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공사 일괄위탁방식부터 재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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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행정

농어촌공사 일괄위탁방식부터 재고해야

완공 앞둔 전댓들권역 종합개발사업 현장

추진주체 다원화로 관리감독 부실에 나눠먹기 사업 전락
영암지사 성과급 걸고 일괄위탁 총력전 부실시공도 초래
郡 올 일괄위탁 중단 불구 용두레·남해포 재연 우려 커
전댓들권역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이하 전댓들사업) 부실논란은 사업추진방법상의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
군이 사업을 한국농어촌공사 영암지사(지사장 오병희)에 일괄위탁 함으로써 추진주체가 군과 농어촌공사, 권역위원회 등으로 ‘3원화’되어버렸다. 사업계획의 잦은 변경과 나눠먹기, 이로 인한 부실논란이 제기되는 근본이유라고 할 수 있다. 권역위원회는 회의 때마다 사업내용이 달라진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이를 조율할 곳이 군과 영암지사로 나뉘다 보니 구조적으로 관리감독이 부실한 상황이다. 그 결과 수십억의 나랏돈이 어디에 쓰인지 모를 정도로 나눠먹기 사업으로 전락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올 초 부임한 오병희 영암지사장은 관내 권역개발사업 일괄수탁을 특히 강조했다. 영암지사 정광기 지역개발팀장은 “더 많은 사업의 일괄수탁에 직원들의 성과급이 걸려있다”고 했다. 한국농어촌공사 전남지역본부는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에 대해 각 지사의 일괄수탁결과를 업적평가기준으로 삼는다. 나랏돈이 투입되는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을 국가기관이 직원들에게 성과급 지급까지 내걸며 수주전을 펼치고 있는 꼴이다.
영암지사의 일괄수탁으로 인한 폐해는 첫째로 그렇지 않아도 의견이 분분한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에 대한 관리감독부실로 이어진다. 둘째로는 군이 직접 시행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예산절감효과도 기대할 수 없게 만든다. 더 큰 문제는 건설공사로 말하면 하청에 재하청을 주는 식이자 유통단계로 치자면 국가기관이 중간마진을 취하는 격으로 부실시공의 우려까지 내포하고 있다.
전댓들사업의 유일한 지역소득증대사업인 고추가공시설(1억9천500만원, 자부담 3천900만원 포함)이 장류사업(1억4천500만원, 자부담 4천400만원 포함)으로 변경되는 과정은 그 대표적인 경우다. 영암지사 관계자는 “계획수립 당시 권역 내에 고추재배농가가 많아 추진하려던 사업이었으나 구체화단계에서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해 논의 끝에 장류사업을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귀촌마을인 선애마을과 협조해 장류생산 및 판매사업을 하는 쪽으로 최근에야 가닥을 잡았다는 설명이다. 곤충산업이 전댓들권역의 특수자원인 양 곤충생태체험시설을 추진했으나 준공 2년째가 되도록 운영방법조차 못 찾고 있듯이 지역소득증대사업에 대해서도 권역 내 주민들의 의견수렴도 제대로 못해낸 셈이다.
전댓들사업이 기초생활기반 확충이나 경관개선사업 전반에 걸쳐 우왕좌왕한 흔적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복합문화센터에 태양광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느니, MTB휴게공원공사에 사면 돌쌓기 추가공사가 필요하다느니 하는 요구들이 잇따르고 있으나 시공업체들은 군과 영암지사, 그리고 권역추진위의 눈치를 모두 살펴야 하는 처지다.
냉천저수지 수변산책로는 기본계획상 3억5천500만원이 투입되는 사업이었다. 그러나 2억300만원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규모가 줄었다. 당초 설계에는 산책로와 목교식 관찰데크, 야외운동시설 등이 들어서게 되어 있었지만 실행단계에서 대거 취소되고 간단한 연못에 정자하나 들어서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인근 마을 주민들로부터 외면되고, 관리 없이 방치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3원화’된 사업추진구조에다 효율적 의사결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권역위원회 특성상 전댓들사업은 이미 마을별 나눠먹기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선택과 집중 없이 나누다보니 수십억원의 나랏돈을 투입했음에도 무슨 사업을 했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모산리에 완공된 복합문화센터(12억5천900만원)만이 권역 내 주민들이 체감하는 ‘유일한’ 전댓들사업일 정도다.
그러나 이 시설 역시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할지는 막연하다. 평소에는 권역 내 주민들이 함께 모여 회의하고 교육하며 친목과 건강을 도모하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그러다 관광객이 방문하면 취사와 숙박이 가능한 복합커뮤니티로도 활용한다. 그 운영비와 유지관리비 조달은 장류사업과 출연발전기금, 체험방문객 사용료 등으로 하도록 계획되어 있다. 두루뭉술한 계획으로 미뤄 장류사업처럼 이 시설물 역시 전댓들권역을 오랫동안 지켜온 주민들이 아니라 귀촌마을인 선애마을 차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전댓들사업이 권역 내 주민들의 화합에 오히려 해를 끼쳤다는 지적도 있다. 마을별 나눠먹기로 추진되었다는 소문에 소외된 마을주민들의 불만이 팽배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시설물을 설치하면서 편입된 토지소유자들로부터 사용승낙서를 받는 식으로 일처리를 하다 보니 곤충생태체험시설처럼 운영에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추후 소유권 분쟁의 소지도 다분하다. 이는 모든 시설물을 관리 운영해야할 책임이 있는 권역위원회가 최종적으로 해결해내야 할 과제들이다. 하지만 그동안 사업추진과정으로 보나 百家爭鳴인 권역위 운영체계로 보나 감당하긴 어려워 보인다.
전댓들사업에 만연된 부실문제가 영암지사에 일괄위탁한 다른 권역사업인 용두레와 남해포권역에도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본격적인 사업착수 전인 만큼 군의 적극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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