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철 어린 모 ‘고사’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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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경제

모내기철 어린 모 ‘고사’ 잇따라

원인규명 안돼 농가 애만 타

‘불량상토’ 심증만… 공급업체는 “기후 탓”
기술센터 “원인 규명 어렵다” 소극적 태도

본격적인 모내기 철을 앞두고 애써 키운 어린 모가 이유없이 말라죽는 현상이 잇따라 발생해 농가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영암군 금정면 세류리 일대 농가에서 발아를 끝낸 후 하우스에 펼쳐 논 모판에서 모가 잘 자라지 않고 노랗게 말라죽어 모판 수천여 장을 엎어버리는 사태가 잇따랐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불량 상토’ 탓이라는 농가 주장과 ‘냉해 또는 기후 탓’이라는 상토 공급업체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정확한 원인규명이 안돼 농민들은 더욱 답답해 하고 있다.

이 지역 농가들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S업체로 부터 공급받은 상토를 담은 모판에 볍씨 싹을 틔운 후 5월 초 하우스에 모판을 깔아 생육에 들어갔지만 어린 모가 노랗게 말라죽거나 뿌리가 썩는 등의 피해가 발생한 것.

특히 이같은 피해는 S업체가 공급한 상토 중에서도 ‘중량상토’를 사용한 모판에서 피해가 두드러져 농민들은 ‘불량 상토’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으나 상토를 공급한 S업체는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한 냉해나 자연재해로 돌리고 있어 농민들의 가슴만 타들어 가고 있다.

최근 어린 모가 말라죽어 모판 700여장을 엎어버려야 했던 금정면 세류리 홍 모씨는 상토를 공급한 S업체로 부터 ‘냉해’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수십년 농사를 지었지만 올해 처음 겪는 일이다”며 당황스러워 하며 “노지에서라면 모를까 하우스 내에서 모가 냉해를 입기는 어렵다. 냉해 피해라는 정확한 과학적인 검증을 받고 싶다”고 말해 업체가 주장하는 냉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 같은 피해를 입은 금정면 세류리 최 모씨도 지난 주 모판 1천400장을 뒤집어 엎어야만 했다. 최씨는 “S업체의 제품 ‘경량상토’와 ‘중량상토’ 2가지 상토를 모두 사용해 모판을 만들었지만 ‘중량상토’를 사용한 모만 말라죽었다”며 “상토에 문제가 있다는 심증은 가지만 업체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 농가들은 이러한 원인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을 받고싶어 하지만 시료를 채취해 간 농업기술센터는 장비와 비용의 한계를 이유로 원인을 밝히기 어렵다는 소극적 입장이고, 상토공급 업체는 시료 채취 조차 하지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S업체 관계자는 “상토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영암 관내 3개 면에 상토를 공급했는데 산간지방인 금정면 세류리에서만 이같은 현상이 발생했다”며 “최근 급격한 기온 변화와 큰 일교차로 인한 냉해나 못자리 장해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 농가가 원할 경우 상토를 무상 재공급 해주는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S업체는 올해 영암 관내 덕진면과 미암, 금정면 등 3개면에 벼 육묘용 상토를 공급했다.

한편 지난 9일 최씨의 고사한 모판 시료를 채취해 간 영암군농업기술센터의 한 관계자는 13일 “보유하고 있는 장비의 한계로 원인규명을 위한 과학적 검증이 어려운 실정이다”고 말하고 “최씨의 못자리는 기후로 인한 냉해나 백화현상도 아니며 정확한 원인을 알수 없다”고 밝혔다.

영암군은 친환경농업 실천을 위해 지난해에는 16억8천여만원을 들여 벼 육묘용 상토를 희망농가에 무상으로 공급했으며 올해에는 군 보조 70%, 농협 20%, 자부담 10%로 책정하고 군이 10억5천800만원을 들여 못자리 상토를 공급했다.

/변중섭 기자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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