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어귀 노점상에서 사과 1kg을 샀다. 사과 네 개, 1.5달러다. 아주머니가 처음에는 북한 돈 아니면 받지 않겠다더니, 이제는 얼굴이 익어 거래가 자유로워졌다.
호텔에 들어오니 로비에 있는 TV에서 중앙방송 아나운서가 정부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휴전선에서 풍선을 쏘았던 일에 대한 방송이다. 남측에서 풍선을 다시 띄운다면 그 즉시 응사하겠다는 내용이라고 호텔 안내 직원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강의 내용을 전해 준다.
김 참사와 함께 고려호텔 부근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천천히 걸어서 숙소에 돌아오는 길. 고려호텔 부근 가로등 불빛에 기대어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한 두 명이 아니다. 중앙국립극장 점조등 아래 이곳저곳에서도 학생들이 서서 혹은 앉아서 책을 읽고 있다. 전력사정이 좋지 못해 집이나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참 동안 서서 책 읽는 아이들을 지켜보았다. 가슴이 시려온다. 짠하다.
오늘은 밤늦게까지 책 읽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오늘 만이 아니다. 묘향산과 신평 휴게소에서 만났던 안내원도 책을 열심히 읽고 있었고, 아침 산책길에도 책 읽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다. 책 읽는 사람이 많은 나라. 그 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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