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진흥법 제정 이후의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바둑진흥법 제정의 주인공인 영암 출신 조훈현 국회의원(자유한국당)이 주최했으며 이창호 한국기원 이사와 목진석 국가대표 상비군 감독 및 선수단, 바둑 관계자 등 100여명이 좌석을 꽉 채운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다.
조훈현 의원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법 제정으로 바둑계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끌어낼 수 있는 법적 기반을 갖추게 됐지만, 바둑진흥법이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바둑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법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바둑진흥법' 제정 이후 바둑의 체계적인 보존 및 진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린 이번 토론회에는 김승규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정책과장, 유창혁 한국기원 사무총장, 송재수 대한바둑협회 상임부회장, 손근기 한국프로기사협회장, 이병두 세한대학교 생활체육학과 교수, 엄민용 경향신문 스포츠산업팀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가 좌장으로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토론은 주어진 1시간30분을 넘기면서 바둑진흥에 관한 여러 가지 방안이 제시됐다. 주제 발표와 토론 이후에는 방청객들과 질의응답시간을 갖기도 했다.
한국 바둑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고 바둑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제정된 바둑진흥법에 발맞춰 바둑계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한 바둑진흥기본계획이 수립될 수 있도록 관련 단체 및 전문가가 참석하는 토론회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는 점에서 이날 토론회는 주목을 끌었다.
한편 바둑진흥법은 조훈현 의원이 국회에 입성해 처음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2016년 8월 4일 발의한 지 1년8개월 만인 지난 3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4월 17일 제정돼 오는 10월 18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다음은 이날 토론회 요지다.
■ 김승규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정책과장
바둑인 참여 기본계획 역점 둘 것
문체부는 새롭게 제정된 법에 따라 처음으로 수립되는 바둑진흥기본계획에 대해 무엇보다도 바둑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바둑인들이 현재 바둑을 어떻게 즐기는지, 어떤 불만을 가지는지,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해주기를 바라는지 하나하나 듣고 바둑인들이 참여해 만드는 기본계획이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단편적인 사업실행을 위한 기본계획이 아니라 실제로 바둑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바둑인들이 필요한 다양한 정책들을 반영할 수 있는 기본계획이 수립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바둑진흥법 제정에 따라 앞으로 바둑진흥을 뒷받침하고 바둑의 세계화 방안과 마인드스포츠로서 국민의 여가선용 기회가 늘어날 수 있또록 지원책을 강구하겠다. 또한 건강한 정신함양을 위한 대중 스포츠로 바둑이 발전할 수 있도록 주어진 여건 내에서 다양한 지원책을 모색하겠다.
■ 유창혁 한국기원 사무총장
바둑진흥기본계획 새 성장동력 되어야
한국 바둑은 1990년대부터 10년 넘게 세계대회 우승을 휩쓸어 황금기를 이뤘으나,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점, 중국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 아래 급성장한 중국 바둑, 국내 바둑인구의 정체와 고령화 등 세 가지 위기상황에 처해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바둑 종주국의 위상 강화, 바둑 저변 확대 및 지원 강화, 바둑 교육 및 기술 개발, 바둑 문화산업 육성, 바둑의 세계화 촉진, 바둑 진흥을 위한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 바둑이 현재 직면한 모든 문제점을 바둑진흥법과 바둑진흥기본계획이 해소할 수는 없겠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믿는다.
■ 송재수 대한바둑협회 상임부회장
바둑에 대한 패러다임 바꾸는 계기돼야
바둑진흥법 제정 이후의 과제로는 바둑 관련 경기시설의 확충, 바둑 교육 및 보급 활성화제도 마련, 바둑 유관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 등이라고 본다.
특히 국민들이 바둑을 처음 배우거나 접할 수 있는 곳은 방과후학교, 바둑학원, 문화센터 등으로 그 범위가 제한적이다. 이런 환경을 개선하는데 주안점을 둬 바둑진흥법을 활용해야 한다.
■ 손근기 한국프로기사협회장
바둑전문기사 육성 및 지원대책 담아야
바둑진흥기본계획에는 무엇보다 바둑전문기사의 육성과 지원대책을 담아야 한다.
2017년 기준 바둑전문기사의 랭킹별 평균상금을 보면 1∼10위까지는 2억4천833만원, 11∼50위까지는 6천703만원 정도이고, 51∼100위는 1천613만원, 101위 이하는 151만원이 고작이다. 말하자면 현실적으로 절대다수의 프로기사가 대회 외의 활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기사 교육시스템 지원을 통해 교육분야 일자리를 창출하고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아울러 양궁이나 태권도처럼 해외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바둑의 세계화사업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 이병두 세한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바둑진흥원 통해 선진·과학화 세계화해야
바둑진흥기본계획에는 첫째로 바둑의 중장기적 발전을 위한 정책, 사업, 마케팅 등의 효율적인 추진 및 운영을 위한 가칭 '바둑진흥원' 구성을 통해 바둑의 선진화, 과학화, 세계화를 이루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로 바둑교육과 보급은 생애주기별 맞춤형으로 이뤄져야 하며, 셋째로 바둑 관련 제반사항을 과학화, 데이터베이스화해 바둑교육 및 이벤트 행사 등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 엄민용 경향신문 체육부장
제정보다 운영이 중요…내부갈등 경계해야
우리나라 법률 중 '진흥'이라는 제목이 들어간 것이 80개 넘는다. 하지만 이중 실제로 진흥 효과를 보는 분야는 많지 않다. 전통무예진흥법과 씨름진흥법의 경우 대다수 국민이 존재 자체를 모를 정도로 유명무실하다. 그렇게 된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무엇보다 전통무예와 씨름을 즐기는 인구가 없기 때문이다. 진흥을 하려해도 대상이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바둑은 복받은 종목이다. 많이 줄기는 했지만 800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국민들이 즐기고 있다. 따라서 바둑진흥법을 근거로 국가와 지자체의 지원이 이어지고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 등 국내 바둑행정을 이끄는 단체들이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면 한국 바둑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 수 있다.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점은 바둑계 내부의 갈등이다.바둑진흥법은 제정보다 운영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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