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기사부터 가십난까지 다 읽고 난 뒤
다시 접다보면 이처럼 가지런한 하루도 없다
일목요연한 제목들 아래로
난초들도 싱싱한 귀를 기울이고
윗집 아이 뛰어다니는 소리가 간간이
사건들 속을 들락거린다
넓은 마루 안을 햇살이 들여다보고
그 안에 눈 먼 이야기들이 돋보기에 달라붙는다
온갖 사고들 다 모여 있지만
고함소리나 비명소리 하나 없이
팔랑, 갈피 넘어가는
소리만 펼쳐지고 접힌다
이처럼 정숙한 필독도 없다
온갖 난무가 섞여있는 글자들 속에서
왁자지껄 부글거리며 찌개가 끊는다
마루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다 비우고 나니
번잡한 하루의 32면이 64면으로
펄럭 넘어간다
쓰레기 상자에 쌓이고
길거리를 날아다니고 폐지가 되고
저울 위에서 바르르 떨리는 무게가 된다
고작,
이 하염없이 얇은 하루 속에
허리를 접었다 폈다
정정례
2010년 월간 '유심' 신인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인협회 회원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