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구 사양했다. 거듭거듭 인터뷰와 사진촬영을 요청했지만 “한 일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지면에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영암읍사무소뿐 아니라 군청 내 곳곳에서 그의 노력에 감사하는 후배공직자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재정(59)씨. 지난 1990년 금정면사무소 근무를 시작으로 공직에 발을 내딛은 그는 10여년 동안의 영암읍사무소 근무를 끝으로 오는 12월 말 퇴직을 앞두고 공로연수 중이다. 직급은 기능7급이다.
서해안을 따라 연이어 북상한 제15호 태풍 ‘볼라벤’과 제14호 태풍 ‘덴빈’은 영암지역에도 막대한 피해를 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확정, 선포될 정도로 피해 규모가 컸다. 영암읍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붕이 날아가고, 가로수가 뿌리째 뽑혔다. 낙과피해도 심각했다.
두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 영암읍사무소는 그야말로 비상사태나 다름없었다. 주민들의 피해상황을 파악하고 집계해야 했기 때문이다. 관내 전역의 피해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집계해 국가재난관리시스템(NDMS)에 입력해야 한다는 본청의 독촉도 독촉이려니와 정전사태까지 발생해 극도로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더구나 얼마 전 하반기 인사이동이 단행된 터라 태풍피해 집계가 원활하지가 않았다. 산업담당 직원이 새로 와 업무에 익숙하지가 않았던 것이다.
유재정씨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이 때문이었다. 엄청난 태풍피해 소식을 접하곤 곧바로 읍사무소에 정상 출근했고, 새로 부임한 산업담당 직원과 함께 현장에도 출동했다. 뿐만 아니라 정확한 피해 집계 후 NDMS 입력 작업을 위해 사흘 남짓 철야근무도 함께했다.
이정훈 영암읍장은 “업무가 서투른 후배 공직자에게 ‘멘토’ 역할을 톡톡하게 한 것”이라면서 “고향인 금정면사무소에서 오래 근무했고, 영암읍사무소에서도 10여년 근무를 해 그야말로 읍내 주민들의 속사정까지 훤히 꿰뚫고 있는 공무원이자 태풍 피해 집계 등의 업무에도 능숙한 터에 영암읍에 많은 피해가 발생하자 솔선해서 도움을 준 참 공직자”라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 읍장은 특히 “그는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도저히 처리해줄 수 없는 민원을 갖고 온 주민을 아무런 저항 없이 수긍하고 되돌아가게 만드는 특별한 재주를 가진 공직자”라면서 “유재정씨 같은 공무원이 많아야 행정 처리에 대한 주민들의 잦은 불만도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번 태풍피해기간 유재정씨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는 영암읍사무소의 한 직원은 “퇴직을 앞두고 있지만 동료공직자들의 애경사가 있을 때나 특정부서의 회식이 있을 때면 항상 알려 자리를 함께하고 있는 선배이자 그 자신도 수확한 옥수수 등을 가져와 직원들과 나눠 먹는 영원한 영암읍사무소 직원”라며 그의 투철한 봉사정신을 꼭 지면에 소개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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