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국립의과대학 설립 ‘골든타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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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전남 국립의과대학 설립 ‘골든타임’이 있다

이상심 전남도 보건복지국장
‘어디로 주라는 말입니까? 목포대로 줄까요? 순천대로 줄까요?’ 필자가 국립의과대학유치 업무를 추진하면서 가장 많이 듣던 말이다. 이 물음에 명확한 답을 할 수 없음에 곤혹스러운 적이 수 차례다. “두 군데 다 주시면 안 돼요? ”라고 할 경우 돌아오는 답은 헛웃음 뿐이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두 개의 캠퍼스에 하나의 의대를 운영하는 캐나다 노던 온타리오 형태의 ‘통합의대’로 추진하는 방안이 제시돼 양 대학과 협의해 추진키로 했다. 캐나다 사례는 1천㎞ 이상 떨어진 두 대학이 공동으로 의대를 설립해 지역 출신의 의사를 배출해 졸업생의 80% 이상이 지역에 남아 의료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 의대에서 배출된 수 많은 의사들이 수도권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캐나다 노섬 대학의 사례를 우리 전남에 접목해 의대를 설립한다면 전남 출신이 의대를 졸업하고 우리 지역에서 의료활동을 하는 구조로 설계한다면 매우 이상적인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방안은 양 대학이 통합을 전제로 해야만 속도감 있게 추진이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대학 통합은 쉽지 않은 과제이다. 또한 이 부분은 대학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의대를 정책 방향으로 정하고 긴 호흡으로 추진하고자 했다. 전남 국립의대는 지난 30년 동안 지역 대학, 지자체, 정치인 등이 함께 그토록 노력해왔으나 이루지 못한 숙원 사업이므로 설마 단기간에 성사되겠냐는 생각도 일부 있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 3월 14일 민생토론회때 전남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께서 “전남도의 국립의대 추진 문제는 먼저 어느 대학에 할건지를 전남도에서 정해서, 의견수렴을 해서 알려주시면 저희들도 이것을 추진하겠다” 며 현장에서 전남 국립의대 설립 건의에 대해 답을 해 주셨다. 정말 가슴 벅찼다. 지난 30년 동안 어느 정부에서도 전남 국립의대 설립에 대해 구체적인 답을 준 적이 없었다. 꿈이 구체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이 발언이 식기 전에, 우리 도에서는 관련 부처를 수 차례 방문해 대통령이 약속한 사항이니 정부 정책에 반영해 주라는 건의를 추진했다.

이후, 지난 3월 20일 정부에서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을 포함한 대국민 의료개혁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복지부, 교육부 장관을 배석한 자리에서 “의대가 없는 광역단체인 전남의 경우, 지역 내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고, 절차에 따라 신청이 이루어지면 정부가 신속히 검토하여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정부 부처 장관이 배석한 대정부 담화문에 포함된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전남의 의대설립이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는 자신감도 들었다. 이 분위기를 이어 더욱더 속도감 있는 추진이 필요하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매우 우려스럽다. 의대 유치를 위해 동서를 가리지 않고 함께한 도민 토론회, 양 대학이 참여한 공동 건의문 발표, 지역내 시장·군수 협의회, 의장단 협의회, 여러 사회단체에서 자발적인 전남 국립의대 유치를 위해 거리마다 내걸었던 플래카드, 전남에 의대설립이 절실하다며 외쳤던 성명서 발표, 그 추운 겨울날 국회 마당에 전남 의대유치를 위해 모인 수백명의 도민들의 열기와 열망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데 의대설립이 가시화되자 지역이 동부와 서부로 나뉘어 대립하는 형국으로 바뀌고 있다.

자기 지역만이 의대가 와야 하는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비방과 편을 가르고 있다. 더욱이 2021년도 우리 전남에 국립의대 설립과 운영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실시한 용역 결과를 각 지역에서 유리한 지표만 활용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2021년 추진한 용역에 대해 도민들에게 분명히 말씀드리면, 용역은 의대설립 대상지역 선정을 위한 용역이 아니다. 그 당시(문재인 정부) 매년 400명씩 10년간 의대 정원을 증원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따라 우리 전남에 의대가 설립돼야 하는 당위성을 주장하기 위한 용역이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골든타임이 있듯이 이 문제 또한 골든타임이 존재한다. 2026학년도에 전남 의대 신설 정원 200명 배정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의대정원 배정 확답이 최종 전남 국립의대 신설을 확정하는 마침표이다.

지난 21일 도의회에서 정부에 전남 국립 의과대학 신설 정원방침 결정을 공식 건의했고 전남 사회단체연합회도 정원방침을 신속 결정을 발표해 주길 바라는 공동 건의문을 제출했다.

도민 모두가 다시 하나가 돼 정부를 향해 외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남 국립의대 설립의 공모 절차는 차질 없이, 그리고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

모든 도민이 지금까지 함께 한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로서 양 대학은 반드시 공모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공모 진행 과정에서 서로 협상하고, 의견을 나누어 제시된 다양한 의견을 모아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찾으면 될 것이다.

도민들의 화합된 목소리, 현명한 지혜, 그리고 단합된 힘이 전남에 국립의대 설립을 최종 확정 짓는 강력한 카운트 펀치임을 모두가 잊지 말았으면 한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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