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댁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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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댁의 아침

수탉이 새벽을 알리기도 전
깜깜한 방안을 불을 켜 놓은 듯
사뿐거린 걸음으로 밖을 나선다
밤새 풀벌레들 노래하다 늦잠에 빠진 시간
들 고양이 발걸음도 멎은 지 오래인데
구순의 하동댁은
새벽별을 앞세우고 교회로 간다

미명이 밝아올 쯤에야 딱, 딱, 딱
지팡이의 둔탁한 소리
집 앞에 도착했음을 짐작하는데
들어오는 기척이 없다
텃밭의 채소에게 안부를 살피느라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 소리
물주는 소리에
가을배추가 야무지게 자라고 있겠다

가족이 된 들 고양이가
싱그러운 아침햇살을 함께 나누며
온몸으로 부비며 사랑을 표현해
말 못하는 짐승도
교감하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먹다 남긴 생선으로 정을 나누신다

사랑은 값없이 먼저 주는 것이라고.


조세란
2003년 <문학21> 시부문 등단
동산문학 회원
영암문인협회 회장 역임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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