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청렴도 내부평가 대비 부패위험성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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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행정

군, 청렴도 내부평가 대비 부패위험성 진단

팀장급 이상 공직자 '인기투표'식 평가논란

평가점수 및 평균점수 개개인에 통보 일부에선 강력 반발
"청렴도가 모의평가로 향상되나" 용역 추진에 문제제기도
국민권익위원회가 매년 말 지자체를 비롯한 공공기관의 청렴도를 측정해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군이 최근 청렴도 내부평가에 대비해 부패위험성 진단용역을 실시한다며 팀장급 이상 공직자들에 대해 '인기투표'식 청렴도 평가를 실시, 일부 공직자들이 그 결과에 강력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외부청렴도는 향상되는 반면 내부청렴도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실시한 부패위험성 진단용역 결과가 팀장급 이상 공직자 개개인에게 자신의 평가점수 및 전체 평균점수 형식으로 통보되면서 평균 이하의 점수를 받은 이들 사이에 자괴감을 넘어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는 것.
특히 때마침 개회한 영암군의회에서 실·과·소별 주요 업무보고가 이뤄지면서 일부 의원이 그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고, 이에 군은 "참고자료일 뿐이다", "인사에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고 답변하고 나서는 등 뒤늦게 진화에 진땀을 흘리는 모습이다.
또 이번 용역결과물인 팀장급 이상 공직자들이 조직 내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자료는 이미 인사권자인 군정책임자에게 보고됐거나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7월 정기인사를 앞둔 군청 내 분위기를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다.
권익위의 청렴도 측정결과 영암군은 2012년의 경우 외부청렴도 5등급(전남 15위, 전국 군 단위 77위), 내부청렴도 2등급(전남 12위, 전국 군 단위 23위)으로 종합청렴도는 5등급(전남 15위, 전국 군 단위 78위)이었다. 또 2013년에는 외부청렴도 3등급(6위, 32위), 내부청렴도 3등급(11위, 36위)로 종합청렴도 4등급(11위, 62위), 2014년에는 외부청렴도 4등급(12위, 59위), 내부청렴도 3등급(5위, 27위)으로 종합청렴도 3등급(11위, 57위), 2015년에는 외부청렴도 3등급(6위, 37위), 내부청렴도 3등급(5위, 33위)로 종합청렴도 3등급(7위, 35위) 등의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의 경우 종합청렴도는 2014년 57위에서 35위로 22계단 상승했고, 외부청렴도 역시 4등급에서 3등급으로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순위에서도 59위에서 37위로 22계단 상승했다. 반면, 내부청렴도는 같은 3등급을 유지하기는 했으나 27위에서 33위로 오히려 하락했다. 외부청렴도는 민원인들이 군에 대해 평가한 것이고, 내부청렴도는 소속직원들이 ▲부당한 업무지시, ▲운영비 여비 등의 부당집행 경험, ▲알선청탁 등에 대해 평가한 것이다.
이처럼 종합청렴도가 개선되고 있기는 하나 내부청렴도의 경우 개선 정도가 더디다고 판단한 군은 부패위험성 진단조사를 통해 취약지점 발굴 및 대책을 마련, 청렴도 제고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한다며 한국공익신고지원센터에 용역을 의뢰, 팀장급 이상 공직자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지는 권익위의 고위공직자 부패위험성진단 설문지를 활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팀장급 이상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수행 여부, ▲부당이득 수수금지 여부, ▲건전한 공직풍토 조성, ▲청렴실천 노력 및 솔선수범 여부 등을 공직자들에게 물은 것이다.
특히 군은 설문조사를 실시하면서 일부 직원들의 형식적인 답변 때문에 평가대상자가 잘못된 평가를 받았다며 성의껏 답변해줄 것을 요구하는 취지문을 각 실·과·소에 배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취지나 조치에도 불구하고 용역결과가 팀장급 이상 개개인에게 통보되자 문제가 발생했다. 자신의 평가점수와 평가대상자의 평균점수를 통보받은 팀장급 이상 공직자들 가운데 자신의 평가점수가 평균점수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난 이들이 자괴감을 넘어 분노감을 표출하고 나선 것. 또 이번 평가결과를 토대로 최저점을 받은 이들의 구체적인 리스트까지 나돌고 있다. 가장 낮은 평가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한 과장급 공직자에 대해서는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도 나온다. 심지어는 7월1일자 인사를 앞두고 용역결과가 반영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지는 등 분위기가 뒤숭숭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군이 청렴도를 높이려다 오히려 조직 내부 화합만 깨뜨린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때마침 개회한 의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김철호 의원은 소관 부서인 기획감사실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용역결과에 대한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또 총무과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김 의원은 "7월1일자 인사에 반영되느냐", "군수가 용역결과를 알고 있느냐", "기획감사실에 용역결과가 보관되어 있느냐"고 질의했고, 이에 김철호 총무과장은 "기획실에 자료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의견을 밝히라면 용역결과는 인사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용역결과가 팀장급 이상 개개인에게 통보된 점을 감안할 때 종합적인 분석결과는 이미 군정책임자인 군수에게도 보고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형태로든 개개인의 신상에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속된 말로 '찍힌 것'이다. 또 용역 의도와는 달리 팀장급 이상 공직자들에 대한 인기투표 내지 인민재판식이 되어버린 평가결과는 조직 내부에 두고두고 지우기 어려운 상처로 남겨질지도 모른다.
한 공직자는 "마치 수험생이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모의고사로 수능에 대비하듯 권익위원회의 설문지를 활용해 모의평가를 한다고 청렴도가 높아지느냐"고 반문하면서, "청렴한 공직문화 조성에 군정책임자가 솔선하고 실·과·소장들이 앞장서면 될 일을 예산까지 들여 용역을 추진하다 조직 내부 분위기만 엉망으로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꼬집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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