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피해현장 농업인들 목소리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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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태풍피해현장 농업인들 목소리 들어보니

백수피해 심각 불구 정부대책은 현장 목소리 외면한 ‘탁상행정’

특별재난지역 지자체 부담만 완화 농업인 직접수혜대책 세워야
황주홍 의원, 재해지원비 현실화, 백수 벼 정부 전량수매 촉구
태풍 ‘볼라벤’과 ‘덴빈’으로 인한 영암군 등 전남도내 재산피해가 사상 최대 규모로 집계되고 있다. 이 때문에 농업인들은 태풍피해현장에서 복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대책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광주·전남 농민연대는 지난 9월11일 영광군 백수읍 하사리의 백수피해 논을 갈아엎었다. 태풍피해 전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실질적 보상을 위해 농작물 재해보상법을 제정하라고도 요구했다. 또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복구에 소요되는 지방비 부담만 줄어들었을 뿐 실제 피해를 입은 농업인에 대한 지원은 오히려 줄었다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태풍피해현장에서 개선을 촉구하는 농업인들의 목소리를 정리했다. <편집자註>
■ 벼 백수피해대책 논란
‘쌍둥이’ 태풍으로 영암지역에서는 삼호읍과 미암면, 시종면 일대 간척지 3천250ha에 벼 이삭마름현상인 흑·백수피해가 발생했다.
전국적으로도 벼 백수피해 면적은 국내 벼 재배면적의 12%에 달하는 10만㏊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피해가 심한 곳은 쭉정이만 남아 수확할 게 아무 것도 없을 정도다.
벼 백수피해가 이처럼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자 정부와 전남도는 최근 백수피해를 본 벼에 대해 등외품으로 공공비축미로 수매하거나 볏집 제거 작업비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업인들은 태풍피해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탁상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백수피해를 입으면 쭉정이만 남아 수확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볏집 제거 작업비 지원은 태풍피해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축산농가의 사료 가격 안정을 위한 정책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 황주홍 의원, “특별대책 절실”
벼 백수피해에 대해 대정부질문을 통해 강도 높게 정부대책을 비판하고 대안마련을 요구한 민주통합당 황주홍 의원(장흥·강진·영암)은 “정부가 벼 백수피해대책으로 ▲생육촉진제와 방충제 살포 ▲공공비축벼 매입등급에 ‘잠정등외 A, B’ 두 단계 신설 수매 ▲수확이 불가능한 벼는 사일리지 제조비 ha당 4만원 지원 등을 발표했고 이밖에 재해대책법상 대파비(220만원/ha), 농약대(10만원/ha) 등을 지급하겠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황 의원은 하지만 “쭉정이가 되어버린 백수 피해 나락은 콤바인 작업과정에서 다 날아가 버리는데 이미 날아가 버리고 없을 나락에 대해 별도로 매입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면서 “그렇다면 낫으로 베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에 따른 막대한 인건비로 수지타산을 맞출 수도 없을뿐더러 수확이 불가능한 벼의 경우 조사료로서의 품질도 떨어져 활용하기가 곤란한데 어떻게 축산농가와 연계해 주겠다는 것인가”며 농림수산식품부의 대책은 농민들을 우롱한 주먹구구식 대응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황 의원은 백수피해지역의 농어업재해보험 실태도 지적했다. 벼의 경우 농어업재해보험 가입조건은 ▲논 형상이 1천㎡(300평)이상이고 ▲총 경작면적이 4천㎡(1천200평)이상 경작한 경우로 한정되어 있는 등 매우 제한적이고 까다로워 보험가입률이 낮다. 그나마 현재 백수 피해지역의 농어업재해보험 가입률은 12.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황 의원은 “정부가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 않고 행정편의(관리용이)만을 생각해 농민들에게 매년 노출된 재해를 ‘방관 농정’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농어업재해보험 가입조건을 대폭 완화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 의원은 벼 백수피해에 대해 정부가 ▲대파비 전액을 정부가 지원하고 농약대를 인상하는 등 재해대책 지원비를 현실화하고 ▲생육촉진제를 살포할 경우 정부가 전액 지원하되 조속히 과학적 검증을 거쳐야 하며 ▲백수 벼를 정부가 전량 수매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농어업재해보험 가입요건을 대폭 완화, 농민들이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특별재난지역, 지자체 부담만 완화
영암군 등 도내 15개 시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확정, 선포된 사실과 관련해서도 농업인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2006년 개정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특별재난지역 선포기준은 대폭 완화된 반면 농업인들에 대한 ‘특별지원’ 기준을 없애 농가의 직접적인 수혜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6년 개정 전의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르면 농업인들에게는 대파대 85%, 농약대 100%, 농림시설 45%, 주택파손 40% 지원은 물론이고 2ha미만 80%이상 피해를 입은 농경지는 500만원, 50∼80% 미만은 300만원, 주택도 290만∼500만원까지 지원했다. 하지만 이들 지원규정은 법 개정을 통해 전면 삭제됐다.
영암지역의 경우 85∼90%까지 감수피해가 난 배 1만㎡를 재배한 과수농가의 경우 피해율을 80%로 산정하면 2004년 태풍 ‘메기’ 때는 특별위로금 500만원과 일반지원금 174만6천원이 지원됐다. 그러나 이번 태풍으로 인한 피해에는 규정이 없어 특별위로금은 지급되지 않고 일반지원금 150만원만 지원된다. 결국 농민들에게 돌아갈 524만원의 혜택이 법 개정으로 줄어든 셈이다.
농업인들은 이에 대해 “특별재난지역 선포로 총 복구소요액 중 지방비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의 50∼80%를 국고에서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어 해당 자치단체의 지방비 부담은 대폭 줄었다는 점은 인정하나 법 개정 이전수준의 특별위로금 지급 등의 조치는 다시 환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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