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수기「사지를 넘어 귀향까지」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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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징용 수기「사지를 넘어 귀향까지」발간

16세에 일본 미쓰비시 탄광에 끌려가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긴 한 퇴직교사의 강제 징용 수기 「사지를 넘어 귀향까지」(소명출판, 값 1만원)가 출간됐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전남일보’가 공동기획 한 이 책은 영암읍 망호리 출생인 이상업 선생이 1943년 강제 징용되어 후쿠오카현 미쓰비시광업 가미야마다(上山田) 탄광 지하 1천500m 막장에서 하루 15시간의 중노동에 시달린 지옥 같은 경험을 적나라하게 기록하고 있다.
“…소리 내어 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속으로는 차라리 그 소년의 죽음에 모두 소리 없는 축복(?)을 보내고 있었다. 지옥 같은 노동과 굶주림과 구타에서 일찍 해방된(?) 그 소년의 죽음을 차라리 부러워하고 있었다. 지옥 같은 그 막장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우리도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은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남일보’가 광복 45주년을 맞아 공모한 일제 강제 징용 수기 공모전에 당선된 입상작으로, 1990년 11월 1일부터 56회에 걸쳐 지면에 소개된 바도 있는 이 책은 선생이 죽음과 절망의 공간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삶에 대한 의지는 결코 꺾을 수 없음을 보여주듯 세 번째 시도 끝에 마침내 탈출에 성공해 1945년 광복과 함께 구사일생 고향에 돌아올 수 있었던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동안 강제징용 피해자의 실상은 인터뷰나 구술집 형태로 소개된 것은 있었지만, 피해자 본인이 직접 쓴 체험 수기는 매우 귀한 편이다. 특히 「사지를 넘어 귀향까지」에는 노예와 다름없었던 징용자들의 비참한 삶, 나라를 빼앗긴 식민지 민중으로서의 고통과 설움이 잘 나타나 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느끼는 한 인간으로서의 본원적 욕구, 고향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행간마다 짙게 묻어 있다. 또한 저자가 당시의 기억을 떠 올려 직접 연필로 스케치한 그린 그림 네 점도 함께 책에 담아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저자인 이상업 선생은 1948년 영암남초등학교를 시작으로 1994년 덕진초등학교 영보분교에서 정년퇴임하기까지 33년 동안 교단에 있었다. 현재 월출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고향 영암 망호리에 살고 있다.
한편 책 발간에 노력한 영암 출신 전남도의회 우승희 의원은 “영암초등학교 1,2학년 때의 담임선생님께 좋은 선물을 드려 보람”이라면서 “영암지역 학생들이 많이 읽고 역사를 바로 보는 눈을 길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정면 출신인 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대표는 “근로정신대 시민모임을 이끌어 오면서도 영암은 늘 마음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강제징용을 당했던 이상업 어르신을 뵙는 순간 역사적 소명이라고 생각했다”며 “고향을 위해 작은 기여를 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감회를 밝혔다.
「사지를 넘어 귀향까지」는 이 대표가 광주·전남지역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기록을 담으면서 고향 출신의 인터뷰도 포함시키고 싶어 했고, 때 마침 당시 유선호 국회의원의 비서관이었던 우 의원을 통해 이상업 선생을 만나, 2007년 발간 된 「빼앗긴 청춘 돌아오지 않는 원혼」(이국언 지음, 시민의 소리)에 수기를 싣는 한편 전남일보에 연재된 수기를 토대로 올 초 책 발간을 기획, 출간하게 됐다.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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