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관 상임위원회인 자치행정위원회 논의에 이은 의원간담회, 그리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특별안건으로까지 상정해 논의하고도 한 푼도 삭감하지 않고 원안 가결하면서 의회 내에서는 소모적인 논란만 벌였다는 자성론과 함께, 일부라도 예산을 삭감했어야 했다는 뒤늦은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또 의회 밖이나 군민들은 의회가 '지역응급의료기관'에 대한 운영지원 예산임에도 특정 병원의 '응급실' 구축 및 운영 예산으로 잘못 취급했다는 지적과 함께, 지나치게 과다한 예산 지원이라는 성토가 잇따르고 있어 그야말로 아무런 성과 없이 변죽만 울린 영암군의회는 곤혹스런 처지에 빠졌다.
더구나 지역응급의료기관 운영지원 예산이 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당장 내달부터 응급의료체계 복구에 대비해야 할 군은 이렇다 할 움직임마저 없다. 마치 의회를 통과한 보조금을 영암한국병원에 지급하고 정산처리만 하면 된다는 듯 보인다. 8년 만의 응급의료체계 복구에 이상기류도 감지된다.
의회 안팎으로 제기되는 논란과 파장의 근원은 영암한국병원의 지역응급의료기관 운영에 소요되는 예산예상액 가운데 군이 부담할 보조금 규모가 지나치게 과다하고, 그 근거 또한 모호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영암한국병원에서 받은 자료 그대로 보건소가 의회에 보고한 올 지역응급의료기관 운영 소요예상액은 20억1천916만원(4∼12월까지 9개월분)이다. 이 가운데 군 보조금 지원(예정) 규모는 총 소요예상액의 31.2%인 6억3천만원이다. 문제는 왜 '31.2%'로 뚝 잘라 군 보조금으로 지원해야 하느냐 인데, 예산심의과정에서 의원들의 집요한 자료제출 및 해명요구에도 불구하고 보건소는 답변하지 못했다.
더구나 총 소요예상액에는 무려 22명에 달하는 인건비 외에도 병원 측이 응급실까지 갖춘 병원으로 운영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확충해야 할 시설비와 장비비까지 포함되어 있다. 지역응급의료기관에 운영비 일부를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특정 병원의 응급실 구축 및 운영 비용까지 지자체 예산으로 지원하는 셈이다. 인근 지자체인 진도군의 경우 간호사 인건비로 연간 8천800만원, 완도군 역시 간호사 3명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구례군도 인건비로 1억원, 곡성군도 인건비로 2억3천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국선 보건소장은 이에 대해 응급실 운영이 중단되었다가 새로 구축하다보니 CT 등의 장비 구축에 대한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논리다. 영암한국병원이 허가받은 진료과목이 18과나 되는 종합병원급인 만큼 CT 등의 의료장비 구축은 응급실 운영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진료과목 18과로의)운영 정상화를 위한 병원 자체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개원한지 불과 4개월째로 허가된 진료과목 18과 중 7과만 운영하고 있는 영암한국병원이 당장 응급실을 갖추려면 엄청난 예산 소요는 불 보듯 빤하다. 아무리 지역응급의료체계의 복구가 절실한 과제라고 할지라도 특정 병원의 응급실 구축을 군민들의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현재의 계산식이라면 군 보조금은 2차년도인 내년부터는 연간 11억여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5년 동안 60억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고, 10년이면 100억원이 훌쩍 넘어간다. 또 보건소에 근무하며 군민들의 건강을 전담해야 할 공중보건의까지도 영암한국병원에 파견해야 한다. 이중삼중의 추가 부담이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후속대책을 세워야 할까? 우선 의회는 확정된 제1회 추경에 반영된 3억5천만원의 보조금이 영암한국병원의 응급실 구축 예산이 아니라 지역응급의료기관 운영 예산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또 왜 '31.2%'인지에 대해 끝내 규명할 근거나 명분이 없다면 보조금 지원규모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여기엔 추후 응급실 운영을 위해 파견될 공중보건의 문제도 감안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영암한국병원도 중장기 병원운영 계획 등을 군민들에게 공개하고, 지역응급의료기관 운영 계획에 따른 당장의 실행계획과 인근 지자체의 경우에 견주어 형평성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규모의 보조금 지원요구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특히 의회와 영암한국병원 사이에서 터무니없이 중개자 역할만 하고 있는 보건소가 주도적으로 앞장서서 관련 자료를 조사 분석하고 응급의료체계를 복구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