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의견 존중하나, 결과 해석에 이론의 여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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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의견 존중하나, 결과 해석에 이론의 여지 있다"

영암여중·고, 영암읍 중·고교 교육경쟁력 강화 여론조사 결과에 강력 이의제기

"응답률 저조 이유 조사기간 연장은 여론왜곡 초래"…중·고교 통합논의 큰 파장

최근 공표된 영암읍 중·고교 교육경쟁력 강화를 위한 교육 주체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영암여중·고가 강력한 이의제기를 하고 나섰다.
당초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10월 7일부터 20일까지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으나, 이때까지 응답률이 30.7%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조사 기간을 연장해 31일까지의 조사 결과를 분석, 발표함으로써 교육 주체의 여론이 심각하게 왜곡됐다는 주장이다.
영암여·중고는 이에 "영암읍 중·고교 통합에 대한 찬성률이 69.2%로 나타난데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조사 기간을 무려 10여일이나 연장해 나온 전체적인 여론조사 결과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암교육지원청은 당초 여론조사 기간인 10월 20일까지의 응답자들을 기준으로 한 여론조사 분석 결과도 함께 제시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여론조사 업무를 진행한 영암교육지원청은 저조한 응답률만 의식한 나머지 '영암교육참여위원회' 산하 '영암읍 중·고 교육력 강화 분과위원회'와 협의 없이 조사 기간을 늘린 것으로 드러나 향후 본격적인 중·고교 통합 논의에 큰 파장이 불가피해졌다.
더구나 이번 여론조사 결과 중·고교 통합 유형에 대한 의견이 중학교와 고등학교 모두 '공립으로의 통합'이 월등하게 높게 나타난데 대해, 전남도교육청이 공모를 거쳐 임명한 김광수 현 영암교육장이 영암고 교장 출신이고, 그 어느 때보다도 가능성이 높아진 통합논의를 감안, 공립으로의 통합을 유도하려는 뜻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근거 없는 얘기들까지 나돌고 있다. 이로 인해 모처럼 무르익은 영암읍 중·고교 통합논의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 여론조사 왜 연장됐나 = 영암교육지원청은 이에 대해 ㈜한길리서치에 낸 '과업지시서'를 근거로 내세운다. 즉, '여론조사 비용은 2천200만원, 조사규모는 총 2천500여명 중 집단별 응답자 70% 이상'을 근거로, 당초 여론조사 기간인 10월 7일부터 20일까지 조사하도록 했으나 응답률이 30.7%에 머물러 70% 이상이 될 때까지 조사 기간을 연장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영암교육지원청은 당초 조사 기간 중 응답률이 저조하자 10월 17일 관련 각급 학교 등에 공문을 보내 여론조사 참여를 독려했다. 또 10월 23일에는 응답률 저조를 이유로 조사 기간을 연장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지했다. 이 과정에서 '영암읍 중·고 교육력 강화 분과위원회'와의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영암여·중고는 이 부분에 강한 이의를 제기했다. 통상 여론조사는 조사 기간까지의 응답률을 토대로 결과를 분석하는 것이지, 응답률이 당초 목표치에 미달했다는 이유로 목표치에 도달할 때까지 임의로 조사 기간을 연장한 것은 여론을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또 정해진 조사 기간의 응답률 30.7% 자체가 영암읍 중·고교 교육경쟁력 강화를 위한 교육주체들의 여론인 만큼 이를 토대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제시했어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사실 여론조사방법론 상 응답률 목표치를 정해놓고 실시한 조사는 이례적이다. 자칫하면 특정 설문에 특정 답변을 유도하기 위해 악용될 소지도 있다. 영암교육지원청이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라며 제시한 자료에도 그 개연성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없지 않다.
㈜한길리서치는 집단별 응답자가 학생 704명 중 495명(70%), 학부모 781명 중 781명(71%), 교직원 140명 중 117명(84%), 지역민 500명 중 369명(74%)으로 전체 2천125명 중 1천539명이 응답해 전체 응답률은 72%라고 밝혔다. 처음 조사 설계 당시 조사대상자가 2천500명에서 2천125명으로 줄어든 것은 개인정보 제공 거부 등으로 인해 전체 조사 리스트가 줄어들었기 때문임도 밝혔다. 한편 영암교육지원청이 ㈜한길리서치의 자료라며 제시한 10월 20일까지의 응답자는 모두 472명(응답률 30.7%)이었다.
‘최종 조사결과’와 ‘10월 20일까지 조사결과’에 있어 '영암읍 중·고교 통합 추진 인지도'는 '알고 있다'는 응답이 각각 ‘42.5%’와 ‘58.5%’, '모른다'는 응답은 각각 ‘31.6%’와 ‘18.4%’로 나타났다. 즉 정해진 조사 기간 응답자는 60% 가까이가 통합 추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들이었으나 조사 기간이 늘어나면서 통합 추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응답자는 40%대로 낮아졌다. 통합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응답자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는 당연히 통합 유형에 대한 답변에도 영향을 미쳤다. 10월 20일까지 조사결과는 고등학교의 경우 '공립으로의 통합'(53.3%)과 '사립으로의 통합'(46.7%)이 오차범위(이번 한길리서치 조사에서는 오차범위 분석자료가 없음) 내의 차이일 수도 있는 반면, 10월 31일까지 최종 조사결과는 무려 67.6%와 29.1%로 그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즉 통합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응답자들은 고교 통합의 방향에 대해 당연히 사립보다는 공립을 택했을 개연성이 크다.
이에 대해 영암여고 안원철 교장은 <영암군민신문>과의 면담에서 "영암지역 교육주체들이 영암읍 소재 중·고교 통합에 대해 69.2%가 찬성하고, 68.9%가 통합은 필요하다고 응답한 조사결과에는 전적으로 공감하나, 임의로 조사기간을 연장한 결과 나온 통합 유형에 대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향후 중·고교 통합을 압박한다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 영암여중·고 주장은 = 영암여중·고는 더 나아가 <영암군민신문>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여론조사 기간 연장 문제와 그 결과 해석에 대해서도 이론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로, 여론조사 기간이 연장 진행된 문제에 대해 영암여중·고 측은 "여론조사는 문구 하나, 토씨 하나, 문구 순서 배열 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여론의 향배가 달라질 수 있는 매우 민감한 활동이며, 따라서 여론조사는 기한, 대상, 방식, 문구 등을 논의 기구에서 정한대로 시행되어야 마땅하다"면서, "여론조사 기간을 원래 정한대로 10월 20일 22시까지 마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연유에서인지 무려 10여일이나 그 기간을 연장해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또 "원래 정한 기한인 10월 20일 22시까지 여론조사에 참여한 지역민의 응답률이 30.7%로 나타났고, 이는 결코 낮은 응답률이 아니다"면서, "언론에 연장 기간까지 합한 최종 결과만 단순 보도되었으나 논의 기구에서 원래 정한 기한까지의 결과가 어떠했는지도 함께 공개되었더라면 영암읍 중·고교 통합에 대한 지역민의 여론을 이해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암여중·고 측의 이 같은 주장은 앞서 지적한 것처럼 여론조사방법론에 비춰보더라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영암교육지원청이나 영암읍 중·고 교육력 강화 분과위원회가 영암지역 최대현안에 대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여론조사를 해놓고 이를 현안해결에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 빚어질 수밖에 없게 만드는 빌미가 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 제기이기도 하다.
영암여중·고 측이 주장하는 두 번째 문제는 영암읍 중·고교 통합에 대한 인지여부에 따른 결과 해석의 차이다.
영암여중·고 측은 "영암읍 중·고교 통합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응답자(42.5%)와 '잘 모르고 있다'는 응답자(31.6%)를 모두 합한 결과만 보면 고등학교는 '공립으로 통합'이 67.6%, 중학교도 '공립으로 통합'이 76.25%라는 결과가 나타난다"면서, "반면에 '잘 알고 있다'는 사람들, 즉 영암읍 중·고교 통합 문제에 대해 늘 관심을 가지고 절실한 마음으로 참여한 응답자(42.5%)만 보면 고등학교는 '사립으로 통합'이 61.35%, 중학교도 '사립으로 통합'이 53.0%로 공립으로의 통합보다 사립으로의 통합을 원한다는 결과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체의 의견도 중요하겠으나 영암읍 중·고교 통합 문제에 대한 인지여부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이를 달리 해석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서는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 분석결과에도 담겨있는 내용이다. 한길리서치는 중·고교 통합 유형 조사 결과 고교와 중학교 모두 '공립으로 통합'이 각각 67.6%와 76.2%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특성별 분석을 통해 고등학교 '공립 통합'이라는 응답은 응답자 유형별로 학교통합 추진 인지별로 '모른다'(79.6%)에서 상대적으로 높았고, 중학교 공립 통합이라는 응답 역시 학교통합 추진 인지별로 '모른다'(80.0%)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 영암지역 중·고교 통합 추진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일수록 '공립 통합'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따라서 중·고교 통합의 경우 그 방향이 최대 관건임이 분명한 만큼 영암지역 교육주체들의 특성별로 보다 세밀한 분석을 통해 많은 자료를 추출해냈어야 했지만 많은 비용을 투입하고도 단순 통합방향에 대한 조사결과만 제시한 것은 이를 시행한 영암교육지원청의 기획력 부재를 드러낸 것일 수밖에 없다. 또 그 결과 자칫 여론몰이의 빌미만 만들게 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불가피해 보인다.
영암여중·고 측은 마지막으로 "학령인구 감소 및 학급 감축 등으로 인한 지역교육 및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연 어떻게 통합하는 것이 교육경쟁력 강화에 유리한지를 따져보고 추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영암에는 인문계고 4개, 특성화고 2개 등 총 6개의 고등학교가 있어, 시 단위 행정구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수의 고등학교 있는 군이다. 그러다 보니 매년 6개 고등학교가 학생 모집에 서로 경쟁하며 많은 여력을 쏟고 있다. 영암지역 2023년 중3학생은 363명이다. 6개 고등학교 입학 정원은 364명이다. 모든 중학생이 영암지역 고등학교에 진학해야만 정원미달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매년 75%정도만 영암지역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따라서 인접 군에서 나머지 학생을 모집하다보니 일부 고등학교는 미달 사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면서, "무안에는 공립 고등학교가 3개 있고, 2026년에 공립 고등학교 1개가 더 개교한다. 이렇게 되면 삼호지역 중학생들은 무안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통합으로) 영암에 3개 공립 고등학교만 있다면 과연 삼호지역 학생들이 영암읍에 있는 공립 고등학교로 진학하겠는가"고 문제를 제기했다.
영암여중·고 측은 이에 "통합의 필요성에 대한 인지도가 없는 지역민까지 조사해 나타난 결과만 갖고 통합을 추진한다면 교육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영암읍에 믿을만한 학교가 없을 때 우수한 학생들은 영암이 아닌 인근 지역의 사립학교로 진학하려고 할 것이다. 다른 지역 학생들이 광주 인근 군, 면 단위 사립고등학교로 진학하듯이 영암읍으로 진학해 올 수 있는 학교가 과연 어떤 학교여야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향후 전망은 = 영암교육지원청은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됨에 따라 오는 11월 20일께 영암읍 중·고 교육력 강화 분과위원회를 열어 향후 추진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 영암지역 교육주체들(영암읍 소재 초·중·고교 교육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등과 영암읍 소재 고등학교 진학지역인 군서, 덕진, 시종, 신북, 도포, 금정면 등지의 학부모와 지역민 등)의 영암읍 중·고교 통합 필요성이나 찬반에서 압도적인 찬성 의사를 거듭 확인했으면서도, 통합방법론에 있어서는 어느 한쪽이 결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가 나와 이번 통합논의 역시 한 치의 진전도 어려워 보인다.
김광수 영암교육장의 짐도 무거워졌다. '교육장 심사 임용제'를 통해 발탁된 김 교육장은 전남도교육청 교육과정과 장학사, 무안고 교감, 장흥고 공모교장 등을 거쳤다. 교육장 기용 전 영암고 교장으로 재직하며 명문학교 육성에 남다른 열정을 보인 바도 있다. 바로 이런 점을 들어 여론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 '공립으로 통합'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나돌았다. 또 그 결과는 공교롭게도 통합 방향에 있어 중·고교 모두 공립으로 통합이 압도적이었다.
더구나 여론조사 기간을 10여일 연장한 것에 대해 김 교육장이 모를 리 없는 만큼 이번 상황 정리는 고스란히 김 교육장의 몫일 수밖에 없다. 적극적인 해명도 필요할지 모른다. 덧붙여 '영암 자율형 미래교육선도지구 사업' 추진이라는 중책을 맡아 전남도교육감으로부터 많은 권한을 위임받아 부임했으면서도 여태껏 지역민들에게 그 청사진도 제시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신속한 응답이 필요한 때 아닌가 싶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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