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이번 국민청원이 내년 6월 1일로 예정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앞으로 숱한 의혹 제기의 시발점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활성산 태양광발전 관련 비리 의혹은 그 진위여부와는 상관없이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떠돌았던 소문 가운데 하나였다는 점에서다. 또 전 군수 측이 이번 국민청원이 제기되자 서둘러 입장문을 내고 관련자들을 고소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선 것도 이런 상황을 감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 국민청원 내용 사실일까?
청원인은 ‘전 군수가 영암태양광발전과 관련해 총무과장을 역임한 김모씨를 전무로 취직시킨 뒤 동생 및 친구 등이 운영하는 회사에 이권을 강요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니 사정기관으로 하여금 진위여부를 조사해달라’는 취지의 청원을 올렸다.
우선 청원내용 가운데 ‘영암군수가 활성산에 93㎿규모의 태양광발전(공사비 1천848억원) 인·허가를 하면서’라는 부분은 일단 사실과 다르다. 활성산 태양광발전 사업에 대한 인·허가는 영암군이 아닌 산자부 소관이었다. 다만 최근 이뤄진 준공검사는 군이 개별법에 의거해 처리해준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활성산 태양광발전 사업은 지난 3월 말로 준공됐다.
따라서 영암군이 영암태양광발전 사업과 관련해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토목공사와 구조물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민원과 관련된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실제 이에 대해서는 영암군의회가 실태를 파악하겠다며 현장을 직접 방문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군과 사업시행자에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암군은 인·허가권자가 아니어서 각종 민원해결에 있어 사실상 속수무책인 입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청원내용 중 또 다른 핵심인, 전 군수가 취임 전 경영하던 회사였고 현재는 동생이 경영을 맡은 ㈜알파중공업이 수십억원대의 지지대 구조물 태양광 자재를 납품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 군수 측은 입장문을 통해 허위사실임을 분명히 했다.
전 군수 측은 태양광발전 사업에 따른 구조물 시공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LS일렉트릭으로부터 5월 4일 받은 자료라면서, 영암태양광발전 사업 관련 대불산단 및 영암지역 하도급 업체는 ▲원창하이텍(구조물 및 모듈클램프 납품), ▲금강산전(가공선로공사), ▲대화정공(구조물납품), ▲대득건설(전기실패드공사) 등 4개 업체뿐이라고 지적했다. 영암태양광발전㈜에 확인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했다면 알파중공업이 하도급받은 공사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아 허위사실을 게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알파중공업이 조선기자재 생산 전문회사로, 태양광 구조물을 생산할 자격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하도급받은 사실이 없다는 전 군수 측 주장이 맞는 것 같다는 여론이 우세했다. 다만 관련 업계 일부에서는 하도급 관계는 외부에서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 진위여부는 경찰 조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가려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반면 ‘측근 강모씨에게 수십억원의 전기공사를 하도급하게 했고, 친구 윤모씨에게 수억원의 울타리 공사를 하도록 했다’는 청원 내용에 대해 전 군수 측이 낸 입장문은 언급이 없다. 또 측근과 친구 역시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그동안 청원내용과 유사한 소문이 떠돌 때 활성산 태양광발전 공사 현장에서 이들 회사 직원들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던 이들은 갑자기 일체 함구하고 있다.
더구나 전 군수 측이 영암태양광발전㈜에 확인해보면 알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영암태양광발전 관계자는 물론 LS일렉트릭이나 토목공사를 맡은 것으로 알려진 CJ건설 등과는 연결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 언론의 입장에서도 청원내용의 진위를 확인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경찰 조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 청원인은 누구?
그렇다면 그동안 확인되지 않은 소문으로 떠돌던 영암태양광발전 사업 관련 의혹을 해소해달라며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낸 이는 과연 누구이며 이유는 뭘까?
청원인에 대해서는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있으나 대체로 내년 지방선거에 군수 후보로 출마하려는 뜻을 둔 쪽이라는 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 군수 측도 입장문에서 “내년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 내지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악의적인 행태”로 분석하고, 특히 청원내용을 단톡방 등을 통해 퍼 나른 두 김모씨에 대해서는 “군수 입후보 예정자를 적극 지지하는 사람으로 오래전부터 영암에 살고 있으면서 지역 사정에 밝기 때문에”라고 표현하며 특정 후보 측에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지역민들은 전 군수 측이 염두에 둔 특정 후보가 아닌 또 다른 후보 쪽에서 청원을 냈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어 엇갈린다. 어쨌든 대다수 지역민들이나 전 군수 측은 이번 국민청원이 내년 군수선거 출마 예정자 쪽에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작정하고 낸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전 군수 측이 청원인을 경찰에 고소한 만큼 조만간 신원은 확인될 것이지만 그 파장은 예단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청원에 대한 정부 관계자의 공식 답변이 있으려면 오는 5월 30일까지 20만명 이상의 동의 서명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1천300여명에 머물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일단 이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전 군수 측이 청원인 등에 대해 영암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정부 관계자의 공식 답변과 관계없이 의혹 제기에 대한 경찰수사는 불가피해졌다. 영암경찰이 과연 얼마만큼 의지를 갖고 수사하느냐에 달린 문제이긴 하나,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내년 군수선거를 둘러싼 대립구도가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청와대 국민청원은 100명의 사전 동의를 얻어 제출된 점에서 군수 출마 예정자 쪽에서 낸 것이라면 상당한 조직이 뒷받침됐을 것이고, 경찰수사로 처벌을 받게 될 경우 대립은 더욱 격화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 군민 반응은?
국민청원에 대해 군민들은 청원을 낸데 대한 잘잘못보다도 청원이 제기된 만큼 경찰수사를 통해 조속히 사실여부를 규명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우세한 것 같다.
실제로 다수의 군민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담긴 내용 가운데는 그동안 의회 군정질문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의혹을 제기했으나 확인할 수 없었던 내용도 있다. 청원인은 영암지역에 밑도 끝도 없이 무성한 의혹이 난무하고 있으니 사정기관이 나서서 그 진위여부를 가려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는 군민들의 뜻인지도 모른다”면서, “전 군수 측도 근거 없는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야말로 영암경찰이 제대로 수사해서 그 결과를 군민들에게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일부 군민들은 국민청원을 카카오톡 단톡방 등을 통해 퍼 나른 일에 대해서는 전 군수 측이 분개할만하다고 보는 것 같다. 청원 내용이 그동안 소문이나 의혹 수준에만 머물렀지 사실로 확인된 부분은 없기 때문이다. 또 청원 내용을 퍼 나른 것은 소문을 소개한데 불과한 청원 내용 자체를 퍼 날랐다고 보기 보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기된 사실 자체가 전 군수 측의 흠집일 수 있다는 사실을 퍼 나른 것이어서, 전 군수 측 주장대로 군수 출마 예정자 쪽에서 벌인 일이라면 악의적인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