안 씨름단 운영을 둘러싼 모든 부정적 요인들을 일거에 개선하겠다는 것이어서 과연 실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우 군수가 3년마다 씨름단 운영 평가를 하겠다고 밝혔으나 그 방법이 이번 공론화 과정과 같아서는 지방권력이 교체될 때마다 씨름단 운영은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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