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은 더 이상 눈 먼 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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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행정

"보조금은 더 이상 눈 먼 돈 아니다"

군 감사팀, 5천만원 이상 보조금 받은 사회단체 대상 특정감사결과 공개

행정조치 25건 재정조치 6건 담당공무원 7명에 주의…노인회는 엄중경고

영암군노인회가 회장 활동비 등을 부적정하게 집행한 것으로 드러나 영암군으로부터 '엄중경고'를 받았다. 또 사무국장과 총무부장에게 업무추진비가 부당하게 지급된 사실이 드러나 그중 일부에 대해 회수조치 됐고, 여비를 과다 또는 중복지급 했는가 하면, 보유차량을 사적인 용도로 운행하다 적발돼 시정명령을 받았다.
영암군체육회도 보조금 전용카드 사용 및 공용차량 관리 소홀이 적발, 시정명령을 받았으며, 단체복을 선정하면서 투명성을 잃은 것으로 지적됐다.
영암문화원은 보조금 전용통장 이자반납 소홀 및 원천징수 미이행 사실 등이 적발, 회수조치 됐고, 영암군재향군인회도 운영비 사용 부적정 및 지출결의서 미작성 등이 적발되어 시정조치를 받는 등 영암지역 대다수 사회단체들의 보조금 집행이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암군은 지난 2월 11일부터 26일까지 군으로부터 5천만원 이상 보조금을 지원받는 13개 단체(85개 사업 19억원)에 대해 실시한 사회단체 특정감사 결과를 지난 3월 18일 공개했다.
올해부터 실시한 사회단체 보조금 특정감사는 '보조금은 눈 먼 돈'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그릇된 관행을 개선하고, 단체 간 유사한 행사 및 소모성 행사를 지양해 2020년에 '청렴 영암'으로 가는 초석을 마련하기 위해 12일 동안의 감사기간 기획감사실장을 비롯한 감사팀이 강도 높은 감사를 실시했다고 군은 밝혔다.
특히 감사팀은 이번 사회단체 특정감사 감사기준에 대해 관련 법령 및 규정에 따라 보조금을 부정한 방법으로 교부 받는 등의 부정수급 여부, 보조금 전용 체크카드 사용여부, 보조금 집행절차 준수여부, 각종 증빙자료 및 세금자료 누락여부 등에 중점을 뒀다고 덧붙였다.
군은 이번 감사결과 행정조치 25건, 재정조치 6건(510만7천원 회수 및 감액)과 함께, 담당공무원 7명에 대해 신분상 주의 조치했으며, 행정조치 가운데 영암군노인회에 대해서는 '엄중경고'와 함께 2020년도 운영비를 감액조치 했다.
군 관계자는 "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실시한 사회단체 특정감사를 계기로 사회단체 보조금의 투명하고 효율적인 예산집행을 유도하고 단체별 성과평가를 통한 건전예산운용으로 사회단체 간 화합의 장을 마련하고 청렴 영암의 위상을 구현하고자 한다"며, "특히 2020년부터 시행된 공공재정 부정청구 금지 및 부정이익 환수 등에 관한 법률(공공재정환수법)로 인해 법령과 자치법규에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정해진 목적이나 용도와 달리 공공재정지급금을 사용하는 행위 등은 부정이익 가액의 5배 이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재부가금을 부과 징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군은 올해 모두 63개 사회단체(보조사업비 32억2천500만원)에 대해 특정감사에 나서 이번 1차에 이어 2차로 2천만원 이상 보조금 수령단체, 3차로 1천만원 이상 보조금 수령단체 등으로 나눠 감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 영암군체육회
과다한 화환 및 고가 단체복 구입 등 적발
영암군체육회는 보조금 정산서류를 제출하면서 첨부 서류를 누락했는가 하면, 사업성격에 맞지 않는 과다한 화환이나 고가의 직원 단체복 구입 사례가 적발됐다.
또 경기출전보조금 중 자부담 계산착오로 인한 단체별 반납금 반납과 보조금 전용통장 이자 및 포인트는 매년 반기별로 반납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회수조치 됐다.
체육회는 또 각 경기단체별로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자부담금을 고려하지 않거나 형평성에 어긋난 경우가 많았으며, 대회 개최 때 중복 또는 소모성 경비 지출이 많은 것으로 적발되기도 했다.
아울러 대회 출전에 따른 단체복 구입에 투명성이 결여된 것으로 드러나 투명한 구매절차에 따라 공급업체들이 공개경쟁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도록 권고 받았다.
■ 영암군노인회
회장 활동비 연 1천200만원 현금지급 적발
차량 사적용도 운행 여비 과다·중복 집행
이번 사회단체 특정감사에서 '엄중경고'를 받는 등 가장 많은 부적정 사실이 적발된 곳은 영암군노인회다. 그동안 영암군의회 행정사무감사 등을 통해 지적되어온 의혹들이 대부분 사실로 확인되기도 했다.
영암군노인회는 회장에게 활동비 및 출장비 명목으로 거액을 통장에 직접 입금하는 방식으로 집행해온 사실이 적발, 엄중경고를 받았다. 무보수 명예직인 회장에게 지급된 활동비는 월 100만원씩 연간 1천200만원으로 법령 및 지침에 따르면 현금 수령이 불가함에도 통장에 직접 지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팀은 이 활동비가 부적정하게 집행된 만큼 전액 환수해야 하나 이번 감사가 적발위주가 아닌 보조금의 투명한 집행을 유도하는 차원인 점 등을 감안해 환수 대신 2020년 활동비를 20% 감액조치 하도록 했다.
아울러 노인회가 소유한 차량의 사적인 용도 운행도 잦아 차량운행일지와 출장신청서를 사실대로 작성하도록 시정권고를 받았다. 또 군에 교부 신청한 것과 다르게 사무국장과 총무무장에게 업무추진비가 지급돼 이중 일부에 대해 반납처리 하도록 했으며, 회장과 사무국장, 총무부장 등에 대한 여비의 과다 또는 중복 집행사실도 확인되어 반납처리 하도록 했다.
이밖에 시니어 합창단 지원 사업 보조금 정산 부적절, 2019년 '노인의 날' 행사 지원 사업 정산 부적절, 찾아가는 노인대학 운영비 지급 부적정 등의 사실도 적발되어 시정조치 됐다.
■ 영암문화원
과도한 화환(화분) 및 격려금 등 집행 적발
영암문화원은 보조사업을 추진하면서 자부담 입금여부를 확인하지 않았고, 지방보조사업의 내용을 변경하거나, 필요한 경비의 배분을 변경하면서 군수 승인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시정조치를 받았다. 아울러 보조금 성격과 맞지 않은 과도한 화환(화분)이나 격려금을 집행해오다 적발됐으며, 강사료 인건비 원고료 등 각종 수당에 대해 원천징수 후 관할세무서에 납부할 것을 권고 받았다.
■ 영암군재향군인회 등
영암군재향군인회는 보조금을 지출하면서 지출결의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대표자의 결재 없이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고, 보조금 전용 체크카드 사용도 하지 않아 시정조치를 받았다. 아울러 보조금을 지출하면서 출장신청서 등 관련 증빙서류를 첨부해 집행하도록 시정조치를 받았다.
대한민국월남참전자회 영암군지회도 보조금을 지출하면서 지출결의서를 작성하지 않았으며, 대표자의 결재 없이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고, 보조금 전용 체크카드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출장비 등의 지출은 별도 규정이 없을 경우 '공무원 여비 규정'과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기준'을 준용하도록 시정조치를 받았다.
영암군농업인단체연합회 역시 보조금을 지출하면서 지출결의서를 작성하지 않았으며, 대표자의 결재 없이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고, 영암군새마을회는 각종 수당에 대해 관련 세법에 따라 원천징수 후 관할 세무서에 납부하도록 시정조치를 받았다.
영암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워센터는 운영여비 지급 부적절이 적발되어 시정조치 됐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영암군협의회와 영암군이장단협의회 등은 보조금을 지출하면서 지출결의서를 작성하지 않았으며, 대표자의 결재 없이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고, 보조금 전용 체크카드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시정조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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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단체 특정감사 성과와 과제는?
군민들 혈세인 보조금 투명한 집행 계기 마련
보조금 외 기업체 지원금 감사대상 제외 한계
영암지역 사회단체 가운데 규모가 큰 13개 단체에 대해 이뤄진 이번 보조금 특정감사는 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점에서 감사의 성과보다는 군민들의 혈세인 보조금을 투명하게 집행할 수 있는 계기 내지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12일 동안의 감사기간 감사팀은 보조금의 투명한 집행에 있어 거의 초보수준인 사회단체들의 인식 때문에 어디까지 지적하고 적발할 것인지 고민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보조금 집행 잘못은 사회단체에 있음에도, 정작 그 행정적 책임은 담당공무원이 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과도한 적발 위주 보다는 계도와 시정 위주의 감사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9월 19일 '영암군 자체감사 규칙'이 전면개정 되면서 이뤄졌다. 또 올 1월부터 '공공재정환수법'이 시행되면서 보조금의 허위청구, 과다청구, 목적 외 사용, 오지급 등에 대한 군민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보조금부정수급신고센터를 운영하도록 되어 있어 그 취지와도 딱 맞아떨어졌다. 특히 '청렴 영암'을 내세운 군정방침과도 어울렸다는 점에서 나름 상당한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반면 영암군노인회가 SK텔레콤㈜ 등 대기업으로부터 사회 환원 차원에서 받은 지원금처럼 국·도비 보조금 외의 자금에 대해서는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손댈 수 없었다는 점은 이번 감사의 한계이자 과제로 지적된다. 이는 어쩌면 보조금보다도 더욱 시정이 필요한 경비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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