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빅마트'를 추억할 수 있는 '다시 일어설 용기만 있다면' 출판기념회는 오는 6월 22일 오후 3시 남구문예회관에서 있을 예정이다.
빅마트는 하씨가 지난 1995년 광주시 남구 진월동에 광주지역 최초의 창고형 할인점으로 창업한 뒤 10여년에 걸쳐 18개 매장을 둔 중견유통업체로 성장했다. 절정기인 2000년대 중반엔 매출 2천억원, 종업원 3천여명, 협력업체는 1천여곳에 이를 정도로 승승장구해 호남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성공신화의 대명사로 꼽혔다.
하지만 대기업 유통업체의 무차별 공습과 무리한 사업 확장에 따른 자금난이 겹치면서 2007년 다른 기업에 매각, '빅마트'는 잊혀진 이름이 됐다.
이책에서 저자는 직접 성공요인과 실패요인을 분석해 제시한다. 다른 매장보다 쌀 수 있었던 원천인 원가절감, 현장에 권한을 준 팀제 도입, 직원들 사기를 우선시한 친화경영, 지역사회와 유대를 굳건히 한 사회환원활동은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저자는 "초대형 마트와 경쟁, 호남연고 중견기업들의 출점 공세, IMF사태, 가짜굴비사건, 대형유통업체들과 경쟁 속에서도 중국 심양 매장 진출, 동네형 중소형 할인점 오픈, 온라인쇼핑몰 운영 등 끊임없이 혁신했다"면서, "그결과 단 한해도 적자없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또 "IMF 이후 경영자로서 체득한 교훈은 '사업은 혼자 열심히 한다고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면서, "친환경 경영 등 미래 사회 가치를 실천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는데 노력했다"고도 기록했다.
실제 빅마트는 쇼핑봉투 유료화를 전국 최초로 시행하고, 무등산 공유화운동에 필요한 기금을 수시로 기증하는 등 환경보호에 앞장섰다. 점포 개점 때는 '쌀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슬로건으로 화환대신 쌀을 받아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겨울철 1만 포기 김장을 담가 복지사각지대를 후원했으며, 장애인과 어르신들을 채용해 일자리를 제공하는데도 앞장섰다.
하지만 빅마트는 오래 지속하지 못했다. 매각-법정관리-청산 절차로 이어진 실패담도 담담하게 기록했다.
저자는 "대기업의 무차별 출점에 따른 경쟁력 약화와 무리한 사업 확장에 따른 자금난이 겹쳤다"면서 외부적 요인과 함께 경영자로서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폐업하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지 않았다는 점은 주목된다. 매각 협상과정에서 경쟁업체보다 100억원 이상을 더 주겠다는 인수 의향 기업이 있었지만 이를 거부한 사연이 그렇다. 대가로 제시한 '선 구조조정' 요구를 수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대신 저자는 '전 직원 고용승계', '협력업체 1천여곳 3년간 납품 보장'이란 조건을 내세웠고, 이를 수락한 롯데슈퍼와 매각을 체결했다.
이 대목과 관련 이 책 추천사를 쓴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업 매각이라는 최악 상황에서 대표 본인의 안위보다 직원들과 협력업체의 생존권을 우선시하는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리더가 얼마나 될까?"라고 물으며 하씨의 결단을 높이 샀다.
빅마트 몰락 후 저자와 가족들이 재기를 위해 몸부림친 과정도 이 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온가족이 나서 만두 가게, 김치 온라인 판매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또 "창업 성공률이 높은 지역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지역 창업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기업가정신 교육 및 멘토링 등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어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과 'K-ICT창업멘토링센터'는 이 책을 '창업자를 위한 필독서'로 추천하고 있다.
'일어설 힘만 있다면 넘어짐이 두려우랴'며 평소 저자가 견지해온 가치관이 투영된 삶이고, 기록이다.
하씨는 현재 광주재능기부센터 대표, (사)창업지원네트워크 이사장, 광주시장 직속 민간혁신위원, 서구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이승범 기자 stonetig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