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사학자 우재(愚齋) 이원형의 氣의 고장 靈巖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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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사학자 우재(愚齋) 이원형의 氣의 고장 靈巖을 말하다

"월출산은 기기묘묘한 암석이 빚어낸 조형미 빼어나고 맑은 氣 충만한 남도의 찬란한 寶石"

우재 이원형
월출산 국립공원이 있는 영암은 기(氣)의 고장이다.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월출산은 예로부터 시인 묵객들의 절찬을 받아왔다. 복잡한 산업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웰빙과 영암의 기(氣)는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영산강 물막이 공사로 생긴 간척지에 조성된 대불국가산업단지가 있는 영암은 호남지역에서는 보기 드물게 역동적인 고장이다. 기해년(己亥年) 새해를 맞아 수려한 자연환경 속에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가 오롯한 기(氣)의 고장 영암을 소개한다.
월출산에 대한 영암인의 긍지는 대단하다. 198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월출산은 정상이 해발 809m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나, 평야지대에 갑자기 돌출되어 고도에 비해서 높게 느껴진다.
월출산은 천황봉(天皇峰)을 주봉으로 구정봉, 사자봉, 주지봉 등 많은 봉우리가 바위들로 이루어져 저마다 맵시를 뽐내고 있다.
월출산은 전후좌우 기암괴석이 병풍인가 싶으면 거대한 수석이요, 한 폭의 아름다운 산수화가 되는 등 그냥 바위들의 향연이요, 그대로 기암들의 전시장이다. 온갖 자태로 저마다 수려한 모습을 연출하는 기묘한 바위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월출산 산행은 천황사를 출발하여 구름다리와 천황봉 그리고 구정봉과 도갑사에 이르거나 그 역방향 코스가 일반적이다.
천황봉을 오르는 산 중턱에 있는 월출산 구름다리는 길이 51m에 다리 아래 절벽이 무려 120m로 다리 아래 깊이가 우리나라에서 최고라고 한다. 다리에서 보는 발아래 경관은 환상적이나 심장이 약한 사람은 곤욕을 치러 월출산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월출산 산행에는 그 기막힌 경관을 감상하면서 수시로 만나는 기암괴석을 보면서 사물을 연상해 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천황봉 정상에서 남도들녘과 남해바다를 조망함은 정말 장관이다. 특히 구정봉에서 바라보는 파노라마는 그대로 바위들의 경연장이요, 각축장이어서 언설로는 표현할 수 없고 그냥 조물주의 조화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월출산 구정봉(九井峰)은 바위가 파여 생긴 9개의 샘이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한 때 이 샘들이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다며 신비함을 각색하는 말도 나돌았으나, 사실 이 샘들은 규모도 작고 빗물이 고인 것으로 가뭄이 심하면 마른다. 하지만 바위에 9개의 구멍이 파여 있는 것은 무슨 조화인지 신기롭긴 하다.
구정봉을 바람재에서 보면 큰 바위 얼굴로 보여 항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주지하듯 큰 바위 얼굴은 미국의 너 대니얼 호손의 소설로 동. 서양을 막론하고 우리 인간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메신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월출산 큰 바위 얼굴이 공교롭게도 미국 화이트 산의 큰 바위 얼굴이 무너진 이후에 발견되고, 월출산이 도선 국사의 탄생지이자, 월출산 구정봉과 주지봉 아래에 천하제일의 명당 터가 있다는 구전과, 도선비기에 나오는 큰 인물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초들의 바람이 더해져 많은 이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과연 도선비기와 정감록이 예언한 인물이 나올지는 지켜 볼 일이지만 100m가 넘는 크기의 큰 바위 얼굴은 대단히 경이롭다 하겠다. 큰 바위 얼굴을 보면서 각자 마음속으로 자신이 바라는 진인(眞人)의 출현을 염원해 보는 것도 특별한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구정봉 아래에는 한국제일의 가람지라 극찬을 받고 있는 용암사지가 있다. 이곳의 뛰어난 전망과 빼어난 광경은 그대로 무릉도원이자 신천지이다. 실제로 이곳에 서보면 수려하고 장쾌한 자연미에 깜짝 놀라며 속세의 찌든 일상에서 벗어나 청정한 본래 마음자리를 느끼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이곳의 북 서향 절벽에는 주변의 기암 풍경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 8미터가 넘는 거대한 불상인 마애불이 새겨져 있다. 웅대하고 장엄한 이 불상은 국보 제 144호로 우리나라 국보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불상은 건너편 암반위의 소박한 삼층석탑 넘어 드넓은 영산강 들녘을 바라보고 있다. 아마도 이 마애불은 영산강 유역 들녘의 풍요와 바다로 향하는 구림 상대포구 뱃길의 안녕을 담은 간절함을 오롯이 담아 높은 산 절벽에 이처럼 거대한 불상을 새겼을 것이다. 설령 불자가 아니더라도 이 감동스러운 불심에는 절로 마음이 숙연해진다. 이곳은 월출산에서 가장 기가 충만한 곳이지만 등산로에서 벗어나 있어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본래 이곳으로 오르는 길은 큰 골이나, 이곳에 상수원저수지가 생겨 수십 년간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지금은 이곳 상수원이 용도를 다했다니 영암군에 등산로 개설을 제안하는 바이다. 만약 이 등산로가 개설된다면 이곳의 충만한 기는 대구 팔공산 갓 바위에 비견되는 남도 제일의 기도터가 될 것이다.
천황사와 누릿재 중간에 월출산의 비경을 간직한 칠지계곡은 등산로가 잘 닦여지지 않아 접근이 불편하지만,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은 모두 그 아름다움을 극찬한다. 이 계곡은 일곱 개의 폭포가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나 평소에는 수량이 적어 폭포는 볼 수 없고 우기에만 그 현란한 자태를 만날 수 있다. 칠지계곡은 등산로가 정비된다면 월출산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다.
월출산은 기기묘묘한 바위에서 발출하는 기(氣)가 세다고 알려져 있다. 고려 인종 때의 임춘이 일재기(逸齋記)에서 도교 정책을 시행하려다 축출된 이중약이 ‘기이한 월생산은 도가의 기운이 있으니 반드시 이인(異人)이라야 여기에 합당하다며 이에 이곳에 도를 닦는 곳으로 정하여 그 거처를 일재라 하였다’라는 기록을 보면 월출산의 기가 세다는 말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닌가 보다. 이처럼 영암의 상징 월출산은 충만한 기(氣)를 발산하여 영암을 기(氣)의 고장이라고 한다. 이에 영암군은 '氣의 고장 영암'을 특허 출원하여 기(氣)를 랜드 마크로 정해 이제 기(氣)하면 영암을, 영암하면 기가 연상된다.
월출산은 암석이 빚어낸 조형미가 빼어나고 맑은 기와 충만한 지령이 가득한 남도의 찬란한 보석과도 같은 산이다. 이러한 월출산의 풍경과 청정한 기감을 모두가 쉽게 접할 수 있게 월출산 케이블카의 설치의 필요성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이에 대한 영암군민의 하나 된 중지와 영암군의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만약 월출산에 케이블카가 개설되어 접근성이 지금보다 용이해진다면 일상에 지친 더 많은 사람들이 기의 세례를 흠뻑 받고 삶의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월출산 등산이 부담되면 천황사에서 출발하여 기찬랜드를 경유하여 도갑사나 왕인박사유적지에 이르는 월출산 둘레길인 ‘기찬 뫼길’을 걷는 것도 영암 월출산이 선사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영암읍에서 동쪽을 보면 활처럼 생긴 활성산이 있다. 활성산 정상에는 친환경 대체 에너지로 각광 받고 있는 대단위 풍력발전소가 들어서서 매우 이색적인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본래 목장이었으나 방치되고 있던 이곳에 설치된 유수의 발전소가 영암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영암인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영암인의 사랑받는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매김 하길 기대해 본다.
영암의 역동성, 현대삼호중공업과 대불산단
영암군 삼호읍(三湖邑)은 영암 서남부에 위치하여 목포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예전엔 영암에서 목포를 가려면 지척임에도 불구하고 배를 타야 했다. 1981년 영산강 개발 사업으로 영산강 하구언이 생겨 지금은 배를 타는 불편은 없어졌지만 지금도 그때의 흥청거렸던 용당 선창가를 떠올리는 영암인이 적지 않다. 영산강 개발로 삼호에는 영산호, 영암호, 금호호 등 3개의 거대한 인공호수가 만들어져 우리 조상들의 지명에 대한 혜안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가을철 이곳 방조제는 갈치 낚시꾼들이 불야성을 이루고, 겨울철 이들 호수에는 철새들의 군무가 장관을 이루어 탐방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삼호는 영산강 개발로 넓은 간척지가 생기고 350여만 평의 전남 서남부 유일의 대불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었다. 현재 300여 업체, 1만 3천여 명의 근로자가 고용되어 땀 흘리며 국가 경제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인근에는 세계 5위의 선박 생산 능력을 가진 현대 삼호중공업이 들어서 노령화가 가속되고 있는 전남지역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늘어 최근에 읍으로 승격되어 활기가 넘치는 역동적인 지역이다.
영암은 영산강 개발로 기름진 농토를 얻는 대신 드넓은 개펄을 잃었다. 그 득실은 입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로 인해 이곳에 사는 영암인의 생활은 바꾸어진 지형만큼이나 달라졌다. 아직도 사람들은 드넓은 개펄에서 무한정 나왔던 각종 해산물을 기억한다. 특히 영암개펄에서 나는 낙지는 매우 유명했다. 이곳 낙지의 명성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지금도 인근 학산면의 독천에는 낙지거리가 있어 낙지요리를 찾는 영암과 외지의 식도락가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상전벽해(桑田碧海)를 벽해상전이라 칭해야 제격일 이곳에 조성된 넓은 간척지는 지평이 아스라하다. 벼가 자라는 여름에는 천지가 초록이고 벼가 익어가는 가을에는 누런 황금빛 향연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쌀은 밥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영암군에서는 '달마지'란 브랜드로 철저히 관리하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품 쌀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여름과 가을에 영암을 여행 할 기회가 있다면 이곳의 잘 닦여진 농로 길을 걷거나 자전거나 자동차로 드라이브 하는 것도 특별한 추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삼호에는 전남 도민들이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는 F1 자동차 경기장이 있다. 세계 3대 스포츠 대회라는 장미 빛 기대 속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건설한 경기장은 몇 번의 경기만 치른 채 엄청난 적자만을 남기고 중단되어 전라도민과 전라남도에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 이의 활용방안이 다각적으로 검토되고 있으나 가시적인 성과가 아직 없는 실정이다. F1 경기장을 활용할 방안에 대한 전남도민과 전라남도 그리고 영암군과 영암군민이 하나로 힘을 모아 영암을 다시 한 번 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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