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통합RPC 2015년산 재고도 산더미…정부 지자체 등 대책 절실
조생종 벼 수확이 시작되면서 벼 값이 대폭락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본격적인 추수기에 접어들면 사상 최악의 폭락사태도 우려된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겠으나 영암지역의 경우 미곡종합처리장(RPC)의 2015년산 재고도 산더미여서, 정부 차원의 시장격리 대책과 영암군 등 지자체의 수매 대책도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에 따르면 지난 8월25일을 전후해 수확이 본격화된 조생종 벼 값은 40㎏ 가마당 4만2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무려 1만원이나 떨어진 가격으로, 영암지역에서는 그나마 중간상들이 3만8천원에 매입하고 있을 정도로 급락세에 있다.
영암 지역농협 관계자는 "조생종 벼 수확기인 점에서 조곡 40㎏ 가마당 4만5천원 선은 되어야 그나마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일반 거래가격이 4만원도 채 안 된다. 예년 가격이 5만5천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쌀값은 대폭락했다고 보아도 틀림이 없다. 더욱 큰 문제는 본격적인 수확기가 되면 어느 선까지 떨어질지 지금 상태론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산지 쌀값도 마찬가지다. 도매시장에서는 20㎏ 한 포대에 3만6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3만9천800원에 비해 9.5% 하락했다. 소매가격도 3만9천65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만4천498원에 비해 10.9%나 떨어지는 등 올 초부터 이어진 쌀값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쌀값 하락세는 수확기에 접어든 가운데 정부 재고미가 175만톤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31%나 늘어난 상태이고, 영암통합RPC를 비롯한 전남지역 농협의 재고도 8만1천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6%나 늘어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영암 지역농협 관계자는 "영암통합RPC의 경우 2015년산 재고가 산더미다. 이를 처리하지 않고서는 2016년산 벼를 수매하더라도 저장할 곳이 없을 정도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이처럼 벼 재고가 심각한 상황임에도 정부가 지난 6월 미국 쌀 2만5천톤의 수입을 결정한 것도 쌀값 하락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최근 조생종 벼 값 하락은 오는 10월 본격적인 수확기 쌀값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쌀값 하락은 농협RPC의 경영적자를 심화시킬 수밖에 없어 매입량 축소로 이어지며 다시 쌀값 하락을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농은 최근 장흥, 강진, 진도, 담양 등지에서 잇따라 집회를 열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농은 우선 재고 벼에 대해 대북 쌀 교류, 해외원조 등 종합적 대책과 수확기 쌀값 보장 대책을 동시에 마련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아울러 쌀 수입 중단과 100만톤 수매 등 대폭적 정부 수매 계획의 조기 발표, 수매가에 대해 농민과 협의해 결정할 것 등을 제안했다. 또 지자체에 대해서는 쌀 종합대책 협의회 등을 구성해 쌀값 보장, 쌀 소비 확대 등을 병행해나갈 것도 요구했다.
영암 지역농협 관계자도 "당장 재고를 어떻게 처리할 지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쌀 유통문제를 지역농협에만 떠넘길 일이 아니라 당장 10월부터 시작될 추곡수매대책부터 쌀 소비 확대방안에 이르기까지 지자체인 영암군과 전남도의 대응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영암농협통합RPC의 최근 5년 동안 손익현황에 따르면 매년 평균 4억6천200만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연도별로 2011년 1억4천900만원의 적자가 발생했던 것이, 2012년 3억8천500만원, 2013년 3억7천800만원으로 각각 늘었으며, 2014년에는 9억7천만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2015년의 경우 적자는 4억2천6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적자운영은 올해도 예외가 아닐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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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통계청 발표 '전남지역 주요 농산물 생산변화'
쌀 소비 큰 폭 감소 불구 쌀 생산량은 35년 새 29.6%↑
1인당 1980년 132.4㎏→2000년 93.6㎏→2015년 62.9㎏
양곡 소비량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데 반해 전남·광주지역 쌀 생산량은 지난 35년 동안 29.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29일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전남·광주지역 주요 농산물 생산 변화'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가구의 1인당 연간 양곡(쌀 두류 서류) 소비량은 71.7㎏으로, 지난 1980년 158.2㎏ 보다 54.7%(-86.5㎏) 감소했다.
이 가운데 쌀 소비량은 지난 1980년 132.4㎏에서 2000년 93.6㎏, 두 자릿수로 감소한 데 이어 2010년 72.8㎏, 지난해 62.9㎏까지 무려 52.5% 뚝 떨어졌다.
이에 반해 지난해 전남·광주지역의 쌀 생산량은 89만3천t으로 지난 1980년 68만9천t에 비해 29.6%(20만4천t)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재배면적은 지난 1980년 20만9천㏊(전국의 19.4%)에서 2000년 22만8천㏊(20.7%)로 늘어난데 이어 지난해에는 17만6천㏊(20.6%)로 줄었다.
쌀 소비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쌀값폭락의 피해를 광주·전남 농민들이 정면으로 입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지난해 전남·광주지역의 보리쌀 생산량은 3만2천276t으로 지난 1980년 32만8천561t에 비해 무려 90.2% 감소했다.
마늘 생산량은 지난해 6만6천418t으로 지난 2005년 14만6천913t에 비해 54.8% 감소한 반면, 가격은 ㎏당 2천104원에서 4천140원으로 96.8% 증가했다.
양파 생산량은 지난해 54만9천348t으로 10년 전 52만3천602t에 비해 4.9%, 가격은 89.3%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