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제1회 추경예산안은 '연구용역'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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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제1회 추경예산안은 '연구용역'용?

관광진흥계획 기찬랜드 개발 종합계획 등 1천만원 이상만 20여건 무더기 편성

민선8기 2년 차 불구 여전히 계획수립 중…월출산 관련 용역은 '낭비' 지적도

2023년 본예산 대비 834억7천만원(13.01%)이 늘어난 7천248억5천만원 규모의 제1회 세입·세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영암군의회(의장 강찬원)의 심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1천만원 이상 연구용역 예산이 무려 20여건 넘게 무더기로 편성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들 연구용역 중에는 법정 용역으로 당연히 추진해야 할 업무도 있으나 월출산 활용 관련 연구용역의 경우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민선 8기가 출범했다는 점에서 연구용역이 많은 것은 이해되나, 이미 2년 차로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사업추진도 모자랄 판에 여전히 계획 수립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영암군민신문>이 파악한 제1회 추경예산안에 편성된 1천만원 이상 연구용역은 ▲영암군 관광진흥계획 수립 7천만원, ▲기찬랜드 개발 종합계획 수립 3천만원, ▲영암읍 천황사지구 관광개발사업 타당성조사 및 마스터플랜 용역 1억원, ▲마한 상징조형물 디자인 용역 1천700만원, ▲트레이닝센터 조성사업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조사 용역 2천500만원, ▲체육인 합숙소 조성사업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조사 용역 2천500만원, ▲씨름단 굿즈 디자인개발 용역 2천200만원, ▲세계도자기엑스포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조사 용역 2천500만원, ▲천연염색전시체험관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본인증 용역 1천만원, ▲삼호읍 상설시장 입지선정 및 기본계획 용역 5천만원, ▲신규농공단지 입지 타당성조사 용역 6천200만원, ▲남생이 생태공원 조성 기본계획 및 타당성조사 용역 1천900만원, ▲대한민국 국립공원박람회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 5천만원, ▲영암군 환경계획(2024∼2040) 수립 용역 6천만원, ▲농산물 전문유통법인 설립 타당성 검토 용역 5천만원, ▲영암군 대표 먹거리 브랜드 개발 용역 1천870만원, ▲국도13호선 영암교차로 개선공사 기본계획 용역 2천500만원, ▲영암∼순천 고속도로 학산TG 개선 기본조사 용역 2천500만원, ▲영암 행정복합타운 기본계획 및 타당성조사 용역 2천200만원, ▲월출산 온천보호지구 정기온천자원조사 용역 2천200만원, ▲영암군 공공디자인 진흥계획 수립 용역 1억2천만원(당초 7천만원에 5천만원 증액), ▲특화상점가 디자인 개발 용역 5천만원, ▲도시재생 스토리텔링 용역 5천만원 등이다. 무려 23건에 용역비는 10억여원에 이른다.
물론 이들 용역 가운데는 '천연염색전시체험관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본인증 용역'이나 '월출산 온천보호지구 정기온천자원조사 용역' 등 법적으로 당연히 추진해야 할 업무도 있다. '세계도자기엑스포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조사 용역'의 경우처럼 강진군을 비롯한 전남 4개 지자체의 공동추진에 따른 업무도 있다. 그러나 일부 연구용역은 남발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영암읍 천황사지구 관광개발사업 타당성조사 및 마스터플랜 용역'으로, ▲침체되어 있는 월출산국립공원 일원 천황사지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최신 트랜드에 맞는 새로운 감성+체험 관광시설물 도입을 추진하고, ▲월출산국립공원을 중심으로 관광개발사업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전체적인 목표 설정을 통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를 추진하겠다는 취지라고 군은 밝히고 있다. 용역비는 1억원으로 월출산국립공원, 월출산 스테이션F 조성사업과 연계한 다양한 관광체계 구축을 통한 관광객 증가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은 2020년 6월 '월출산 100리 둘레길 생태경관 조성 주변개발 기본계획' 용역을 추진한 바 있다. 천황사지구 인공암벽장에서 왕인박사유적지에 이르는 14㎞ 구간에 영암氣타워를 건설, 새로운 랜드 마크로 활용하는 등 총 6구간의 관광거점에 천황·스카이·숲속 웰니스·문 라이트·대동氣 스테이션 등을 오는 2025년까지 조성할 계획을 담았다.
바로 1년 전인 2019년 6월에는 광주전남연구원에 의뢰한 '월출산 국립공원 활성화방안' 연구용역보고서가 나왔다. 월출산 국립공원을 활용한 영암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월출산 둘레길을 연결하고, 천황사지구 유채꽃 경관단지처럼 월출산 주변의 경작지를 활용한 경관단지를 확대 조성해야 하며, 정원 마을 가꾸기 운동과 역사문화 공간 매력 향상 등이 절실하다는 제안을 담았다.
이처럼 불과 1년 단위로 이뤄질 만큼 용역이 남발되어온 월출산 천황사지구 관광개발은 한때 바둑테마파크 조성 계획이 세워져 편입토지 보상 등의 업무까지 추진되다 중단됐고, 각종 용역과 함께 이뤄졌던 관광지 지정까지 취소되면서 한차례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한 전력까지 있다. 더구나 천황사지구 관광개발과 관련해서는 '월출산 스테이션-F 조성사업'이 전남도 지방재정투자심사까지 통과했으면서도 현재 사업 추진에 있어서는 의미 있는 진척이 없는 상태인 점에서 구태여 또 다른 연구용역을 추진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영암군 관광진흥계획 수립 용역이나 기찬랜드 개발 종합계획 수립의 경우도 마찬가지 지적이 나온다. 유사한 용역이 주기적으로 추진되고 있고, 특히 기찬랜드의 경우 당초 조성목적과는 달리 난개발이 이뤄지면서 용역 필요성이 제기될 수는 있겠으나 '개발'이 아니라 '활용' 차원의 종합계획 수립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방향을 잘못 정했다는 전문가들 지적도 나온다.
기찬랜드 개발 종합계획 수립 용역은 기찬랜드에 이미 조성된 시설과 연계해 신규 도입시설을 다양하고 체계적으로 구축해 체류형 관광객 증가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자는 취지이나, 기찬랜드 조성 취지에 적합한 체류시설 확충은 구태여 용역을 추진하지 않더라도 가능한 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영암∼순천 고속도로 학산TG 개선 기본조사 용역'의 경우는 때늦은 일이자 그만큼 뜬금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영암군민신문>은 2012년 영암∼순천 고속도로 개통을 앞두고 영암 나들목(IC) 개설 없는 고속도로 개통은 지역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수차례에 걸쳐 개설을 촉구했으나 영암군은 물론 지역사회단체들의 역량 부족으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영암∼순천 고속도로 학산TG 개선 기본조사 용역'은 고속도로가 지역경제에 기여할 수 있고 영암군을 찾는 관광객들이 고속도로를 활용해 영암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지방도 819호선과 교차하는 지점에 톨게이트를 추가 설치할 수 있도록 국비사업 반영을 위한 기본조사용역이다.
올 제1회 추경예산안에 각종 연구용역이 무더기 편성된 데 대해 일각에서는 너무 때늦은 업무추진이라는 지적도 하고 있다. 올해가 민선8기 2년째이자, 연구용역이 마무리될 때쯤이면 우승희 군수 4년 임기가 벌써 1년을 훌쩍 넘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금은 각 실·과·소별로 너무 많은 구상만 할 때가 아니라는 지적과 함께 남은 임기 내 역점을 둬 추진할 사업을 엄격히 가려 집중하는 등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 각종 연구용역 데이터베이스 구축 절실
공모 또는 특정사업 추진 위한 형식·절차적 요건으로만 인식 팽배
형식적 지적 받는 용역심의원회 운영 강화 예산 낭비 대책 세울 때
비단 올 제1회 추경예산안 뿐만 아니라, 해마다 수십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각종 연구용역 추진과 관련해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다시 나오고 있다.
아울러 용역 남발로 인한 예산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주로 서면 등으로 형식적이고 통과의례로 진행되는 용역심의위원회를 제대로 가동해 남발로 인한 예산낭비를 줄이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군은 현재 연구용역 결과물이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되지 않아 당시 시행부서 관계자 외에는 용역자료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실정이다. 게다가 용역 발주를 위해 반드시 개최하도록 된 용역심의원회는 서면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용역 발주가 각종 공모 또는 특정 사업 추진을 위한 형식적 또는 절차적 요건으로 전락했다. 심지어는 특정부서가 필요한 용역을 긴급하게 추진하기 위해 심의위원들의 서명을 대신했다가 의회 심의과정에서 들통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영암군 용역관리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의하면 용역은 '효율적인 군정업무의 추진을 위해 전문가 또는 전문기관 등과 계약을 체결해 시행하는 업무'다. 시책·제도 등의 개발, 개선, 평가분석 등에 관한 '연구용역'과 조사·연구 등 학문분야의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에 관한 연구개발 및 이에 준하는 '학술용역', 건설공사의 설계·감리를 제외한 계획, 조사, 자문, 시험, 검토 등 기술분야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기술용역', 성과보고서 등과 같은 용역결과물을 필요로 해 유상으로 위탁하는 '기타 용역'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문제가 되고 있는 용역은 연구용역으로, 해마다 60여건에 이르는 연구용역이 추진되고 있으나 이들 용역의 최종보고서가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 시행부서만 자체적으로 보관하고 있어 타 부서의 경우 용역결과물이 있는지조차 확인할 길이 없는 상황이다. 또 시행부서 역시 연구용역을 통해 사업 추진 방향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예산 확보를 위해 거쳐야 하는 형식적 내지 절차적 요건 정도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해 쏟아지는 용역 최종보고서 중 보고회를 통해 공개되는 경우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고, 일부 용역보고서의 경우 수준 미달인 경우도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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