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찬 묏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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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찬 묏길

턱까지 숨이 차올라 삶이 힘들 때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파 허전할 때
말없이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내 허물을 나무라지 않고
내 주책이 들어나도 조용히 웃으며
비난하지 않고 맞장구 쳐줄 누군가 있다면

혼자 숲길에 들어서서 숨을 크게 쉬어본다.
빽빽하게 들어서 있던 숲의 나무들이
걸어 갈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길을 파노라마처럼 열어준다.
너무 힘들어 하지마
너만 힘든 것 아냐
여기 수많은 사람들이 털어놓은 이야기가
낙엽처럼 차곡차곡 쌓여 있는데
이 장엄하고 위대한 자연이 지켜주는데 뭘 걱정하니

숨이 차게 걷고 또 걸으니
오히려 더 편안해지고 따뜻해진다.
말없이 투정을 다 받아주고 기다려주는 곳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어 아늑해지는 이 포근함
너 기찬 묏길
고마워라
정다워라.

정윤희
영암문인협회 회원
영암군민신문 www.y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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