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일가족 5명을 부검 의뢰한 결과 아버지의 사망 원인은 음독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이 나왔고, 부인과 아들 3명은 흉기에 찔려 숨진 것으로 추정, 성범죄 혐의로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었던 아버지가 가족들을 흉기로 살해한 뒤 자신은 농약을 마셨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되고 있기 때문이다.
9월 15일 오후 3시54분께 영암읍 농덕2리 김모(59)씨의 주택 창문에 핏자국이 묻어 있다는 이웃 주민의 112상황실 신고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구급대는 집 안에서 김씨와 부인(56), 20대 아들 3명 등 모두 5명의 시신을 발견했다.
김씨와 일가족의 시신은 다량의 피를 흘린 상태로, 아들 3명은 안방에서, 김씨 부부는 부엌이 딸린 작은 방에서 발견됐다. 23세에서 29세까지 3살 터울의 아들들은 모두 중증장애인으로 확인됐으나 기초생활수급자 가구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한 이웃 주민은 김씨가 전화를 받지 않고 두문불출하자 집을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하자 현장감식에 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시신 부검을 의뢰한 결과 집 안에서 흉기 1개와 농약(살충제) 1병을 수거했다. 또 가족 5명 모두 흉기에 찔린 상처가 있었으나, 외부 침입 흔적과 유서는 발견하지 못했다.
특히 부검 결과 아버지의 사망 원인은 음독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이 나왔고, 부인과 아들 3명은 흉기에 찔린 뒤 피를 많이 흘려 숨진 것(자창에 따른 실혈사)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아버지 김씨가 이웃마을 주민에 의해 성범죄 혐의로 고소, 경찰 출석을 앞두고 있었던 점 등을 감안할 때 김씨가 집에서 흉기로 가족들을 살해한 뒤 농약을 마셨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체내 약독물 검사를 감정 의뢰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 결과와 현장 수집 증거 분석, 관련자 조사 등을 통해 사건 실체를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영암읍 농덕리 일가족 5명 사망 사건이 주요 뉴스로 보도되면서 이를 접한 지역사회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평소 김씨 가족에 대해 잘 안다는 주민들은 "장애를 가진 아들들을 잘 돌보며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이 무슨 연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잊을만하면 강력사건이 발생해 지역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고 있어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영암지역에서는 2018년 8월 서호면의 한 축사에서 A씨가 동거녀와 그 아들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해 지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바 있으며, 2009년 12월에는 아들이 부모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 지역사회를 큰 충격에 빠지게 했다. 또 2019년 7월에는 30대 가장이 베트남 출신 아내를 두 살 아들이 보는 앞에서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큰 파장이 일기도 했다.
지역민들은 이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도 이웃이 이웃을 살피고 배려하는 훈훈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각계각층의 노력이 절실한 것 같다"면서, "영암군을 비롯한 관계당국이 보다 안전하고 살기 좋은 영암 만들기에 더 신경 써주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이승범 기자 stonetig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