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방보조금 폐지·삭감 방침 내년 예산편성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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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행정

정부 지방보조금 폐지·삭감 방침 내년 예산편성 비상

행정안전부, 예산편성 가이드라인 이어 관리 강화 방안도 마련

지방보조사업 대거 폐지·축소 불가피 농업농촌부문 영향 클 듯

행정안전부가 내년 예산편성 때 부적절한 지방보조금을 폐지 또는 삭감해 지역 활력 회복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지방보조금 예산편성 가이드라인을 지자체에 시달한데 이어, 지방보조금 관리강화방안까지 마련함에 따라 영암군의 지방보조사업도 대거 폐지 또는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부정수급이 적발되거나 유사·중복 사업 등은 폐지·삭감 및 통폐합하고, 지방보조사업 평가방식을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개선하며, 1억원 이상 사업은 정산보고서 검증, 3억원 이상 사업은 외부회계감사를 받도록 해 지방보조금 지원체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게 될 전망이다.
영암군은 이에 따라 용역비 2천여만원을 들여 나라살림연구소에 ‘영암군 지방민간보조사업 성과평가 용역’을 의뢰했으며, 8월 31일 최종보고회를 열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이미 지난해 말 '영암군 재정진단 및 지방보조사업 평가를 통한 재정효율화 방안' 용역보고서를 통해 본예산 대비 지방보조금 비중이 지나치게 과다하고, 농업·농촌, 특히 축산분야에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비춰 이번 지방보조사업의 대거 폐지 및 축소에 따른 파장은 농업·농촌부문에 가장 크게 미칠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는 8월 3일 발표한 ‘지방보조금 관리강화방안’을 통해 지자체가 내년도 지방보조사업 예산편성 때 ▲과거 목적 외 사용 등 부정수급이 적발된 사업, ▲유사·중복 사업, ▲성과 평가 결과 '미흡'으로 판단된 사업 등의 지방보조금 예산은 폐지·삭감 및 통폐합하도록 했다.
또 지방보조사업 운용평가를 강화해 평가세부기준을 개선하고 평가방식도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꿔 우수한 보조사업은 인센티브, 미흡한 사업은 페널티를 주도록 했다.
아울러 교부세를 활용해 지방보조금 예산을 절감하는 경우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지방보조금 총액한도를 초과해 편성하는 경우 페널티를 부과하기로 했다.
행안부는 또 지자체가 매년 '지방보조금 관리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결산과정에서 부정수급 등이 적발될 경우 환수조치·제재부가금 부과 등 법령상 제재를 철저히 하도록 했으며, 정산보고서에 대한 검증기준을 강화해 그 대상을 현행 총사업비 3억원 이상 사업에서 1억원 이상 사업으로 낮췄고, 외부회계감사 대상도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췄다.
이밖에 지자체에 두고 있는 ‘지방보조금관리위원회’의 심의기능도 강화하고, 지방보조금의 교부·집행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보탬e') 등을 통해 부정수급 우려가 있는 이상 징후를 사전에 탐지해 예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행안부의 이 같은 방침은 최근의 세수 부족 사태와 이른바 '카르텔 보조금 폐지' 등 정권 차원의 조치이기는 하나, 방만한 지방보조금 운영체계에 대한 개선대책은 절실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어서, 군이 지난 6월 나라살림연구소에 의뢰한 ‘지방민간보조사업 성과평가 용역’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나라살림연구소 정창수 소장은 지난해 12월 낸 ‘영암군 재정진단 및 지방보조사업 평가를 통한 재정효율화 방안’ 연구용역 최종보고서를 통해 영암군의 지방보조사업 문제점을 적시한 바 있다.
정 소장은 민선8기 지방재정의 과제로 ▲이월금 순세계잉여금 등 급증하는 잉여금. ▲여전한 시설비 지출 및 복지지출로 인한 재정부담, ▲공약사업 민간위탁 보조사업 등 중단되지 않는 과거 사업, ▲공약 재원 확보의 어려움 등을 꼽았다.
특히 영암군의 지방보조사업에 대해서는 본예산 대비 지방보조금 비중이 12.5%로 자치단체 평균 5.9%, 군 단위 평균 8.4%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3년 새 본예산 증가율은 6.0%에 그친 반면 지방보조금 증가율은 9.5%나 됐다고 우려했다.
부문별 지방보조금 운영현황에서도 왜곡이 심각해, 2022년의 경우 농업·농촌 부문에 가장 많은 189억원이 당초 예산에 편성됐고, 보육과 가족 및 여성 부문 48억원으로 그 뒤를 이은 반면, 관광, 환경, 평생교육, 직업교육, 산업진흥 등은 거의 전무했다고 분석했다.
농업·농촌 부문에 있어서도 1차 산업인 농산물 생산 지원이 무려 73.5%를 차지한 반면, 2차 산업인 가공 및 제조나, 3차 산업인 농촌체험 등에 대한 지원은 미미했으며, 품목별로는 한우, 무화과, 고구마 등 특정 작목의 편중도가 심했다고 분석했다.
정 소장은 이런 분석 결과를 토대로 관성적(관행적) 보조사업의 과감한 축소를 강조했으며, 농업인단체와 복지단체 등의 유사 중복사업 통폐합을 통해 신규 보조사업의 기회를 넓히고, 지방보조사업 신청 때 존속 기한을 명시해 관리해 계속사업의 경우 3년 주기의 평가 및 일몰 할당제를 통해 관행적 예산편성을 통제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한편 행안부의 이번 방침과 관련해서는 지방보조사업 가운데 민간의 자발성과 역량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많다는 점에서 일률적인 지방보조사업 폐지 또는 통폐합은 부작용이 더 크다는 지적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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