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립 河미술관이 개관한지 2년이 넘었으나 지역민들에게 친숙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동강 하정웅 선생의 기증 작품에 대한 전시회만 간헐적으로 개최하고 있을 뿐 지역민, 특히 군민들이 보다 쉽게 미술관 또는 미술작품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획행사 등은 아예 외면하고 있거나 거의 전무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河미술관을 탄생시킨 하정웅 선생의 메세나 정신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컬렉터 하정웅, 나눔의 미학'전을 개최하고 있으면서도 여느 전시회 때처럼 보도 자료만 낸 것 외에는 군민들이 보다 많이 관람하게 할 적극적인 홍보 등 대책 마련은 외면하고 있어, '나 홀로 미술관' 내지 '불통(不通) 미술관'이라는 이미지만 더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河미술관은 하정웅 선생의 미술작품 기증을 계기로 2012년9월 개관한 제1종 미술관이다. 특히 하정웅 선생이 지금까지 영암군에 기증한 미술품은 3천500여 점 이상으로, 이들 미술품을 1년에 3회, 1회당 100점을 전시할 경우 10년 동안 계속 다른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양이다.
이처럼 전국적으로도 보기 드문 미술관으로 평가받고 있는 河미술관에 대해 군민들이 친숙한 문화공간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획행사는 지난여름 11개 읍면 단체장 및 이장 등을 대상으로 '문화시설 방문의 날'을 운영, 다른 문화시설과 함께 '한번' 둘러보는 시간을 만든 것이 그 전부다.
그것도 군 문화관광실 문화예술팀이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융성위원회의 기획이벤트인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과 연계해 추진한 행사로, 河미술관 운영팀의 자체적인 기획행사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또 河미술관이 올해 마지막 특별전으로 기획한 '나눔의 미학'전(10월29일부터 내년 3월8일까지)은 포항시립미술관과 광주시립미술관에 이은 순회전시회로, 하정웅 선생이 자신의 컬렉션 전부를 사회에 환원하기까지 예술작품에 대한 확고한 자기신념과 나눔의 철학, 숭고한 메세나 정신의 원천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河미술관 운영팀은 지난 11월5일 광주5·18문화센터에서 열린 하정웅 자서전 출판기념회에 홍보자료 150부를 배포했다고 밝힌 것 외에 특히 영암군민들에게 전시회를 알릴 홍보나 기획행사는 아예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영암 출신 인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또 광주·전남 초·중·고교에 홍보자료를 보냈고, 이달 말 나눔의 미학 전 워크숍을 개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 역시 군민들이 하정웅 선생의 메세나 정신을 접할 수 있는 기회 제공과는 거리가 먼 일들이다.
이에 대해 지역 문화계 한 관계자는 "전국의 군 단위 지자체로는 매우 보기 드물게 1종 미술관을 갖고 있어 문화계의 한 사람으로 자부심을 느끼고 있으나 河미술관이 과연 영암군민들에게 얼마나 다가가 있는지, 하정웅 선생의 미술품 기증이라는 숭고한 뜻을 군민들이 진정 감사해 하고 있는지, 더 나아가 河미술관이 가치 있는 시설로 군민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면서 "미술인을 비롯한 문화계만 쳐다보는 전시회에서 탈피해 누구보다도 먼저 군민들이 솔선해 관람할 수 있는 미술관으로 자리 잡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 문화계 또 다른 관계자는 "개관 2년이 지났으면 적어도 영암군민 가운데 미술관해설사가 나올 정도로 군민들 속에 자리잡아가야 한다"면서 "지금 하정웅 선생의 숭고한 메세나 정신을 접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데도 평일에는 인적조차 드물고 미술관 주변이 온통 적막강산에 휩싸여 있는 것은 뭔가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河미술관은 올 연말 군 조직개편에 따라 문화관광실 소속에서 '문화시설사업소' 소속으로 바뀐다. 이에 따라 그동안의 운영실태 등을 면밀히 검토해 인력 교체 등 재배치를 통해 군민들에게 다가가는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춘성 기자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