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의회 '수정예산' 편성 무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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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행정

영암군의회 '수정예산' 편성 무산 논란

쌀 경영안정대책비 및 소상공인지원대책비 등 41억원 집행부가 거부

소상공인지원대책비에 대한 거부감이 계기, 재난생활비만 되살린 꼴

영암군의회가 새해예산안에 대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과정에서 제4차 긴급재난생활비 예산 110억원 중 자치행정위원회가 삭감한 55억원을 되살리는 대신, 쌀 재배농가 경영안정대책비 20억원과 소상공인지원대책비 21억원을 반영하는 수정예산을 편성해 동의를 요구했으나 집행부가 이를 거부함에 따라 무산됐다.
이에 의회 안팎에서는 한때 새해예산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으나 수정예산만 뺀 나머지 예산안을 그대로 가결, '과다하다'며 상임위가 삭감했던 긴급재난생활비만 집행부 의도대로 되살려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 쌀 경영안정대책비는 새해예산안이 편성되어 상임위 심의가 한창인 상태에서 강찬원 의장이 (사)전국쌀생산자협회 영암군지부 관계자의 건의를 받아들여 의회 차원에서 관련 예산을 확보하기로 했고, 전동평 군수 역시 이에 동의한 상태였으나, 소상공인지원대책비를 문제 삼아 전 군수가 수정예산 모두를 거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즉흥적 결정을 내린 강 의장이나 수정예산을 거부한 전 군수에 비난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전 군수는 쌀 경영안정대책비에 대해서는 적극 수용한 반면 소상공인지원대책비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의사를 표시했으며, 그 배경에는 영암군소상공인연합회 모 간부가 내년 군수 선거에서 다른 후보를 공개 지지한 점이 작용했다는 설이 파다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영암군의회는 지난 12월 17일 제287회 의회 제2차 정례회 제4차 본회의를 열어 총 6천273억원 규모의 2022년도 세입·세출예산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전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조정기 의원)를 열어 편성했던 쌀 경영안정대책비 20억원과 소상공인지원대책비 21억원 등 41억원의 수정예산에 대해서는 집행부가 거부함에 따라 예산이 성립되지 못했다.
쌀 경영안정대책비는 지난 12월 8일 군청 앞 광장에서 (사)전국쌀생산자협회 영암군지부 주최로 열린 '쌀값 안정을 위한 시장격리 촉구 영암군 공동행동' 행사에 전동평 군수와 강찬원 의장이 참석했고, 행사 후 주최 측 관계자가 강 의장을 찾아 쌀값 하락에 따른 농가 경영안정대책비 지원방안을 건의했고 강 의장이 전 군수와 상의 끝에 관련 예산 30억원을 확보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자치행정위원회가 새해예산안 심의에 들어간 상태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 결정이 관련 실·과나 지역민 등의 의견수렴 절차는 완전 생략된 채 의장과 군수 단 두 사람 사이의 '순식간의 논의'로 이뤄진 셈이어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의회는 자치행정위 예산심의가 끝난 지난 14일 오후 운영위원회를 열어 이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김기천 의원은 경영안정대책비 지급 방침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나 지급 대상은 지역농협을 빼고 순수 농민들에게만 '2㏊ 80만원'을 상한선으로 지급하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재원도 마련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의회는 이어 소관 상임위인 경제건설위 예산심의가 끝난 15일 오후 이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가 스스로 무산시켰고, 16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논의 끝에 제4차 긴급재난지원금 삭감액 55억원을 되살리는 대신, 쌀 경영안정대책비 20억원과 소상공인지원대책비 21억원을 추가 편성하는 방안을 확정해 집행부에 수정예산 편성에 따른 동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전 군수가 쌀 경영안정대책비 외에 소상공인지원대책비가 수정예산에 포함된데 대해 강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결국 집행부가 이를 최종 거부하면서 예산으로 성립되지 못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영암군소상공인연합회 일부 간부들의 지지 정당이 다르거나 내년 군수 선거에 출마한 타 후보자를 공개 지지하고 있는 점이 작용한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농민들과 소상공인들을 위해 의회 차원에서 마련한 수정예산이 정치 논리에 따라 무산된 것이어서 의회나 집행부 양쪽 모두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쌀 경영안정대책비의 경우 아직 수매가격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인 점에서 (사)전국쌀생산자협회의 건의가 있었다면 의장은 이를 집행부에 공식 통보했어야 하고, 집행부는 이를 관련 실·과에 넘겨 의견수렴 등의 검토를 거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 내년 제1회 추경에 반영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이자 바람직한 행정처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소상공인지원대책비의 경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시작되고 있는 점에서 정치 논리를 떠나 특단의 지원이 필요했다는 점에서 군수의 결정 역시 매우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의회 안팎에서는 제4차 본회의를 앞둔 16일 오후 집행부가 수정예산을 거부함에 따라 의회가 새해예산안 자체를 부결시켰을 경우 사상 초유의 '준예산(準豫算)' 편성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준예산은 예산이 법정기간 내에 성립하지 못하는 경우 일정한 범위 안에서 전 회계년도 예산에 준해 집행하는 잠정예산(暫定豫算)을 말한다. 지방자치법(131조 예산이 성립하지 아니할 때의 예산집행)에는 지방의회에서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될 때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하면 지자체의 장은 지방의회에서 예산안이 의결될 때까지 법령이나 조례에 따라 설치된 기관이나 시설의 유지·운영 등의 목적을 위한 경비를 전년도 예산에 준해 집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내년 설날을 전후 해 군민 1인당 20만원씩의 긴급재난생활비가 지급되면 영암군은 전남도내 22개 시·군 중 가장 많은 재난생활비를 지급한 지자체가 된다는 점에서 의회가 이번에도 철저하게 집행부 들러리 역할을 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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