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 기지로 1억원대 보이스 피싱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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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 기지로 1억원대 보이스 피싱 막았다"

영암축협 김혜미씨, 50대 조합원 A씨 현금 인출 피해 막아

영암축협(조합장 서도일)이 직원들의 철저한 조합원 관리와 여직원의 기지가 더해져 1억원대 보이스 피싱을 막아 화제가 되고 있다.
영암축협에 따르면 지난 11월16일 오후2시쯤 50대 조합원 A씨가 영암읍 본점을 방문, 현금 1억원을 인출하려 했다.
A씨가 조합원인 만큼 여직원 김혜미씨를 비롯한 직원 모두가 반갑게 맞이했다. 하지만 A씨는 왠지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자신의 축사에서 일하던 중 사고가 나 몸이 온전치 못한 탓이라고 여기기엔 왠지 이상했다. 평소와는 달리 마치 지적장애라도 겪고 있는 것 같았다. 조합원 A씨를 관리하는 직원이 다정하게 다가가 거듭 안부를 확인하는 등 친밀하게 대했는데도 A씨는 여전했다. 허둥대는 모습 같기도 하고, 때로는 멍한 표정 같기도 했다.
더구나 작은 돈도 아니고 1억원이라는 거액을 인출하겠다는 A씨가 이처럼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김혜미씨는 침착하게 "지금 현금이 부족해 인출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5천만원씩 나눠 나머지 5천만원은 농협영암군지부에서 인출해야 한다"며 예금인출을 일단 지연시키고, A씨 부인에게 전화했다. "남편이 1억원을 인출하러 축협에 들렀고, 거액을 인출해야할 무슨 이유라도 있느냐"고 물은 것이다.
이에 대해 A씨 부인은 '그런 일이 없다'고 말했고, 남편에게 전화 좀 해보라는 권유에 '몇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혜미씨는 이에 보이스 피싱임을 직감했다. 곧장 밖으로 내달려 농협영암군지부 앞에 서성대고 있던 A씨를 발견하고 예금 인출을 위해 써준 전표를 거의 빼앗다시피 해 찢어버렸다. 그러는 사이 축협 사무실에서는 112에 보이스 피싱이 의심된다는 신고를 했다.
특히 김혜미씨는 트럭 안에 두고 내렸다는 등 횡설수설하는 A씨와 실랑이 끝에 바지 호주머니에 있던 휴대전화기를 찾았고, 보이스 피싱 전화 내용을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합원 A씨는 이날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으니 현금을 모두 인출해 집에 보관해야 한다"는 전화 내용에 속아 축협을 찾아 통장에 들어있던 현금을 모두 인출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이번 보이스 피싱 예방은 영암축협 직원들의 조합원 관리가 표정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관리해온 덕분이자, 여직원 김혜미씨의 기지와 적극적인 예방 노력, 그리고 거액 인출의 경우 지급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등의 구조가 맞물려진 성과로 해석되고 있다.
서호면 출신으로 축협근무 11년째인 김혜미씨는 "직원들 모두 걱정하는 마음이 합해져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면서, "고객이 맡긴 재산을 소중하게 관리하는 일이 직원들의 의무인 만큼 크게 칭찬받을 일은 못 된다"고 겸손해했다.
한편 영암경찰서 이건화 서장은 지난 11월18일 오전 영암축협을 방문해 직원 김혜미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영암경찰서 오삼택 생활안전교통과장은 "보이스 피싱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지역주민들 상대로 예방활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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