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인박사 현창사업 44년째…역사자료관 건립 필요
검색 입력폼
 
지역사회

왕인박사 현창사업 44년째…역사자료관 건립 필요

왕인박사의 위업을 기리는 현창사업이 추진된 지 올해로 44년째인 만큼 왕인역사자료관(박물관)의 건립과 상근 학예사를 배치, 연구의 연속성과 자료의 체계적인 집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왕인박사의 영암출생설을 기록한 유일한 문헌인 '조선환여승람'과 관련해 단순히 아오키 게이쇼의 왕인박사 동상 건립 취지문의 작성시기가 조선환여승람 간행시기보다 앞선다는 점에만 주목해 두 자료의 인과관계를 주장하며 왕인박사의 영암출생설을 부정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특히 왕인박사를 매개로 한 영암군과 일본 오사카 히라카타시 등과의 교류는 단순히 왕인박사의 업적을 확인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업적이 문명사의 보편이었음을 인식하고, 그 보편성을 토대로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들 간의 교류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1월 23일 광주 5·18민주화운동기록관 7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사)왕인박사현창협회 2017년 학술대회' 기조 및 주제발표에 따른 것이다.
(사)왕인박사현창협회(회장 전석홍)와 왕인문화연구소(소장 임영진)가 주최·주관하고 영암군과 (재)호남문화재연구원이 후원한 가운데 열린 이날 학술대회는 '왕인박사 현창사업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왕인박사의 위업을 기리기 위한 현창사업이 한국과 일본에서 어떻게 추진되고 있으며, 향후 개선과제는 무엇인지 규명하는 자리가 됐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박광순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이 '한국의 왕인박사 현창사업의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로 기조발표를 했으며, 일본 간자키시의 마쓰모토 시장이 '일본 지방자치단체의 왕인박사 유적지 조성사업의 현황과 과제 - 일본 사가현 간자키시 왕인신사의 사례'라는 주제발표를 했다.
이어 김선희 건국대 교수가 '일본 민간단체의 왕인박사 현창사업의 현황과 과제'에 대해, 정성일 광주여대 교수가 '1920∼30년대 조선환여승람의 편찬과 왕인박사'에 대해, 박해현 금호고 교사(동신대 외래교수)가 '1950∼60년대 전라도 지역의 고대사 인식과 왕인박사'에 대해 각각 주제발표를 했다.
이어 나행주 건국대 교수와 노성태 국제고 교사 등이 나와 종합토론을 이어갔다.
(사)왕인박사현창협회 전석홍 회장은 "왕인박사의 위업을 기리기 위한 사업의 현황과 개선할 과제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왕인박사 현창사업 관련 기관단체 간의 네트워크 강화와 양국간 민간차원의 교류와 협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왕인박사 현창사업의 성과와 과제
박광순 교수는 '왕인박사 현창사업의 성과와 과제'라는 기조발표를 통해 "(사)왕인박사 현창협회는 지방에선 '구림고적보존협회'(대표 박찬우), 중앙에선 '한국문화재보호협회'(회장 이선근)가 그 산파역을 맡아, 1973년 8월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왕인유적조사단을 구성해 군서면 구림리 일원을 조사한 뒤 '왕인박사 현창협회' 설립 발기인회를 개최한 것이 그 모태"라고 소개하고, "1973년 10월 광주에서 왕인박사의 위업을 바르게 인식시켜 내외에 선양함과 동시에 올바른 한일관계의 확립과 한일 양국의 참된 우호증진에 도움이 될 기념사업에 일역을 담당할 것을 목적으로 '왕인박사 현창협회'를 설립해 올해로 44주년이 됐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44주년인 지금 왕인박사 현창협회가 해야할 과제로 시설사업의 경우 "왕인역사자료관(박물관)의 건립과 연구소에 상근 학예사를 배치해 연구의 연속성과 자료의 체계적인 집적을 기해야 하며, 자료관에는 왕인박사의 일생을 요약한 간단한(약 10분) 영상물을 상영할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하고, 왕인동상을 재건립해 학생들은 물론 내방객들이 보다 친근감을 가지고 접근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연구사업으로 "지금까지의 연구활동을 기반으로 이제부터는 보다 집중적인 연구와 자료발굴에 총력을 기울여여 하고, 왕인박사 현창사업이 끈질기게 계속되도록 성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日 민간단체의 왕인 현창사업의 현황과 과제
김선희 교수는 '일본 민간단체의 왕인박사 현창사업의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일본 오사카 히라카타시의 민간에서 행해지고 있는 왕인박사 현창사업인 왕인총 환경수호회를 예로 들면서, "현재 히라카타시의 왕인박사 현창의 중요한 주체인 '마을사람들'은 그야말로 마을의 환경가꾸기를 통해 마을의 역사를 배우고 더 나아가 한국과의 더 나은 관계를 위한 교류를 소망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면서, "왕인현창사업의 식민주의를 비판하는 관점은 그 나름 논리와 의미를 갖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현창사업을 내선일체의 기억을 망각한 "무척이나 위험한 일"이라거나 "역사 기억의 전복"이라고 하는 시점에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어 "영암군과 히라카타시의 우호교류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현재의 교류가 박사왕인의 업적을 확인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업적이 문명사의 보편이었음을 인식하는 한편, 그 '보편성'을 토대로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 간 교류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관의 협력이 필수적이므로 영암군은 다양한 아이디어 공모 및 기획에 대해 더욱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아울러 "영암군과 히라카타시는 교류를 위한 물리적 거리가 너무 먼 것 같다"면서, "만약 인천공항이 아닌 무안공항을 활용해 오사카의 이타미(伊丹) 국제공항이나 간사이 국제공항이 바로 연결된다면 하는 바람이 있다. 왕인박사 현창을 통해 양국의 내실 있는 교류, 미래세대를 위한 다리 놓기가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조선환여승람의 편찬과 왕인박사’
정성일 교수는 '1920∼30년대 조선환여승람의 편찬과 왕인박사'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왕인박사 영암출생설을 기록하고 있는 '조선환여승람(영암군)'이 인쇄되어 간행된 시기(1937년)와 이 책에 실릴 내용에 대한 사전 조사가 마무리 된 시기(1922년) 사이에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한다"면서, "더구나 1927년까지 영산포와 영암지역에서 '혼간지(本願寺)를 중심으로 이뤄진 일본 불교의 포교 활동 일지' 속에서 아오키 게이쇼(靑木惠昇)에 관한 기록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그가 이 무렵까지도 영산포와 영암지역에 출현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이에 따라 "그럼에도 이러한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아오키 게이쇼의 왕인박사 건립 취지문의 작성 시기(1932년)가 조선환여승람의 간행 시기(1937년)보다 앞선다는 점에만 주목해 두 자료의 인과관계를 주장하면서 왕인박사 영암출생설을 부정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자 성급한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 '1950∼60년대 고대사 인식과 왕인박사’
박해현 금호고 교사(동신대 외래교수)는 '1950∼60년대 전라도 지역의 고대사 인식과 왕인박사'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해방 이후부터 1950년대까지 한국고대사는 일제 강점기에 형성되기 시작한 실증주의 역사학을 바탕으로 일제 식민사학을 극복하려 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을 수 있으나, 민족의 내적 경험을 주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해 식민사관 극복이 불철저했다는 한계도 있다"고 지적하고, "1960년대 들어 근대화론과 내재적 발전론을 바탕으로 일제의 '타율성론'과 '정체성론'이 치밀하게 비판되는 등 한층 강화된 민족주의적 성격이 한국 고대사학계에 영향을 주어 식민사학이 본격적으로 극복되어갔다"고 설명했다.
박 교사는 이어 "애국계몽기에 민족을 지키는 수단이 되었던 왕인박사가 해방 이후에도 민족주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기능했으나, 1950년대까지는 일제의 내선일체 후유증과 불철저한 식민사관의 극복 탓으로 왕인에 대한 관심이 일정부분 제한이 있었다"면서, "왕인에 대한 관심은 민족주의가 한층 고양된 1960년대 이후에 이르러 그 이전보다 보다 높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 교사는 또 "해방 이후 1960년대까지 왕인 연구는 일부 영암 출신 젊은 청년들에 의해 이루어졌을 뿐 학계로부터 소외되어 있었다"면서, "그것은 왕인박사가 일제의 내선일체에 이용되었기 때문으로, 결국 왕인박사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었기 때문에 한국 학자들의 연구에 걸림돌이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사는 "1970년대 들어 이병도에 의해 왕인연구가 본격화되는 계기가 만들어졌지만 정치적 논란을 극복하고 객관적인 실체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오늘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