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농업회사법인 신안이 낸 '농업기반시설등록 및 공사 관리지역 편입처분 무효청구' 행정소송에 대한 최종판결을 통해 "서호면 엄길리 1345번지 유지 51만937㎡ 상의 학파1저수지에 대해 한국농어촌공사가 한 1997년 3월 20일자 농지개량조합구역 편입처분과, 전남도지사가 한 2002년 1월 24일자 농업기반시설 등록처분은 각각 무효임을 확인한다"며, "한국농어촌공사는 원고에게 서호면 엄길리 1345번지 유지 51만937㎡를 인도하라"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결요지는 개인명의인 농업기반시설에 대해서는 국고가 보조되었다고 하더라도 토지소유자의 동의 없이는 조합 관리구역으로 편입 및 공사 명의의 농업기반시설로 등록할 수 없음에도 편입 등록해 하자의 정도 중대하고 명백해 당연히 무효라는 취지였다.
한국농어촌공사 영암지사에 따르면 학파1저수지는 1962년 학파농장이 82만㎡ 규모로 준공했으며 저수량은 245만㎥, 관계면적은 426㏊에 이른다. 또 법적분쟁이 붙은 부지는 전체 82만㎡ 중 51만㎡로, 이들 부지 소유권은 농업법인 서호랜드가 49%, 신안이 19%, 학파농장이 3%, 신승남씨(전 검찰총장)가 29%를 소유하고 있고, 국가 소유는 없는 상태였다.
현재의 관리관계를 보면, 학파1저수지 전체면적 82만㎡는 서호랜드 30%, 신안 6%, 학파농장 30%, 신승남 24%, 국가 등이 9%의 지분을 각각 갖고 있고, 사태의 대상인 1345번지 51만㎡는 서호랜드 48.5%, 신안 19.4%, 학파농장 2.9%, 신승남 38.9% 등의 지분으로 되어 있다. 특히 학파1저수지의 제당 2만8천909㎡의 소유권은 국가로 등재되어 있다.
■ 그동안의 경과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한국농어촌공사 영암지사는 학파1저수지에 대한 농업생산기반시설관리자의 지위를 상실했다. 저수지의 물을 몽리구역 내에 자유로이 공급할 관리 주체의 지위를 잃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그 지위를 대신하게 된 주체가 학파농장이었으나 20여년 전 농지분배 후 사실상 해체된 상태여서 영암지사는 2019년 말까지 학파농장으로부터 학파1저수지의 농업용수 무상사용에 따른 동의를 얻어 그나마 농업용수를 공급해왔다.
하지만 영암지사가 보다 안정적인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농어촌정비법 제16조에 따라 토지(저수지)소유자의 권리 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해 ‘공사관리구역’으로 재편입시켜 용수공급을 안정화하려 했으나 학파농장이 포괄승계에 동의하지 않음으로써 지금의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됐다.
전남도나 영암군, 농어촌공사 영암지사는 학파농장에 대해 농업기반시설에 대한 선량한 유지관리 및 농업용수 공급의무 이행을 위한 행정지도의 방안 외에는 개입할 여지가 없는 상황이 지금까지 지속되어 왔고, 결국 올 들어 농업용수 공급을 둘러싼 분쟁이 계속 발생한 것이다.
특히 농업인들은 학파1저수지에 대한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안정적인 농업용수 공급이 무엇보다 다급한 과제였음에도 관리권을 상실한 영암지사는 물론, 영암군과 전남도 등이 모두 사실상 두 손을 놓고 있었다는데 대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 저수지 소유자 측 요구
군과 전남도, 영암지사, 그리고 저수지 소유자 측의 직·간접적 의사를 종합하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저수지 소유자가 된 이들 가운데 신안의 요구사항은 대략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되는 것 같다. 첫째는 저수지에 태양광발전사업을 추진하고, 둘째는 저수지를 감정평가에 의해 매입해줄 것, 그리고 셋째는 용수공급에 따른 비용을 지급할 것 등이다.
실제로 신안 측은 지난 5월 18일 군청에서 열린 학파지구 농업용수 안정공급을 위한 대책회의 자리에서 '2021년 학파1저수지 수혜구역 영농급수를 위한 협약'이라는 제하의 약정서를 통해 ▲신안은 2021년 5월 11일부터 2021년 12월 31일까지 농어촌공사 및 농업인들이 수문관리실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하고 저수지의 농업용수 공급에 적극 협조하는 대신, ▲2021년 6월 11일까지 서호면 엄길리 1345번지 유지(저수지) 51만937㎡에 대해 전남도와 군, 농어촌공사에 협의취득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고, 6월 30일까지 2개 기관 감정평가를 통해 그 평균액을 지급하되 저수지에 대한 보상절차 이행계획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지급을 유예하고 7월 1일부터 법정이자를 지급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가 학파1저수지에 허가한 19.944㎿ 규모의 수상 태양광발전사업과 관련해 주민동의를 얻을 경우 군은 개발행위허가에 적극 협조해 줄 것도 요구했다.
■ 관계 당국의 입장
이에 대해 영암군과 영암지사는 신안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태양광발전사업을 허가 받았다는 부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강변했다. 농업기반시설에 태양광발전사업을 허가받으려면 지자체나 영암지사가 그 주체가 되어 공익을 위한 목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암군의 관련 조례도 농업기반시설에 개인이 태양광발전시설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용수공급에 따른 비용 지급 요구에 대해서도 이들 두 기관은 ‘불가’ 입장이다. 농업기반시설인 학파1저수지에 대해 대법원 확정판결로 영암지사가 유지관리권을 상실한 대신 소유권을 쥔 학파농장이 수혜구역 및 저수지가 선량하게 관리되도록 노력할 의무를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즉 학파농장이 비록 저수지 소유자이기는 하나 해당 저수지가 엄연한 농업기반시설로 지정된 만큼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어 용수공급은 그 비용을 지급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저수지를 감정평가에 의해 매입해달라는 요구에 대해 영암군과 영암지사는 농림축산식품부에 공식 건의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영암지사는 이번 학파1저수지 사태의 해결을 위해 학파저수지를 매입하는 방안과 양수장을 설치해 영산호 용수를 대신 공급하는 방안 등을 담은 ‘학파지구 수리시설 개보수사업’ 계획을 마련해 농림축산식품부의 2022년 신규 사업에 반영해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영암지사에 의하면 학파저수지를 통째로 매입하는 방안의 경우 100억원이 넘는 예산이 소요될 전망이고, 영산호 용수를 공급하는 방안의 경우 5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그렇다면 현재 학파1저수지 사태는 어느 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점을 찾아야 할까? 이에 대해 한국농어촌공사 영암지사는 대법원 확정판결로 학파1저수지에 대한 유지관리권을 상실한 상태여서 농업기반시설인 학파1저수지에 대한 사태 해결의 주체는 전남도라고 지적했다.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농업기반시설에 대한 관리는 ‘전남도지사’에 있는 이상 학파1저수지에 대한 향후 관리방안은 전남도가 대안을 마련해 농림축산식품부에 건의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다만 영암지사는 농업기반시설에 대한 관리책임을 진 최일선의 기관인 만큼 원활한 용수공급을 위한 대안 마련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 향후 전망은?
결국 학파1저수지 사태는 신안 측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저수지를 통째로 국가가 매입하거나, 아니면 영산호 용수를 대신 공급하는 수리시설 개보수사업 시행이 그 해답이 될 전망이다. 또 두 방안 모두 단시일 내에 추진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용수공급을 둘러싼 갈등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특히 학파1저수지 용수 공급을 놓고 전남도와 영암군, 영암지사와 저수지 소유주 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되어 있는 점에서 자칫 농민들에게 큰 피해와 함께 불상사가 발생할 우려도 적지 않아 슬기로운 대처가 절실해 보인다.
이춘성 기자, 이승범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