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이대로 괜찮다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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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이대로 괜찮다고 생각하는가?

오미화 전남도의원
한국인이라면 뭐니뭐니해도 밥심이다. 서로의 근황을 나누고 안부를 물을 때조차 ‘밥 한번 먹자’라 인사를 나눌 정도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쌀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싼값에 팔려갈 쌀, RPC 창고는 벼 더미

농협과 민간 RPC(미곡종합처리장) 창고에 팔지 못한 벼가 한가득 쌓여있다.

지난해 윤 정부의 산지 쌀값 20만원 선 약속은 온데간데없고 7월 15일 기준 80㎏당 18만1,148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간신히 20만원을 턱걸이한 이후로 8개월 동안 평균 2천원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는데 문제는 햅쌀 수확기가 불과 석 달도 안 남았는다는 것이다.

작년에 사들인 뒤 팔지 못한 벼가 RPC 창고를 가득 채우고 있는 상황인데도 최근 열린 22대 국회 첫 농해수위 업무보고에서 농식품부 장관의 답변은 참으로 안일했다.

농식품부는 작년 10월 기재부, 생산자ㆍ유통인ㆍ소비자단체 대표, 전문가ㆍ학계 등 15명이 참여한 양곡수급안정위원회를 개최해 2023년산 수확기 쌀값 안정 대책을 마련했다. 그리고 ‘신곡 예상 수요량은 361만 톤을 초과하지만 현재 민간 재고, 쌀값 동향 및 관련 규정 등을 감안할 때 시장격리 조치 없이도 ‘안정적인 수급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본 것이다.

산지 쌀값이 하락하는 원인은 재고 물량이 많아서다. 재고 물량의 38%는 수입쌀이다. 쌀값이 내려가더라도 보통 비수확기에 접어드는 6월부터는 반등하게끔 정부가 수급 정책을 펼쳐야 함에도 쌀값 반등은커녕 단경기(7월~9월) 쌀값이 수확기(10월~12월)보다 하락하는 ‘역계절진폭’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쌀값은 큰 폭으로 더 떨어질 전망이다. 농민들은 ‘피땀 흘려 농사지으면 뭐하나’ 싶어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재고량을 안고 있는 농협 역시 올 봄부터 역계절진폭에 의한 경영난 심화를 겪어본 터라 쌀을 싼값에 팔아버리려는 투매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 쌀 공급량이 증가하면 쌀값 하락 현상은 당연하다는 걸 초등학생도 알고 있다. 그리고 요동치는 국제정세와 농사에 소요되는 경비가 천정부지로 올랐다는 건 이제 두말하면 입 아프다.

끝없이 추락하는 쌀값 문제를 우리 정부가 위기감이란 걸 가지고 대처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비축미가 시장에서 제대로 격리되지 않는다면 쌀값 폭락을 막을 수 없다. 그래서 농민들은 대규모 쌀 시장격리를 촉구하고 있음에도 정부의 결정은 겨우 5만 톤 시장격리 계획을 발표한 것뿐이다.

쌀값은 낙폭하고 설상가상 공익직불제 불용액 증가

식습관의 변화로 쌀 소비량 감소와 이에 따른 농가 소득 하락, 농촌 인력 부족 등 농촌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정부는 공익직불제를 앞세웠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발간한 ‘농업ㆍ농촌 공익기능증진직불 사업 평가’ 보고서에 공익직불제 사업예산 불용액이 2020년 22억 원에서 2023년 2,188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며 예산의 불용 문제와 2020년 농업농촌공익직불법이 시행된 지 4년 이상 경과한 현재까지도 기본계획조차 수립되지 않아 장기적인 계획 없이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예산정책처는 친환경농산물 인증 농가와 재배면적의 감소, 지급대상 면적이 인증 면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저조한 집행 실적과 사업 성과 미흡, 관리체계 부진, 부정수급 문제들을 지적했다.

쌀값 하락과 공익직불제 불용액이 증가하는 와중에 정부가 말하는 2027년까지 ‘농업직불제 5조원 확대’공약이 이행될지 의구심만 커진다.

쌀값의 하락은 단순 경제 문제가 아닌 농민의 인간다운 삶과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쌀값 하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함에도 정부와 여당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기에 급급해 보인다.

생산비와 물가는 날로 상승하고 한 끼 밥값도 오르는데 쌀값만 역행하고 있다. 정부에 묻는다. “쌀값, 정말 이대로 좋은가?” 기후위기 속 농가의 경영안전망을 갖추지 못한다면 한국의 농업과 농촌의 지속가능성은 보장받을 수 없다.

농업의 위기는 전 국민의 식량주권과 직결되고 우리 국민들의 식량자급률과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국가책임농정이 실현돼야 한다. 농업 미래를 위해 책임을 다하는 정부가 필요한 시기다. 당장,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농협이 보유한 초과 재고량 20만 톤 시장격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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