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대 영암군의회 후반기 원 구성 의미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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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행정

제8대 영암군의회 후반기 원 구성 의미와 전망

사전담합 여파 반쪽짜리 선거 전락

제8대 영암군의회 후반기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선거는 '지방자치법'(제48조)과 '영암군의회 회의 규칙', '영암군의회 위원회 조례' 등 법규에 의거해 원만하게 치러지긴 했다. 그러나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역대 의회 원 구성의 '폐습'에서 결코 예외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수준 이하의 행태 반복이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우선 의회 내 다수 의석(8석 중 6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5명이 사전에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선임한 그대로 선거결과가 나온 점에서 사실상 이들 의원들 스스로 관련법을 무력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구나 정의당 소속인 김기천 의원이 의장 선거에만 출석했을 뿐, 8명 중 김 의원을 포함해 3명의 의원들은 이번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 선거나 원 구성에 참여하지 않아 반쪽짜리 원구성이라는 부담까지 안게 됐다.
특히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하기 위해 일부 의원들이 담합하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실제 선거가 공식적인 의사일정으로 예정되어 있었던 만큼 담합에 끼지 못한 나머지 의원들을 설득하거나 양해를 구해 모든 의원이 함께한 가운데 치러질 수 있도록 노력했어야 함에도 그런 시도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거를 지켜본 일부 군민들로부터 "초등생들 반장선거만도 못한 선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했다.
또 후반기 의회 출범부터 의회 내부 결속력이 깨지면서 "군민이 위임한 견제와 감시를 적극 이행하는 강한 의회를 만들겠다"는 강찬원 의장의 다짐이 실현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선거는 당초 오전과 오후로 나눠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오전에 한꺼번에 진행됐다.
6월29일 오후6시까지 마감한 의장 입후보자 등록 결과 강찬원 의원이 단독 출마해 치러진 선거는 정견발표에 이어 투표가 이뤄져 출석의원 6명 전원 찬성 결과가 나왔다.
사전담합과정과는 무관하게 선거에 참여한 김기천 의원도 찬성표를 던졌다. 김 의원은 그러나 의장 선거가 끝난 뒤 곧바로 자리를 떠 이후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선거에는 불참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강찬원 의원이 의장으로서 제대로 영암군의회를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선거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에 앞서 열린 제275회 의회 제1차 정례회 5분발언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이 의장단 구성과 관련한 당내 경선 지침까지 만들어 의회권력 배분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영암군의회 하반기 원구성에서 손을 떼라"고 촉구한 바 있다. 또 "의회권력을 민주당 의원 몇몇이 담합해 독차지할 순 있겠지만 군민의 동의는 구하지 못할 것이다. 의회민주주의의 원칙이 무너지면 남는 건 저잣거리 야바위 상술밖에 더 있겠는가. 견제와 균형 대신 독점을 고집하면 문밖에 기다리는 건 부정과 부패의 수렁일 뿐"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 후보 정견발표 흐지부지 규칙 무색
강찬원 의장 의회 운영공약 제시 긍정평가 불구
나머지 선거는 5인방 '투표놀이' 요식행위 전락
이어 열린 부의장 선거에서는 역시 입후보자 등록 결과 노영미 의원이 단독 출마해 정견발표에 이어 투표가 실시됐다. 이때부터 세 상임위원장 선거까지는 사전 담합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소속 5인방의 '투표놀이'가 됐다. 또 투표 결과는 당연히 참석의원 5명 모두의 만장일치 찬성이었다. 소위 '그들만의' 요식행위였던 셈이다.
특히 강찬원 의원이 정견발표를 통해 의장으로서의 포부와 공약 등을 상세히 제시하는 등 '영암군의회 회의 규칙'에 따라 충실하게 자신의 출사표를 밝힌 것과는 대조적으로, 노영미 의원은 '강찬원 의장이 제대로 의회를 운영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의 간략한 발언으로 정견발표를 대신했다. 규칙의 취지가 무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방청석에서는 "뭔 정견발표가 저러냐?"는 수군거림도 있었다.
한편 강찬원 의원은 의장선거 정견발표를 통해 "지난 전반기 동안 군민의 대의기관이자 대변자로서 군민의 눈높이에 맞는 의정활동을 펼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러한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그동안 축적해온 풍부한 의정경험과 의원들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 후반기 의회를 이끌어 나가겠다"면서, "전반기 의정활동에 있어서 의원 한명 한명이 느낀 아쉬운 점은 겸허한 자세로 성찰하고, 언제나 온고지신의 자세로 과거를 답습하지 않고 발전하는 의회를 만들어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강 의원은 이어 "변화를 주도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영암군의회를 만들기 위해 세 가지 공약을 제시한다"면서, "첫째로, 군민이 위임한 견제와 감시를 적극 이행하는 강한 의회를 통해 군정이 바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 감시자의 역할을 확고히 하며, 굴하지 않는 강한 의회를 바탕으로 하되, 군민 복리증진과 지역발전을 위해서 집행부와 머리를 맞대고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강 의원은 또 "둘째로, 의회의 내부 뿐 아니라 외부와 소통하는 의회를 정립해 나가겠다. 선배·동료의원의 힘과 지혜를 모두 모아 후반기 의회를 함께 이끌어나가겠다. 또한 의회 문턱을 낮추어 군민에게 열린 의회를 만들겠다. 의회는 군민 속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임위원회 운영과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소외계층의 참여기회를 확대해 나가도록 하겠다"면서, "셋째로, 민생의회로서 사회·경제적 약자를 우선 배려하고 서민경제를 활성화해 군민들이 의회를 믿고 의지하는, 군민과 함께하는 의회를 만들어가겠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 빠져있는 지역경제와 군민생활을 안정시킬 수 있는 개선방안과 발전적 대안을 제시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또한 공부하고 연구하는 의회를 만드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 강찬원 의장이 이끌 영암군의회는?
군민 다수 '강한 의회' 큰 기대 새 모습 보여야
강 의장의 이런 다짐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끌게 될 후반기 영암군의회 운영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우선 강 의장이 군정질문답변이나 행정사무감사 등 그동안의 의정활동과정에서 나름 군정에 대한 핵심을 제대로 짚어내고, 집행부에 대해 할 말은 하는 의원으로 평가받아온 점에서 정견발표에서 밝힌 것처럼 '강한 의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군민들의 기대가 크다.
반면 비록 김기천 의원의 지지를 이끌어내기는 했지만 후반기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과 원 구성 과정에서 배제된 3명의 의원들과 함께하려는 적극적인 시도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 앙금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강 의장에게 던져진 큰 숙제라고 할 수 있다. 당선 소감을 통해 "무엇보다도 화합을 우선하겠다"고 밝히고는 있으나 시작부터 사태가 꼬여간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군민들 대다수는 강 의장이 이끄는 의회가 집행부와 어떤 관계를 설정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크다.
사실 전반기 의회의 경우 '매력한우 롯데슈퍼 입점에 따른 유통보증금 사태'에서 보듯이 한쪽에서는 불법 또는 부당하다며 집행부를 성토하고, 다른 쪽에서는 의원 발의로 수정예산을 만들어 적극 통과시키는 등 '거수기'내지 '들러리'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예산 심의에서는 엄포를 놓다가도 예결특위에서는 모두 되살려 원안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 의장은 선거 전 <영암군민신문>과 만나 매력한우 롯데슈퍼 입점에 따른 유통보증금 사태를 상기하며 "의회에 상정해야할 안건인지 여부부터 의원들과의 협의를 통해 철저히 가려내 부당한 안건은 사전에 아예 상정되지 못하도록 조치하겠다"고 선언했다. 후반기 영암군의회 운영에 상당한 변화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역시 의원일 때는 군정을 공개적으로 질타하고 공직자들을 질책할 수 있었지만 의장으로서는 그런 기회가 없다는 '처지의 변화'를 감안하거나, 평소 지나친 음주습관 등이 반복된다면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우려도 뒤따르고 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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