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야 이제는 따뜻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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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이제는 따뜻하지

서릿발 하얗게 선 이른 아침
차디찬 아스팔트 바닥위에
납작 엎드린 고양이 한 마리
자동차가 지나가고 사람들이 오가도
꼼짝을 하지 않는다

하루 이틀 사흘
해가 지고 달이 뜨고
아주머니가 지나가고
할아버지가 보고 아이들이 쳐다봐도
고운 털은 그냥 그대로

엊그제 담장에 요염하게 앉아서
메주 만드는 나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던 길고양이 한 마리
차디찬 아스팔트에서 일어날 줄 모른다

황금빛 고운 털에 먼지 묻을까
닦고 핥고 온갖 모양을 떨던 녀석이
먼지 폴폴 날리는 골목길에 앞드려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있다

엊그제 담장위에서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깨끗이 손질하여 걸어둔 삽을 찾아들고
햇살 잘 드는 단풍나무 아래 묻어주었다
나비야 이젠 따뜻하지


김선희
영암문인협회 회원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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