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열무정에서 젊은 궁사들도 쉽사리 해내기 어렵다는 '5시(矢)5중(中)'을 기록한 김석중(78·도포면 덕화2구) 할아버지는 만면에 웃음을 가득 띠면서 '몰기(沒技)'의 공을 열무정 회원 모두에게 돌렸다.
몰기, 즉 5시5중이란 5발의 화살을 모두 관중(貫中)시킨 경우를 말한다. 궁도는 1~7명을 1개조로 대를 편성하고, 각 대는 교대로 나와 1순(順), 즉 한 대에 편성된 각 선수가 1발씩 돌아가면서 쏘기 시작해 모두 3발 또는 5발씩을 쏘게 된다. 첫 순을 초순(初順), 둘째 순을 중순(中順), 셋째 순을 종순(終順)이라 하며, 1순(5발)을 모두 관중시키면 몰기라 한다.
젊은 사람일지라도 활시위를 당기기조차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팔순을 앞둔 김석중 할아버지의 몰기는 열무정 안팎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김석중 할아버지가 몰기를 한 것은 구랍24일 오후2시40분쯤이었다. 이를 본 동료 회원들은 "나이 75세를 넘기면 사장(射場)에서 내려와야 할 나이인데 오히려 궁도를 시작했고, 그것도 5시5중까지 했으니 기적 같은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궁도는 '온몸운동'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약간의 오차가 있거나 몸의 밸런스가 잡혀있지 않으면 145m 과녁은 여지없이 화살을 외면한다. 특히 활시위를 당겨 화살을 과녁에 명중시키려면 무엇보다 하체가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심폐운동 뿐 아니라 정신집중도 필요하다. 올해로 78세인 김석중 할아버지가 몰기를 기록한 것은 농사일로 단련된 하체와 튼튼한 어깨 덕분으로 풀이된다.
부인 한영희 여사와의 사이에 5남매를 둔 김석중 할아버지는 70세까지는 농사일에 전념했다. 덕분에(?) 체력은 지금도 어느 누구 못지않다. 특히 70세를 넘어서는 게이트볼에 빠져 살았다. 그리고 1년 반 전부터는 열무정에 들어왔다. 활을 잡은 지 1년 반 만에 5시5중까지 한 것이다.
"게이트볼도 나름대로 재미있는 운동이지만 궁도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혼자서도 즐겁게 수련할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 정신수양과 건강증진에 더 없이 좋은 생활스포츠인 것 같아요.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매일 열무정에 나와 활을 쏠 작정입니다."
겨울바람이 매서운 열무정의 사장에 들어선 김석중 할아버지는 활시위를 더욱 힘껏 당기며 이처럼 말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