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용소방대 수석부대장을 맡아 불이 나면 출동하는 봉사는 물론, 영암읍 시가지 청소나 풀베기 등 환경정화활동에 앞장서온 윤양진(60)씨는 "올해야말로 인생 최고의 해를 보냈다"고 회고한다.
어린 시절 기성회비를 못내 5학년 겨울방학 때 초등학교를 포기한지 48년만인 올해 목포제일정보고등학교에 입학, 밤마다 학교 가는 꿈을 현실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윤씨에게는 초등학교 졸업장도 없이 산다는 것은 한을 품고 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20여년을 건설업계에서 활동하며 시추자격증, 거푸집자격증을 갖고 있는 그가 지난해 관급공사를 맡는데 필요한 초급자격증을 얻기위해 기술원협회에 문의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2년제 대학을 나와야 초급자격증 변경 자격이 주어진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평생 열심히 일해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학력미달' 앞에서는 속수무책임을 절감해야 했다. 그래서 더 이상 머뭇거릴 수가 없었다. 언젠가는 공부하겠다고 벼려온 가슴 속 결심을 지난해 드디어 실행에 옮겼다. 중입검정고시를 통과한 그는 곧이어 고입검정고시에 도전, 성공함으로써 평생 품고 있던 못 배운 한을 풀었다.
고입검정고시에 합격한 후 2014년 목포제일정보고등학교를 찾아 당당하게 입학원서를 쓴 윤씨는 "펜을 잡은 손이 한참 떨렸다"고 말했다. 그동안 여러 지인들이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에 함께 다니자는 권유를 받았지만 초등학교 졸업장이 없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던 그였기 때문이다.
윤씨는 그동안 비록 배우지는 못했지만 타고난 성실함으로 기술을 익히고 자격을 취득했다. 지하수 기술인력 법정교육, 119 수상구조대, 굴삭기 운전기능사, 온수온돌기능사, 거푸집기능사, 위험물안전관리자격, 시추인정기능사, 온수보일러시공관리자 등 학력 대신 갖고 있는 자격증들은 그가 한평생을 얼마나 성실하게 살아왔는지를 대변한다.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에 입학한 그는 청록청소년육영회를 통해 불우청소년들을 돕기 위한 장학사업에도 동참하고 있다. 가정형편 때문에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아픔을 어느 누구보다 절절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윤씨가 목포제일정보고등학교에서 제일 흥미를 느끼는 분야는 컴퓨터수업이다. 업무상 철근콘크리트, 보링그라우팅, 지하수개발, 상하수도공사 등과 영암군 상하수도 대행업체를 맡아하기에 컴퓨터능력이 필요하다. 실생활에서 필요한 것을 공부하니 더욱 끌린다.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학교갈 일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는 그는 나이 들어 학교 가는 일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열심히 노력해 능력을 갖추고 살면 그것이 보람이기 때문이다. 어렵지만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같은 반 학우들과의 만남도 즐겁기만 하다. 배운 것을 자꾸 잊어버리는 것이 걱정이라면 걱정일 뿐이다./이국희 기자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