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염색은 삶과 같아요”
검색 입력폼
 
보류

“천연염색은 삶과 같아요”

영암읍 서남리 ‘달마지 천연염색공방’ 김희숙씨

전통천연염색 맥 잇기 체험학습장으로 운영 “염색은 인생의 과정과 닮아 깨끗한 염료에서 좋은 색 얻어” 영암읍 서남리 한전영암지사 건너편. 무심히 눈을 돌리면 마당을 가득 채운 빨래줄에 널려 있는 황토, 감, 쪽, 소목 등 예쁜 색감의 천연염색 원단들이 눈길을 끈다.
천연염색한 천의 색감은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한 자연의 색을 발하고 있어 보는 사람들의 눈과 마음도 편하게 해준다. 그 집 앞을 지날때면 항상 마음이 편안했다.
이곳은 조웅(51)·김희숙(48) 두 부부가 운영하는 ‘달마지 천연염색공방’. 전통 천연염색 체험과 규방공예를 배울수 있는 곳이다. 실내로 들어서면 염료를 만들거나 염색 작업을 할 수 있는 넓은 작업장과 규방공예방이 갖춰져 있다. 조웅씨와 김희숙씨가 10여년 전부터 천연염색을 연구해오면서 천연염색 체험·학습장을 운영하는 등 한국전통 천연염색의 맥을 잇고 있는 곳.
“천연염색이란 인생의 한 부분을 보는듯 하고 삶
의 과정과 너무 흡사합니다. 천에 스며든 염액이 공기와 접촉하면서 아름다운 색을 만들어 냅니다. 자아(自我)를 비웠을 때 삶의 본질을 볼수 있는 것처럼 염료와 원단에 불순물이 없고 깨끗이 정련되었을 때 아름답고 깨끗한 색이 나오지요. 사심과 편견 불순한 생각이 끼어들면 좋은 색을 얻을 수 없어요” 안주인 김희숙씨는 천연염색에서 인생과 삶의 본질을 느낀다고 말했다.
색을 만나면서 즐거움과 마음의 평화도 함께 느꼈다는 김씨는 “염색과 공예는 체험하는 사람에게 많은 흥미와 재미를 느끼게 하고 ‘컬러테라피’에 의한 심리치료 효과도 크다”며 천연염색과 공예의
장점을 설명했다.
두 부부는 10년전 화순에서 전통 천연염색의 한 맥을 잇고 있는 토벽 정옥기 선생께 사사 하고 전통 천염염색 맥 잇기에 열과 성을 다했다. 처음엔 취미로 시작했던 것이 점차 ‘열정’으로 바뀌었다. 돈안되는 일이었지만 열정과 즐거움으로 견뎌냈다. 바깥주인 조씨는 천연염색 부문에 전념했고 규방공예는 안주인 김씨의 몫이었다.
“조선시대 여자들의 소일거리였던 규방공예는 한땀 한땀 정성이 담겨있고 아름다우면서 실용성 있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부부는 최근 종합사회복지관 결혼이민
여성 교육 프로그램에 강사로 참여했고, 교육 중 이민여성들의 천연염색과 규방공예에 대한 호응도와 열의, 재능을 보고서 크게 놀랐다.
“특히 동남아권 여성들은 바느질에 선천적으로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더군요. 그들의 공예실습 작품을 보고 감탄했어요. 자신들이 잘할수 있는 분야에 대한 자신감과 즐거움을 표현한 결과물이었지요”
“천연염색과 규방공예 교육프로그램은 이민여성들에게 아주 잘 맞는 것 같다”는 김씨는 “1회성이 아닌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재능과 소질을 계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더욱
많은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5월부터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아 체험학습장으로 운영하고 있는 이들은 내년부터는 학생들의 체험학습을 위주로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본격적인 천연염색 체험학습 공방으로 꾸며갈 생각이다.
김씨는 “이제 길이 조금 보일 뿐입니다. 내년부터 시작할 공방 운영에 대해 많은 연구와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히고 “주민들도 특히 여성분들은 건전한 여가선용을 위해서 이곳을 찾아 체험학습 기회를 많이 가졌으면 한다”고 바람을 말했다.
자신은 한번 시작한 일에 적극적으로 몰입하는 성격이라는 김씨는 음대를 졸업한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예능 분야에 많은 조회를 지녀 영암영애원에서 9년째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행하고 있다.
/변중섭 기자
변중섭 기자 jusby@hanmail.net

오늘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