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면장·직원 등 2명 연달아 '코로나19' 확진…지역사회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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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면장·직원 등 2명 연달아 '코로나19' 확진…지역사회 '패닉'

광주고시학원서 감염 추정 금정면사무소 2주간 폐쇄 군청·시종·서호면사무소 잠정폐쇄

영암군정 셧다운 확진환자 이동경로 복잡해 밀접접촉자 1차 음성 불구 감염확산 큰 우려

김규환 금정면장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또 같은 면사무소에 근무하는 강모 주무관도 연이어 확진판정을 받았다. 영암지역 첫 확진환자들이 최일선 대민행정기관에서 나온 것. 금정면사무소는 2주간 폐쇄됐고, 영암군청과 시종면사무소, 서호면사무소 등은 잠정폐쇄됐다. 영암군정이 사상 처음 셧다운(shutdown)된 것이다.
특히 확진환자의 이동경로가 복잡한데다,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접촉이 이뤄졌고, 대민행정을 주로 맡고 있어 지역사회 감염 확산 우려가 커졌다. 일부 주민들은 확진환자들의 이동경로 조사가 불명확하다며 극도의 불안감과 함께 해명을 촉구하고 있으나 사태에 책임 있게 대처해야할 영암군청은 진단검사만도 힘겨워 보인다.
전남도는 7월8일 긴급발표를 통해 김규환 금정면장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남 30번째 확진환자인 김 면장은 지난 1일과 2일 광주고시학원에서 광주117번, 전남29번 확진환자와 같은 강의실에서 수강했다. 이어 3일에는 직장인 금정면사무소와 음식점, 퇴근 후 금정면 소재 처가를 거쳐 귀가했으며, 4일에는 오전 아크로CC와 인근 음식점, 커피숍과 오후에는 처가를 들렸다. 5일은 영암읍 소재 목욕탕, 6일에는 출근해 인근 음식점에서 점심 식사 후 귀가한 것으로 되어있다. 김 면장은 7일 발열, 몸살, 가래 증상이 있어 영암군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 후 귀가했다. 민간검사기관 검사 결과 8일 오전 '양성'판정을 받았고, 전남보건환경연구원에서 재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날 오후 5시30분경 최종 '양성'판정을 받아 강진의료원에 입원 조치됐다. 함께 거주중인 가족들에 대한 검사결과는 음성이라고 방역당국은 밝혔다. 또 확진환자가 방문한 시설들은 방역을 모두 마쳤으며, 현재 전라남도 신속대응팀과 영암군 역학조사반이 심층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김 면장에 이어 같은 금정면사무소에 근무하는 강모 주무관도 확진판정을 받았다.
전남 31번째 확진자인 강 주무관은 주민복지팀 사회복지업무를 맡고 있다. 김 면장이 확진 판정을 받은 후 무증상 상태에서 실시한 진단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았다. 금정면사무소 근무직원 12명에 대한 진단검사 결과 모두 음성판정이 나왔으나 강 주무관만 확진됐다.
■ 영암지역 확진환자 동선은?
전남도와 영암군이 밝힌 확진환자인 김 면장의 동선을 보면 3일 오전 직원 차량을 이용해 나주시 소재 빛가람병원을 방문한 뒤 인근 능이향식당에 들렀으며, 금정면사무소에 복귀해 근무 후 처가를 거쳐 귀가했다. 4일에는 아침 아크로CC에서 전남도청 세정과, 일자리정책과, 농업정책과 팀장 3명과 골프를 친 뒤 금정면 소재 고향식육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으며, 금정농협 홍사랑 까치랑 커피숍을 방문했다. 5일에는 아침 영암읍 소재 서울목욕탕을 거쳐 출근했으며 금정보건지소를 방문했다. 이어 6일 오후에는 금정면 소재 연세의원을 찾았고, 7일 오전에는 영암군보건소 선별진료소를 방문한 것으로 되어있다.
전남도와 영암군은 김 면장이 1∼2일 광주고시학원을 방문해 확진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김 면장은 평일인 2일 오전에도 지역유지들과 아크로CC에서 골프를 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이들에 대해서도 진단검사를 실시했으며, 모두 음성판정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면장이 사무관 승진 동기들로 알려진 도청 팀장들과 골프를 칠 때 이들 뿐 아니라 여성공무원들도 함께 골프를 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 6월 말부터 '코로나19'가 광주광역시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에 급속히 퍼지면서 광주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상향되고 전남도 비상에 준하는 방역대책을 추진하는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군민들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전남도는 광주에서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자 공직자들에게는 광주방문 자제령까지 내리고 지역주민들에게는 사회활동자제를 호소했으나, 정작 공무원들은 대거 골프장에 몰려가고 확진판정까지 받아 비난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한편, 강 주무관은 금정면사무소 주민복지팀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직으로, 업무특성 상 어르신들과 접촉이 많아 지역사회 감염확산 우려가 높다. 강 주무관은 6일 금정면사무소에 출근했다가 군청에 들른 후 금정면 소재 식당과 시종면사무소를 방문했으며, 금정면 소재 경로당 폐쇄를 알리는 스티커를 부착한 후 근무를 마치고 귀가했다. 7일에는 근무 중 마을 경로당을 방문했고, 영암실내체육관과 금정면 소재 음식점, 커피숍을 거쳐 직장에 들렀다가 귀가했다. 8일에는 출근해 오전에 인근 마을에 업무 차 방문했다가 영암군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체를 채취한 후 바로 귀가했으며, 9일 새벽 1시경 '양성'판정을 받아 강진의료원에 격리 입원됐다. 현재까지 증상이 없는 상태다.
■ 지역사회 감염확산 큰 우려
김 면장과 강 주무관이 연이어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확산 우려가 커졌다. 이들이 동료 공직자들과의 접촉이 불가피했고, 지역사회에서 생활해왔으며, 무엇보다 대민행정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김 면장과 접촉한 금정면사무소 직원들과, 함께 골프를 친 전남도청 직원들, 지역유지들, 김 면장의 부인 등 가족들에 대한 진단검사에서는 강 주무관을 제외하고는 모두 음성판정이 나와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들에 대해서는 2주간의 자가 격리 기간을 지켜보아야 한다는 점에서 추가 감염 우려는 가시질 않고 있다.
또 강 주무관이 군청과 시종면사무소, 서호면사무소 등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 세 기관 모두 잠정폐쇄되고 전 공직자들이 진단검사를 받도록 함에 따라 영암군보건소는 9일 오전부터 검체 채취 행렬로 장사진을 이뤘다. 또 공직자들의 진단검사가 끝나면 지역민들에 대해서도 검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태다.
영암군보건소는 8일 금정면사무소 직원 등 김 면장과 밀접 접촉한 39명에 대한 검체를 채취해 진단검사를 벌였고, 9일에는 군청과 시종·서호면사무소 직원 등 600여명에 대한 진단검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10일 오전 나올 전망이다. 함께 거주하는 언니인 군청 친환경농업과 강모 주무관과 가족들은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다.
특히 영암군보건소는 강 주무관이 방문한 경로당에서 접촉한 어르신들의 명단을 파악해 진단검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서 확진환자가 발생하면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 군청·면사무소 폐쇄…영암군정 셧다운
영암군 공직자 2명이 확진판정을 받자 영암군정은 '셧다운'됐다. 군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확진환자가 연이어 나온 금정면사무소는 2주간 폐쇄됐고, 강 주무관이 다녀간 군청과 시종·서호면사무소는 잠정폐쇄됐다. 이들 기관도 확진환자가 추가 발생할 경우 폐쇄기간이 길어진다.
광주광역시에서 확진환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영암지역에서는 공공다중이용시설 520개소가 지난 7월3일부터 이미 폐쇄된 상태다. 이에 따라 영암지역은 영암군 관련 모든 공공기능이 마비상태에 빠져들었다.
전남도도 김 면장과 함께 골프를 친 도청 3개 과 사무실을 한때 폐쇄했다가 3명 모두 진단검사에서 음성판장이 나옴에 따라 업무를 정상화했다.
이처럼 군정업무가 중단되면서 군민들의 불편이 가중됨은 물론, 곳곳에서 불만과 질타가 터져 나오고 있다.
우선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할 공무원이 감염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 속에 골프까지 친 사실에 대해 군민들은 분개하고 있다. 또 김 면장이 평일인 2일에도 지역유지들과 함께 골프를 친 사실을 제보하며 이동 동선을 누락한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기도 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도 8일 긴급발표를 통해 "최일선에서 솔선수범해야 할 공무원이 감염돼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도덕적으로 대단히 잘못된 일로 골프 경위를 조사해 문제 행위에 대해 강력히 경고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영암군도 9일 사과문을 내고 "누구보다 솔선수범해야 할 공직자가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아 너무나 안타까우며 송구한 마음"이라면서, "일부 공직자들의 코로나19에 대한 안이한 인식과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인해 군민들의 걱정을 가중시켰다. 군에서는 이 사태를 잘 수습한 후에 전남도와 함께 여기에 대한 엄중한 조치를 취해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군은 아울러 "공직자 모두 일체의 소모임이나 퇴근 후 외부활동 등을 자제토록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무원 2명의 연이은 감염으로 '코로나19' 청정지역이 허망하게 무너진데 대한 지역사회 각계각층의 비난여론도 커지고 있다. 또 확진환자가 발생한 8일에 이어 9일 오전까지도 영암군청 홈페이지에는 김 면장의 확진사실 공개는 물론 동선 안내도 되어있지 않아 '코로나19' 대응체계에 심각한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춘성·이승범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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