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지명이 현실이 되어가는 회의촌(會蟻村)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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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행정

옛 지명이 현실이 되어가는 회의촌(會蟻村)마을

'사람들이 개미(蟻)떼처럼 몰려드는 마을' 현실로

마을지명에는 옛 선인들의 선견지명이 담겨진 경우가 많다. 제철소가 들어서 쇠가 호수를 이루게 된 광양 금호도(金湖島, 쇠섬)나 석유화학단지가 들어선 여수 유두소(油頭所), 대청댐 건설로 아름다운 호수로 변한 대전 대덕 미호(美湖)동 등등처럼.
옛 지명이 현실이 되어가는 곳은 영암읍에도 있다. 회문리 2구 회의촌(會蟻村)이 그곳이다. 마치 '개미(會蟻村의 '蟻'가 '개미 의'다)떼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마을'이라는 뜻을 가진 마을이다. 회문리(會門里)도 회의촌마을의 회(會)자와 녹문(鹿門)의 문(門)자를 따 붙인 이름인듯하다고 전해진다.
군이 펴낸 마을유래지에 의하면 회의촌 가운데 영암초교가 자리한 곳이 개미형상의 명당이라 한다. 1980년까지 교문이 없는 학교였던 것도 이와 관련 깊다. 개미구멍을 막으면 어린이들에게 화(禍)가 생긴다는 우려 때문에 교문을 세우지 않았던 것이다.
회의촌에는 그렇지 않아도 영암초교 외에 영암중·고교, 군부대, 교육청, 영애원, 영애어린이집 등이 자리해 진즉부터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요즘도 이곳에 들어서는 각종 시설물이 줄을 잇는다. 2008년 개장한 氣찬랜드에 올해 15만명이 몰려드는 등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찾았다. 함께 들어선 가야금산조테마공원에서는 매년 전국국악경연대회가 열리고 있다. 바로 옆에는 회문리 출신 조훈현 국수 기념관이 들어서고, 전남도는 국립바둑박물관을 그 옆에 건설할 계획이다.
가장 최근에는 정부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조선업 밀집지역 관광산업육성사업'이 확정됐다. 가야금산조테마공원 아래쪽에 들어서는 한국트로트가요센터는 국비 63억원과 군비 27억원 등 총사업비 90억원이 투입되어 오는 2018년 개관한다.
한국트로트가요센터에는 전시관(박물관)과 소규모 공연장, 상설 트로트 오디션장, 트로트 창작소 등이 들어선다. 이곳에서는 하춘화, 남진 등 영암 출신 트로트 가수들은 물론 우리 대중가요계를 대표하는 음악장르이기도 한 트로트 음악의 역사와 전통을 담은 각종 자료 등이 전시된다. 또 트로트 창작소에서는 음악인들이 자유로이 머물며 작사 작곡 등 창작활동을 하게 되며, 상설 트로트 오디션장에서 유망한 신인가수 등을 발굴해 소규모 공연장과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탈바꿈할 영암5일시장 등에서는 공연도 하게 된다.
올 여름 명품피서지로 자리매김한 氣찬랜드에는 야간에도 주민과 관광객들이 북적이게 될 전망이다. 조선업 밀집지역 관광산업육성사업에 야간경관조명을 위한 사업비 10억1천100원 가운데 국비 7억원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군은 이달 중 제2회 추경을 편성, 나머지 군비 부담 3억1천100만원을 확보해 올 연말까지 사업을 끝낸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체류형 관광객을 늘려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 짓자는 취지가 담겨있다.
회의촌에 이처럼 많은 시설이 들어서게 된데 대해 주민들의 기대는 당연히 크다. 지역발전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氣찬랜드 조성에 따른 운영효과가 그 울타리 내에 머물 뿐 영암읍 전체로 확산되지 못하는 문제점은 여전한 해결과제다.
더 나아가 좁은 지역에 굵직한 테마를 가진 너무 많은 시설물들이 들어서게 된다는 점에서 난개발 내지는 각종 시설 포화상태로 인한 부작용 내지 역효과도 우려되는 점은 군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일로 지적된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현재의 부지가 氣찬랜드와 가야금산조테마공원 만으로도 꽉 들어찬 상태인데 이 두 시설을 합친 것과도 맞먹는 비중을 가진 한국트로트가요센터나 국립바둑박물관을 그 속에 넣는 것은 논리상으로도 전혀 맞지 않다"면서, "따라서 氣찬랜드 내에 이들 시설을 모두 입지시킬 것인지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며, 여러 테마를 가진 시설물인 만큼 더욱 넓은 공간을 확보해 적절하게 배치하는 방안을 하루빨리 강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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