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30일자로 공직생활을 마감한 박태홍 군 기획감사실장은 "퇴임을 앞둔 선배가 더 이상 후배공직자들에게 짐이 되어선 안 되겠다 싶어 명예퇴직을 선택했다"면서 그간의 소회를 이처럼 밝혔다.
"공직생활을 끝낸 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퇴직도 하기 전부터 마음이 바쁘고 설렐 정도다"고 애써 아쉬움을 감춘 박 실장은 그동안 자신을 따라 준 후배 공직자들을 찾아 감사의 인사를 하느라 바빴다고 말한다.
"모두가 그동안 고생했다고 위로해줘 감사했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해줘 가슴 뿌듯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공직자로서 당연히 가져야할 마음자세인데 소홀했고, 군민들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나태해 꾸짖은 일에 대해 후배들 마음 한구석 여운이 남아 있는 것을 느꼈을 땐 솔직히 공직자의 길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원칙을 고집하고, 소신을 굽히지 않기로 정평이 나 있는 박 실장은 재임 중 공직자들의 무사안일 내지 복지부동의 근무관행을 가장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지방자치제도 시행과 함께 군수가 바뀌면 열심히 일한 사실 자체가 비난의 대상이 되고, 따라서 그저 군수 입맛에 맞는 일만 찾아 시늉만 내면 되는 근무분위기가 만연되어 고질병폐가 되어가는 것을 걱정한 것이다.
박 실장이 재임 중 역점을 둬 의욕적으로 추진한 '영암2020프로젝트'의 1단계 사업인 영암군 소재지 활성화 시책 수립에 따라 공직자들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직접 내부 인터넷을 공직자 169명에게 E-메일을 띄운 것도 그 연장선이었다.
"솔직히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공직자가 조용히 있지 못하고 귀찮게 한다는 핀잔이 들리는 것 같았지만 기획감사실장으로서 영암군 소재지 활성화 시책만큼은 꼭 완성하고 싶었습니다. 영암읍 활성화는 그만큼 영암군의 중대하고도 절실한 과제이기 때문이고, 영암군 공직자라면 당연히 고민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영암군 소재지 활성화 10대 과제를 추려 적어도 3개 과제에 대해서는 내년 본예산에 반영하고, 한 가지 사업이라도 마무리한 뒤 공직에서 물러나겠다는 각오였던 박 실장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진한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민선4,5기 본의와는 다르게 본청 보다는 마한문화공원관리사무소 등 사업소를 전전한데 대해 "마음속에 남은 여한은 결코 없다. 오히려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였다는 점에서 감사한다"고 말하는 박 실장은 "퇴임 후 그동안 공부한 것을 토대로 영암읍 활성화를 위한 여러 가지 일을 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