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먹은 낙엽 한 쌍의 상처난 구멍 뒤로
방금 전의 순간들이 까막까막하게
기억의 불을 끄며 숨기도 하고
애써 불러오면 돌아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한 장 잎새 같은 삶의 잎맥 사이에도
숭숭 벌레 먹은 구멍이 뚫리고
아문 상처 둘레엔 검게 굳은살이 박힌다.
한 켤레의 신발처럼 놓여진 낡은 낙엽처럼
나도 한 번은 신발을 벗을 것이다.
둘째 아이를 역산하던 날
수술대 아래 벗어둔 신발을 보며
한 번 더 생의 기회를 간구했었다.
간절한 기도였다.
그 시간 따라 흘러온 시간도 한 매듭이라
이제금 내가 신고 걸어온
발바닥 뜨겁덥 여름날을 견딘 신발도 붉은 물이 들었을 터이다.
나 비로소 한 켤레의 신발을 벗을 때
어느 나무 아래서
부디 가지런히 놓여있기를,
바람에 지친 삶처럼 흩어지지 않았으면.
김연숙
영암문인협회 회원
솔문학동인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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